합격수기
5급공채 종합반 스터디 매니저(2023 재경 최종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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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급공채 재경직 최종합격 / 2024년 5급공채 종합반 스터디 매니저]

 

- 최종합격 1년 후 들려주고 싶은 여러가지 이야기 -

 

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2023년도 5급공채 재경직렬에 합격하고 2025년 5월에 연수원 입교를 앞두고 있습니다. 합격 이후 한림법학원에서 채점, 상담, 튜터 등으로 일하고 또 이렇게 저의 수험 이야기를 말씀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수험생 시절 시험에 합격한 이후 저의 수험생활을 꼭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소망을 이루는 마음으로 최대한 성심성의껏 저의 수험생활 이야기를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 역시 수험생 때 선배님들의 합격수기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았었는데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저의 이야기가 하나의 정답은 아니지만, 합격을 위해 필요한 능력은 분명 정해져 있다는 것입니다. 합격 이후 많은 합격생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각자의 공부방법은 너무나도 다양해 하나로 정의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방법들의 목적은 합격에 필요한 능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키우기 위했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합격이야기를 읽으실 때도 공부했던 방법(수단)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기보다 어떤 학습목표(목적)를 위하여 그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Ⅱ. 진입 이전

 

대학교 입학 당시에는 정치외교학부 소속이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때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경제학이라는 과목을 배우고 싶어 1학년 1학기 때 전공필수였던 정치학원론 대신 경제학원론을 수강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는 새로우면서도 논리적이었던 이론 전개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특히 소비자이론에서 배운 여러 내용이 수요곡선으로 집약된다는 것을 처음 강의로 들은 순간이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였습니다. 만약 고등학교 시절 입시를 위한, 수험을 위한 경제 공부였다면 절대 느끼지 못하였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연스럽게 경제학과 관련된 진로를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 후보로 5급공채(재경), 한국은행, 기타 금융공기업 등이 있었고 가장 마음이 갔던 5급공채를 최종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당시 정치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신분보장이 된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렇게 진로를 결정한 것이 1학년이 끝나기도 이전이니 비교적 이른 시점에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2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때 코로나 19가 터지고 급격히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학교 수업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1학년 때 몸담았던 여러 동아리들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습니다. 이때 제대로 된 학교생활이 더 이상 어렵겠다고 판단한 저는 군 입대와 고시진입 둘 사이 고민을 많이 했지만, 단기에 합격하겠다는 다짐 하에 고시진입을 2학년 여름방학 때 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리기는 했지만, 수험생활이 예상보다 길어졌고 군 입대를 미루었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굉장히 컸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이때의 선택은 현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튼 고시진입을 결정한 뒤 학과를 경제학부로 전과한 뒤 2학년 2학기 때 미시경제이론, 거시경제이론 등 수험에 도움 될 만한 학교 강의를 수강하며 황종휴 선생님의 예비순환을 병행하였습니다. 돌이켜보면 학교 수업은 수험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학교 수업을 듣고 도서관으로 다시 돌아와 공부를 한다는 것이 정신적·체력적으로 부담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2학년 2학기를 마치고는 휴학을 선택하였으며 합격하던 해 2차까지 총 5학기를 내리 휴학하였습니다.

 

Ⅲ. 진입 이후

 

1. 1차 시험

 

1) 개요

 

같이 공부를 했던 친한 형은 소위 말하는 PSAT형 인간이었습니다. 저와 초중고는 물론 대학교 학과까지 같았던 선배라 저 역시 당연히 PSAT을 잘할 것이라는 안일한 착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진입을 시작했던 2학년 2학기 동안 PSAT을 풀어보지도 않고 경제학 공부를 했었는데 이것이 저의 수험기간 통틀어 가장 큰 착오였던 것 같습니다. 겨울이 되어서야 PSAT을 처음 풀어봤고 정말 처참한 점수에 직면하고 난 뒤 엄청난 멘붕과 혼란에 빠졌습니다. 부랴부랴 석치수, 박준범 선생님의 기본강의를 그때서야 듣기 시작했으나 그 이후 있었던 2021년 5급공채 결과는 당연히 1차 탈락이었습니다.

