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2024년도 5급공채 재경직에 합격한 합격생 KOO라고 합니다. 제가 어느덧 합격수기를 쓰는 입장이 되었다는 것이 사뭇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3순환을 수강하지 않았고 스터디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는 등 너무 위험천만한 마이웨이를 탄 감이 있어 합격수기를 작성하는 것이 약간은 조심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 수험생활에서 얻어가실 만한 부분들만을 취사선택하여 얻어가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제 수험생활에 대해 말씀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Ⅱ. 시기별 공부
1. 진입 이전(~ 2022년 12월 이전)
저는 경제학 전공자로, 1학년을 마치고 바로 군 복무를 했으며 군 복무 중 행정고시 응시를 진지하게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같은 과의 여러 합격자 선배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행정고시에 있어 경제학 전공자가 갖는 이점은 교내에서 다양한 전공과목을 수강할 수 있다는 부분이기 때문에 좀 더 고학년이 된 뒤에 충분히 고민하고 진입하여도 늦지 않다는 조언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에 3학년 2학기까지는 미시/거시경제학, 조세론, 재정학, 노동경제학, 국제경제학, 국제금융론 등 소위 ‘고시 적합성’이 높은 강의들 위주로 수강하며 준비과정을 거쳤습니다.
돌아보건대, 이러한 전공과목 수강경험은 제 수험기간 중 가장 큰 자산이 되어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경제학 1문은 노동경제학 기말고사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보았던 문제 유형이었으며, 4문의 할인채와 이표채 역시 관련 지식을 이미 전공강의를 통해 습득하였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풀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재정학에서도 제 예상과는 달리 서술 위주의 문제들이 출제되었는데, 이때도 전공강의에서 배운 지식들을 되새기며 어떻게든 즉석에서 써낼 수 있었습니다. 전공과목이 행시와 부합하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경제학 전공자라면, 진입 이전 학교 강의를 가능한 최대한 활용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2. 첫 번째 시험(2023년 1월 ~ 2023년 7월)
3학년 2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하며 본격적인 고시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2023년의 2차 시험까지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첫해 합격 가능성은 일절 없다고 보았기 때문에 3월까지는 1차 시험에만 집중하였습니다.
헌법은 김유향 선생님의 헌법 기본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일정 커트라인만 넘기면 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아주 열심히 공부할 필요까지는 없다고들 하지만, 저는 처음 배울 때 제대로 공부해서 다음부터는 헌법에 따로 시간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마인드로 제법 시간을 들여 헌법을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강의를 수강한 뒤에는 기출과 알파로 헌법 OX 퀴즈 문제들을 풀어보며 마무리했습니다.
PSAT은 별도로 학원 강의를 수강하지는 않았고, 기출을 풀고 풀이과정을 스스로 피드백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적에 여유가 있는 것 같아 모의고사는 따로 풀어보지 않았습니다. 최종적으로 91.67점을 받아 합격하였고 2차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3월부터는 도서관에서 혼자서 인터넷 강의로 2차 시험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모든 과목 1순환까지는 적어도 다 끝내고 들어가겠다는 포부로 임하였는데, 공부해 볼수록 이것이 쉽지 않은 목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처음 공부해 보는 법 과목인 행정법이 거듭 제 발목을 붙잡았습니다. 공부가 제대로 되지 않으니 시험 날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나태해졌고, 결과적으로 선택과목인 통계학은 아예 한 글자도 보지 못한 채로 시험장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때 행정법과 행정학은 예비순환과 1순환을 수강하였고, 경제학과 재정학은 1순환을 수강하였습니다. 경제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경제학과 재정학은 예비순환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때 행정학·행정법·통계학 과락, 합평 대비 25점가량 부족이라는 말 그대로 처참한 결과를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때의 저는 모든 과목 강의를 수강해야 한다는 강박에 답안작성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머리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는 강의들을 계속 수강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차라리 몇몇 과목에 선택과 집중을 하여 답안작성 연습과 병행해 차근차근 쌓아나갔더라면 이후 수험생활에 더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3. 두 번째 시험(2023년 7월 ~ 2024년 7월)
전회 시험에서 무참히 박살이 났지만 제가 그만큼이나 제대로 공부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신적인 충격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또, 이때까지 아예 통계학을 공부하지 못한 상황이었고 2025년부터는 선택과목이 폐지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 시점에 국제경제학으로 선택과목을 변경하였습니다.
이때도 이전처럼 학교 도서관에서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며 공부하였습니다. 행정학과 행정법은 강의를 수강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아는 게 없는 상태였으므로 행정학은 예비순환과 1순환을, 행정법은 1순환을 다시 수강하였습니다. 강의 문제가 아니라 저 자신의 문제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존 강의를 그대로 수강하였습니다. 또 새로 선택한 국제경제학도 1순환부터 수강하였습니다.