 

1차를 탈락한 뒤 보내는 1년은 정말 지옥 같았습니다. 군 입대를 미루면서 2년 이내 꼭 합격하겠다는 목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버렸습니다. 또한, PSAT에 대한 두려움을 항상 간직한 채 2차 공부를 해도 1차에 대한 걱정 탓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에 붙은 형을 따라서 도서관에 월~토 출석하며 2차 공부를 따라서 했습니다. 만약 이 시기 마음을 가다듬지 못하고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다면 저의 수험기간은 더욱 길어졌을 것입니다.

 

2021년 9월경 PSAT 공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PSAT은 헌법 및 2차와 달리 지식을 묻는 시험이 아니라 적성시험으로서 굳이 비유하자면 운동과 같습니다. 예컨대 스스로 문제를 풀며 ‘뇌력’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출문제를 여러 번 풀고 여러 강사님들의 실전모강을 ‘양치기’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때 양치기는 애매하게 많이 푸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언어 2개, 자료 4개, 상황 2개(많게는 총 10개)를 풀었습니다. 또한, 모강의 경우 오답 분석까지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왜 틀렸는지 이해가 안 되는 문제(소위 의문사 당한 문제)들만 빠르게 짚고 넘어갔습니다.

 

둘째, PSAT은 시험 운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유형별 문제 접근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하고 강사님들의 풀이방법을 아무리 암기하고 체화한다고 하더라도 주어진 90분 내 운영이 무너지는 순간 그 시험은 망하게 되는 것이 PSAT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저는 ‘과목당 40문제’가 실질적으로는 ‘한 문제’라는 생각으로 시험에 접근하였습니다. 즉, 90분 동안 하나의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라 생각했습니다. 이는 40문제 중 한 문제, 한 문제에 집착하지 않고 넓은 시각에서 안 풀리는 문제는 빠르게 넘어가 시험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험 당일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저는 2월 중순까지는 양치기로 다소 체력을 무리하다가도 시험 직전 2주는 공부를 쉬엄쉬엄했습니다. 즉, PSAT의 감을 유지하면서 헌법을 위주로 공부하되 매일매일 운동을 나가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도록 나름의 ‘생활패턴’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3가지를 반드시 지키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 2022년, 2023년 모두 합격선을 많이 상회하는 점수로 1차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2022년의 경우 시험 난도도 높았고 심지어 시험 직전에 코로나에 감염되는 바람에 격리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유지하고자 했던 생활패턴과 시험 운영 패턴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고 그것에 성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위 3가지는 언/자/상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며 개인적인 생각으로 위 3가지만 충실히 이행할 경우 앞으로 말씀드릴 언/자/상 각 과목의 부차적인 팁들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2) 헌법

 

헌법의 경우 조문특강, 최신판례 특강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강의를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헌법 책을 여러 번 읽으며 기본지식을 습득하고 헌법 OX 문제집을 반복하여 풀었습니다. 5급공채/입법고시 헌법의 경우 특별한 논리가 요구된다기보다 판례와 법조문의 단순 암기 과목에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강의를 수강하는 시간을 아끼는 대신 기출문제와 법조문을 여러 번 반복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PSAT 직전 2주의 경우 헌법 공부의 비중을 늘렸습니다. 이때는 최신판례 특강을 수강하고 OX 교재를 계속 반복하면서 헌법·국회법·공직선거법·헌법재판소법 등을 따로 인쇄하여 여러 번 회독하였습니다. 또한, 사소한 정족수 등을 이때 암기함으로써 공부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이 정도만 한다면 헌법이 발목을 잡을 일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려운 입법고시 헌법의 경우에도 부속법령(특히 국회법) 정도만 더 꼼꼼하게 본다면 큰 무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언어논리 풀기 직전 ‘뇌력’을 아낀다는 차원에서 정말 수월하게 머리를 쓰지 않고도 빠르게 헌법 문제를 풀겠다는 방향성이었습니다. 실전에서도 헌법은 빠르게 풀고 언어논리 시작 전 10분 정도는 멍하니 있으며 휴식을 취했던 기억이 납니다.