이때 행정법은 조금은 감이 오기 시작했지만, 행정학은 여전히 이 지식들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답안을 구성해야 하는지 전혀 체계를 잡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스터디도 현강도 없이 혼자 공부했던지라 답안을 쓰는 경험도, 타인의 답안을 참고하는 경험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답안작성 부분에 있어서는 거듭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행정학과 행정법의 기초를 한 번씩 다진 뒤에 2순환 시기가 왔을 때 경제학·재정학·국제경제학 2순환을 인강으로 수강하며, 경제학·재정학·국제경제학 연습책의 모든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제 약간의 경험으로도 행정학과 행정법은 굉장히 휘발이 빠른 과목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때문에 이 시기에는 경제학 문제풀이 경험을 최대한 늘려놓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공부법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두 번째 1차 시험에 대해서는, 헌법은 작년에 열심히 해둔 것이 머리에 아직 남아있어 알파로 헌법 OX 퀴즈만 푸는 정도로 대비를 하였습니다. PSAT은 작년에 여유롭게 합격하였다는 자신감이 남아있어 1차 시험 며칠 전 기출 몇 개를 풀어보는 선에서 공부를 마쳤는데, 아슬아슬하게 합격하였습니다. 특히 자료해석 점수가 전년에 비해 크게 낮아졌습니다.
3순환 기간에 저는(특히 행정학, 행정법에 있어서는) 3순환을 수강할 정도의 실력이 되지 않는다고 보았고, 이에 3순환 수강은 완전히 포기하였습니다. 작년에 당장 코앞의 시험에 정신이 팔려 공부를 대차게 말아먹은 경험이 있었기에, 올해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내년에도 도움이 될 만한 공부를 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지금은 기초를 더 굳건히 다져놓는 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고시계 기출문제집을 구매하여 기출문제들을 위주로 학습해 나갔습니다. 이때까지도 행정학과 행정법의 실력이 워낙 부족하였기 때문에, 이 두 과목을 방어 과목으로 삼고 면과락을 목표로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습니다.
저는 이 시기에 들어서야 드디어 행정학 답안을 쓰는 방법에 대해 감을 잡을 수 있었고, 박경효 선생님의 『재미있는 행정학』과 강의자료를 바탕으로 행정학 서브노트를 작성하였습니다. 행정법은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별도의 서브노트 작성은 하지 않고, 요약서 암기와 문제풀이 위주로 접근하였습니다. 경제학·재정학·국제경제학은 황종휴 선생님의 정선 교재로 주요 기출문제 유형들을 다시 한번 익히고, 또 과거 연습책을 풀며 틀렸던 문제들을 재확인하여 약한 영역들을 집중적으로 보완하였습니다.
2차 시험을 볼 때도 워낙 여유 없이 시험에 임하여 시험지에 제 답안을 옮겨 적을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한 과목 시험을 치르고 나면 다음 과목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어 복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습니다. 이로 인해 제가 어떤 답안을 썼는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고, 2차 시험이 끝난 뒤에는 스스로가 합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두 달 정도 휴식기를 거친 뒤 8월 말부터는 행정법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돌연 2차 시험에 합격하였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기대하지도 않았던 최종합격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Ⅲ. 1차 시험 과목별 공부방법
PSAT 대비법에 대해서는 가능한 간략하게 핵심 위주로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PSAT은 ‘문제에 대한 분석’보다도 ‘자신의 풀이과정에 대한 분석’이 훨씬 더 중요한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PSAT은 오늘은 잘 풀었던 문제가 내일은 잘 풀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또 오늘은 못 풀었던 문제가 내일은 못 풀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시험입니다. 또, 문제별 시간 배분 전략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서 같은 실력으로도 점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시험에서는 그 문제에 대한 지식을 보강하는 것이 실력 향상으로 효율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문제 유형을 익혀나가는 과정이 어느 정도 끝나셨다면, 그 이후부터는 자기가 틀린 문제들에 대해 그 문제 자체를 분석하기보다는, 내가 사고과정에서 어떤 실수를 했기에 그 문제를 못 풀었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 내가 시간을 과투자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아 내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하는 풀이전략을 세워나가는 것이 성적 향상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 언어논리
기본적으로는 독해력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들 위주로 출제됩니다. 다만, 논리퀴즈를 비롯하여 독해력만으로 풀어가기에는 너무 복잡하거나 모호한 문제들도 몇 개 섞여 있는데, 기본적인 논리학 지식들을 익혀두는 것이 이런 문제들의 풀이에 있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짧은 시간 내에 큰 성적 향상을 노릴 수 있는 PSAT의 얼마 안 되는 영역들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부분은 꼭 대비를 하고 넘어가시기를 바랍니다.