 

3) 언어논리

 

언어논리의 경우 처음에 저에게 가장 어려웠던 과목이었습니다. 우선 지식습득 부분이 되는 논리 관련 이론을 이나우 선생님의 논리논증 특강을 빠르게 수강하며 습득하였습니다. 다음에는 강화/약화의 기준을 세우기 해당 교재를 여러 번 반복하였습니다. 이때 책에 나와 있는 모든 내용을 짚고 넘어가려고 하기보다 문제는 모두 풀어보되 해설은 발췌하면서 필요한 내용만 취했습니다.

 

또한, 사소한 팁으로 저는 언어논리를 풀 때조차 펜을 거의 안 쓰려고 했습니다. 무의미하게 선을 긋고 동그라미를 치는 시간에 차분히 글을 읽으며 글의 전체와 부분을 유연하게 왔다 갔다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어려운 문제에 직면한 경우 당황해서 선과 도형을 무의미하게 긋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습관을 고쳐서 펜을 무의미하게 사용하기보다 일단 다음 문제로 넘어간 다음 다시 돌아와 차분히 눈으로 글을 읽으며 문제를 풀려고 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실전모의고사와 LEET 추리논증 기출문제를 활용하여 언어논리의 감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하였습니다.

 

4) 자료해석

 

자료해석은 실력 향상이 가장 크게 있었던 과목이었습니다. 다만 그 실력 향상은 최대한 ‘손을 대지 않고’ 여러 모강을 양치기할 때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습관적으로 펜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 두꺼운 매직이나 형광펜으로 문제를 풀기도 했습니다. 자료해석 강의의 경우 지식습득이 요구되는 부분(예컨대 기본강의에서 진행되는 내용)을 배우는 단계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부터는 홀로 문제를 푸는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때 펜을 쓰지 않고 최대한 머리로만 풀려고 노력할 경우 자연스럽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접근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이렇게 터득해야만 실전에서도 스스로 쓸 수 있는 접근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수동적으로 앞에서 설명하는 방법을 듣고 복습 몇 번만 해서는 그 방법이 실전에서 나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풀 만한 실전모강도 많고 양치기가 가장 잘 먹히는 과목이라 판단했습니다. 이 때문에 하루에 모강 10개를 푼다고 가정했을 때 절반 정도는 자료해석에 투자했습니다. 나아가 복습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제는 따로 오려서 모아둔 다음 지속적으로 풀었고 시험장에 가서도 직전 쉬는 시간에 이러한 문제들을 풀며 머리를 풀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기본적인 암산과 머리로 하는 수치비교가 중요한 과목입니다. 따라서 저는 비타민을 반복했고 이때 무엇보다 머리로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만약 이러한 기본적인 암산과 수치비교가 빠르게 된다면 자료해석의 많은 부분이 수월히 해결되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5) 상황판단

 

상황판단은 저의 경우 획기적으로 점수를 올리지는 못했던 과목입니다. 어렵게 나오면 방어하는 과목이라고 여겼습니다. 다만, 40문제를 푸는 순서와 리듬을 확실히 하고 그것이 흔들리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예컨대 1~10번, 19~20번과 21~30번, 39~40번을 먼저 푼 뒤 자신이 없던 나머지 문제들을 풀었습니다. 먼저 푼 24문제의 경우 되도록 다 맞힌다는 마인드로 나머지 16문제의 경우 절반만 제대로 풀고 찍은 8문제 중 2문제만 맞힌다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때 중요했던 점은 다시 한번 강조 드리지만 이렇게 사전에 정한 전략을 유지하기 위하여 안 풀리는 문제는 빠르게 넘어가서 시험 운영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6) 나가며

 

저의 과목별 접근은 이상과 같았습니다만, 결국 이러한 접근방법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는 앞서 개요에서 말씀드렸던 3가지였습니다. 재차 강조 드리자면, 적성시험이라는 특성을 고려하여 공부하고자 했으며 시험 운영이 중요하므로 문제 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시험 전체를 보려고 했으며 컨디션 관리를 위한 스스로의 생활패턴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PSAT에 자신이 없는데 2차 공부 내지 그동안 해왔던 학교 시험공부와 비슷하게 PSAT을 공부하고 계셨다면, 이러한 3가지를 꼭 다시 짚고 넘어가주시길 당부해 드립니다.

 

2. 2차 시험

 

1) 개요

 

2차 시험은 1차 시험과 달리 지식을 쌓고 그것을 응용하는 유형의 시험입니다. 이러한 시험의 경우에는 보다 압도적인 노력이 요구될 것입니다. 다만, 공부량이 워낙 방대한 까닭에 그 노력의 방향설정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효율적인 공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점들을 유의하면서 공부하였습니다.

 

첫째, 여러 책을 훑는 것을 지양하고 하나의 책을 여러 번 보면서 완전히 저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예컨대 황종휴 선생님의 연습책을 한번 풀면 다른 선생님의 교재나 교과서를 보고자 하는 마음이 앞설 수 있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보는 것은 다소 지루하고 고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저 같은 경우에는 서점에서 새 책 사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한 마음을 꾹 참고 황종휴 선생님 연습책의 모든 문제가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책을 여러 번 반복했습니다. 이때 회독수를 늘려가며 다시 풀 문제를 선별하니 나중에는 몇 회독을 했는지 모를 만큼 많이 반복할 수 있었습니다.

 

둘째, 항상 답안에 작성할 내용을 공부한다고 생각하며 이론학습을 했습니다. 학문이 아니라 수험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공부방법 역시 수험적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수험적으로 크게 중요하지 않는 것에 매몰되어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의 경우 다른 풀이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하기 앞서서 해설에 나와 있는 풀이만이라도 제대로 학습하려고 했습니다. 제가 경제학 집중 관리반 과제 첨삭을 하면서 느낀 것은 종종 다른 풀이방법은 없는지 고민하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아주 소수의 문제는 그런 고민의 가치가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해설에 나와 있는 방법만 챙기기에도 벅찬 것이 사실입니다. 나아가 답안에 풀이방법을 여러 개 적을 일은 없기도 합니다. 또한, 기출에 자주 출제되지 않은 내용의 경우 깊은 내용까지 물어볼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그러한 내용은 피상적으로 시험 직전에 챙기려고 했습니다. 이때 피상적이라는 것은 답안지에 적절한 분량을 적을 만큼만 단순 암기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많이 풀고 답안을 많이 작성함으로써 아무리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실전에서 어느 수준 이상을 쓸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사실 문제를 푸는 것보다 교과서를 보며 이론을 깊이 생각해 보고 탐구하는 것이 더 재밌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다만 후자의 경우 학문을 하는 것이고 수험 공부는 문제를 많이 풀어보고 틀려보면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도 겪으며 성장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답안지를 쓰는 과정이 고통스럽고 귀찮다고 해서 답안지 작성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이나 요약서를 읽을 때 이미 충분히 암기된 사항이라고 생각했던 내용이 막상 답안을 써보니 떠오르지 않았던 때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2) 경제학

 

단언컨대 합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렵고 양이 많은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공부순서는 예비순환 강의와 1순환 강의를 수강한 뒤 연습책과 정선문제(現 연습책 플러스)를 여러 번 반복하며 3순환 기간 때는 모의고사를 따로 구해 계속 풀었습니다. 그밖에 임봉욱 교수님의 미시경제학연습을 추가적으로 풀었습니다. 다만 2순환이나 3순환을 따로 수강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연습책이나 모의고사를 혼자서 풀기 어려울 것 같으신 분들은 수강하기를 권합니다. 다만 저와 같이 혼자서도 밀리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으신 분들은 수강하지 않으셔도 무방하며 오히려 문제풀이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경제학 과목의 성격은 예전 수학 공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형별로 문제를 최대한 많이 풀어서 실전에서 나오는 쉬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풀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한 시간을 최대한으로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또 어려운 문제를 많이 접해서 실전에서 고난도 문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황종휴 선생님의 연습책과 연습책 플러스, 3순환 모의고사의 경우 이러한 두 가지 학습목표를 충족시키기 매우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간이 남거나 미시 파트를 좀 더 심화학습하고 싶으신 분들의 경우 임봉욱 교수님의 미시경제학연습을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학의 경우 흔히들 어려운 문제를 맞혀야만 합격한다고 오해합니다. 그러나 남들 다 맞히는 문제를 맞히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즉,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에 천착되어 쉬운 문제를 풀지 못할 경우 점수에 상당히 치명적입니다. 오히려 쉬운 문제를 안전하게 맞히고 들어가고 어려운 문제를 끄적이는 것이 유리하며 이 경우 큰 변수가 없는 이상 합격에 지장 없는 경제학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앞서 말씀드린 어려운 문제 학습과 더불어 유형별 기본문제들을 지속적으로 보면서 쉬운 문제 대비 역시 꼭 철저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3) 행정법

 

처음 행정법을 공부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너무나도 낯선 용어와 긴 판례, 공부량에 압도되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행정법이 가장 재밌으면서도 점수로도 효자 과목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법 과목의 특성상 실력이 점진적으로 오르지 않고 ‘계단식’으로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즉, 초반에는 상당히 어렵게 느껴지더라도 예비순환, 1순환을 거치고 회독수가 점차 높아지면서 실력이 자기도 모르게 껑충 오르기 때문입니다.

 

공부순서는 행정법의 경우 강의는 예비순환부터 3순환까지 모두 충실하게 수강하였습니다. 또한, 혼자서는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답안을 1순환 때부터 작성했고 요약서를 계속 암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시간이 뜰 때(지하철 이동, 자기 전 등) 요약서를 틈틈이 보았습니다. 이렇게 혼자서도 계속 보려고 노력할 경우 어느새 너무나도 범위가 많게 느껴졌던 행정법이 논의가 여기저기 이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범위가 작게 느껴질 때가 올 것입니다.

 

행정법은 행정학과 함께 답안작성의 이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요약서 등을 암기할 때는 암기가 끝난 것처럼 보여도 막상 답안작성 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때 스스로 반성을 하며 쓰지 못했던 내용이 더더욱 저의 것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아가 문제에 숨겨진 쟁점들을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며 이때 3순환 모의고사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4) 행정학

 

행정학은 모든 과목 통틀어 유일하게 끝까지 막막함을 느꼈던 과목입니다. 개인적으로 예전 도덕 교과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리 외우려고 해도 잘 외워지지 않고 논리적인 구조가 다른 과목에 비해 명확히 보이지 않아 흥미를 갖기에도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학 역시 시간이 충분히 투자된다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을 마지막 2차 시험 3순환 기간 당시 깨달았습니다.

 

우선 실전 시험장 답안에 쓸 ‘총알’을 구비한다는 마음으로 요약서를 하나 구했습니다. 거기에 박경효 선생님의 강의(예비순환부터 3순환까지 모두 수강하였습니다.)를 들으며 필기를 추가하면서 저만의 요약서를 만들었습니다. 저의 마음가짐은 딱 그 요약서만큼은 완벽히 숙지함으로써 시험장에 요약서로 공부한 만큼만 쓰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틈틈이 읽어보며 최대한 내용을 암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아가 답안을 작성하며 실제 암기한 내용을 써보고 암기 성공 정도를 체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도덕 교과서를 보는 느낌이라 읽으면서 암기하는 것에는 큰 한계가 있었습니다. 대신에 직접 써보며 스스로 암기 정도가 미천하다고 직접 느껴야만 암기가 더욱 잘되었던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답안작성이 반복되다보면 오히려 다른 과목에 비해 어느 수준 이상의 점수는 확보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즉, 엄청 뛰어난 답안을 쓸 자신은 없어도 합격에 지장이 없는 수준의 답안, 답안 수준의 하방이 어느 정도 보장된 것 같다는 생각이 합격하던 해에 들었습니다.

 

5) 재정학

 

재정학은 가장 부담이 적었던 과목이었습니다. 선택과목이었던 통계학보다도 부담이 훨씬 적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만점이 100점인 필수 과목으로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재정학의 경우 크게 두 부분으로 분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가 경제학과 겹치는 부분이고 둘째가 재정학 고유의 논의가 있는 부분입니다. 전자의 경우 초반 후생경제학과 조세 파트 등이 되겠으며 두 번째의 경우가 그 밖의 파트가 되겠습니다. 경제학과 겹치는 부분은 저는 경제학 공부를 동시에 한다고 생각했고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게 출제되므로 3순환 기간이 아닌 기간에 중점적으로 했습니다. 재정학 고유의 논의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대신 암기의 영역이 크다고 생각되어 3순환 기간에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다만, 재정학은 경제학에 비해 공부할 자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강의는 황종휴 선생님의 재정학 1순환만 수강한 뒤 황종휴 선생님의 트리니티, 연습책을 중심으로 공부하였습니다. 그리고 임봉욱 미시경제학연습에 있는 재정학과 경제학이 겹치는 논의를 여러 번 학습하였으며 여러 강사님들의 3순환 모의고사들을 구해 풀었습니다. 재정학의 경우 이 정도만 학습한다면 적어도 재정학이 발목 잡을 일은 없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나아가 난도가 높은 문제의 경우는 사실상 경제학에 가깝기 때문에 고난도 문제가 잘 안 풀린다면 재정학 자체의 학습 문제라기보다 경제학 실력이 뒷받침되지 못한 까닭인 것 같습니다.

 

6) 선택과목

 

2025년 시험부터 선택과목은 폐지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통계학을 응시했는데 경제학, 행정법 다음으로 열심히 공부한 과목이기도 합니다.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나머지 4과목을 공부하기에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특히 재경직이실 경우 선택과목에 해당되는 국제경제학이나 통계학 공부를 아예 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다소 위험한 생각일 것 같습니다.

 

우선 국제경제학의 경우 예비순환까지는 아니더라도 반드시 1순환 정도는 꼭 수강하고 공부해 주세요. 저는 1순환을 수강한 뒤 국제경제학 연습책을 여러 번 풀어서 경제학에 나올 수 있는 국제경제학 논의를 최대한 많이 커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시와 거시를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다 맞히더라도 국제경제학 부분에서 생소한 문제가 출제되어 경제학에서 점수가 깎인다면 너무나도 억울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제가 응시했던 2023년 경제학의 경우 국제경제학 문제가 쉽게 출제되었으나 예전 시험들에서 어려운 문제 역시 출제된 바가 있으니 국제경제학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통계학의 경우 국제경제학만큼 공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경제학 문제에서 균등분포 등 기본적인 기초통계학 내용은 활용된 바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통계학 개념(기초통계, 간단한 확률분포) 정도는 학습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7) 나가며

 

PSAT 공부할 때 ‘내가 시험장에서 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했다면 2차 시험장에서는 ‘내가 시험장에서 답안지에 쓸 수 있는가’를 고민했습니다. 다시 말해 수험 공부의 귀결은 답안지에 쓸 만한 내용들을 미리 챙겨가는 과정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어떤 과목이든 공부를 하실 때 단순히 이론을 암기하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것을 답안지에 ‘어떻게 적을 수 있을 것인가’를 반드시 고민하시길 권합니다.

 

3. 3차 시험

 

3차 시험은 면접 전형으로 사실 면접 실력이 중요하기보다 역설적으로 2차 시험 성적이 훨씬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즉, 2차 시험 성적순 1.5배수를 2차에서 선발하고 3차에서 우수/보통/미흡 가운데 1배수 내 미흡 탈락, 1배수~1.5배수에서 우수 합격을 제외하고 성적순으로 1배수를 채워 최종합격이 됩니다. 우수와 미흡의 경우 정말 웬만해서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면접준비는 사실 불안감 해소 및 자신감 증진의 목적이 큽니다. 따라서 3차 시험의 경우 2차 시험 합격 후 계획하고 실천하셔도 충분합니다.

 

Ⅳ. 기타 수험생활

 

이하에 말씀드릴 내용은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성격에 부합했던 방식이니 하나의 사례로만 가볍게 받아들이셨으면 합니다. 저는 대학동의 분위기가 답답하다고 느껴 학교 도서관에서 주로 공부하였습니다. 월~금 평일에는 아침 8시30분에서 저녁 10시 내지 10시 반까지 공부했고 중간 중간 점심, 저녁시간을 한 시간 정도로 두어 휴식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토요일에는 오후 4시~5시까지 공부한 뒤 저녁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나가서 친구들과 놀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습니다. 특히 저는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토요일 저녁 술 약속을 가고 일요일 점심 넘어서까지 자는 루틴이 많았습니다. 일요일 늦잠을 자고난 뒤 저녁에는 도서관에서 공부를 시작하며 월요병을 예방하고자 하였습니다.

 

3순환 기간에도 토요일 저녁~일요일 오전 정도 쉬는 것을 제외하고 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숙취를 피하고자 술 약속을 줄이고 주로 집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는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공부의 효율과 밀도를 중시했기 때문에 휴식시간을 항상 보장하는 대신 공부할 때는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수면 역시 공부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하루 6시간~7시간 수면을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또한, 공부하다가 잠이 올 경우 참지 않고 바로 엎드려 15분 정도의 낮잠을 하루에 1~2번 정도 취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는데 이때 스터디에서 지식을 배워가기보다 생활이나 답안 스터디와 같이 서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였습니다. 특히 생활 스터디의 경우 마음이 맞는 친구들끼리 꾸려 밥을 같이 먹고 수다도 떤 덕분에 수험기간의 삭막함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온전히 공부를 위한 환경만을 조성하고 싶으신 분들도 있으므로 저의 개인적인 선호였음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Ⅴ. 마치며

 

저의 수험기간 3년을 돌이켜보면 미화가 안될 만큼 힘들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좋은 추억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그 추억들은 대부분 같이 힘든 길을 겪고 있었던 주변 스터디원들과 친구들과 함께 동고동락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간혹 저처럼 외향적인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수험생이라는 신분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인간관계를 도외시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사람들을 좋아한다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하고 휴식을 취하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보다 현명한 것 같습니다.

 

반면에 미화가 안 될 만큼 힘들었던 순간은 온전히 스스로 이겨내야 했던 순간들이었습니다. 극심한 불안감과 외로움은 누구에게도 토로할 수도 없었고 홀로 꾹 참아내야 했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수면을 취하거나 밖에 나가 운동을 하며 불안과 우울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행동’으로 노력했습니다. 다시 말해 불안하고 우울할 때 오히려 그러한 감정을 스스로 거부하려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스스로 그러한 감정을 인정하고 나가서 몸을 움직이거나 친구들을 만나며 그러한 감정에 지배되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명언이나 자기계발서를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좋아하는 불경 구절이자 수험기간 내내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구절 하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같이 시작했던 친구가 먼저 합격해서 나갔을 수도 있고, 공부가 너무나도 안 돼 스스로 자괴감과 불안에 빠졌을 수도 있고, 공부를 해도 해도 실력이 오르지 않거나 점수를 못 받을 것이라는 감정에 지배될 수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스스로 설정했던 공부목표를 향해 효율적인 방법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나아가도록 노력하십시오!

 

이 글을 읽으시는 수험생 여러분들도 외부 불안 요소로부터 크게 흔들리기보다 스스로를 잃어버리지 마시고 본래 가고자 하셨던 길을 묵묵히 가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