2. 자료해석
자료해석은 흔히 말하듯이 ‘양치기로 해결이 가능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료해석에서는 문제들의 풀이 아이디어나 함정에 대개 어느 정도의 패턴이 있으며, 문제를 많이 풀어 두들겨 맞으면서 배우다 보면 결국에는 성적이 오르게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PSAT 점수가 아슬아슬하다면 자료해석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점수 상승을 노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3. 상황판단
상황판단이 모든 과목 중에 가장 시간 배분이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즉 문제 간의 난이도 편차가 너무나도 심해, 시간을 투자할 만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구별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나치게 어려운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다는, 문제를 보는 ‘선구안’을 기르는 것을 학습의 제1목표로 두고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4. 헌법
헌법의 경우 강의 수강이 아예 필요 없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적어도 기본강의는 수강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단순 암기보다는 이해에 기반한 암기가 훨씬 쉽고 오래 기억에 남기 때문에, 딱 한 번 강의를 제대로 수강하여 내용을 이해한다면 이후의 시간 투자를 오히려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P/F 시험이므로 지나치게 지엽적이거나 출제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은 패스하셔서 전략적으로 공부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Ⅳ. 2차 시험 과목별 공부방법
1. 경제학
흔히들 행정고시를 ‘경제고시’로 부르고는 하는데, 타 과목에 비해 경제학의 점수 변동 폭이 크고 공부효율이 높아 경제학이 합불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붙여진 별명입니다. 저 또한 결과적으로 경제학 고득점(96.6점) 덕분에 최종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황종휴 선생님의 1순환, 2순환을 수강하였고 트리니티와 연습책을 주 교재로 삼아 공부하였습니다.
경제학 고득점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빈출 문제들 풀이의 체화라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은 각 주제들에 대해 주로 나오는 문제 유형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이고 정석적인 문제들이 출제 확률이 낮은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이런 문제 유형들에 대한 접근방법을 완벽하게 익혀 빠르게 풀어내고, 그렇게 절약한 시간들을 고난도 문제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임하였습니다. 특히 이러한 학습에 있어 황종휴 선생님의 기출 정선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경제학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고 행정고시 공부 전체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학원 강사님들은 기본적으로 가능한 넓은 범위를 다뤄주시려고 노력하십니다. 아예 다뤄준 적이 없는 지엽적인 주제(소위 불의타)가 출제되면 학생들은 당연히 강사를 비판할 것이고, 심하면 이후 생업에도 지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주제들은 출제 가능성이 굉장히 낮은 편이고, 공부의 효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영역입니다. 어렵고 지엽적인 주제들에 맞닥뜨리더라도 이에 너무 과도한 공부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가장 중요한 내용들은 1순환에서 모두 배웠다는 마음가짐으로 거듭 빈출 주제와 빈출 유형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입법고시와 행정고시 사이에도 출제 기조에 제법 간극이 있는데, 입법고시의 불의타는 정말 지엽적인 주제들이 많아 여기까지 대비하려면 공부시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입법고시에는 아예 뜻이 없었기 때문에, 입법고시 기출이라도 선을 넘었다 싶은 것들, 혹은 강사님께서 입법고시까지 고려하여 넣어두었다 싶은 지엽적인 주제들은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프입니다. 저는 이번에 경제학 고득점을 했지만 명시적으로 그래프를 요구한 문제(무차별곡선) 외에는 일절 그래프를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는 합격자분들로부터 그래프의 배점이 적어 굳이 그릴 필요가 없다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따랐던 것인데, 결과를 보니 아마 그러한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학원가에서는 그래프를 그리는 것을 매우 강조하지만(특히 최고답안은 보통 아주 멋지고 깔끔한 그래프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는 대체로 그래프가 학습 과정에서 필요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채점에 크게 반영되기 때문은 아닙니다. 특히 실전에서 그래프를 그리는 것은 정말로 품이 많이 드는 일이라, 해당 시간을 아껴 답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 행정법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가장 큰 약점이 되었던 과목입니다. 최종합격을 한 2024년 시험에서도 합평에 비해 성적이 많이 모자랐던 과목이기 때문에, 제 시행착오들을 반면교사 삼으셔서 효율적으로 공부하시기를 바랍니다.
행정법은 법 과목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부의 기본은 암기입니다. 그 다음 단계는 그 지식들을 답안으로 실제로 써내는 것인데, 제가 초기에 가장 부족했던 부분이 바로 문제풀이와 답안작성 연습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1순환까지 수강하여 어느 정도 기틀이 갖춰진 이후에는 사례와 답안작성 연습 위주의 교재들로 문제를 직접 풀면서 학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듯합니다.
특히 소송요건, 기속력, 처분사유의 추가변경 등과 같은 빈출 주제들을 계속해서 연습하여 기계적으로 써낼 수 있어야지만 그로부터 절약한 시간을 고난도 문제의 답안을 구성하는 데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각 빈출 주제들을 어떻게 써낼지 미리 확실하게 준비해 두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 행정학
저는 행정학이 행정고시 과목들 중에서 강의와 답안작성 사이의 간극이 가장 큰 과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순환까지 수강하여 지식을 습득한 후에도 이 지식들을 바탕으로 답안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 것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고, 3순환 기간 직전에도 마찬가지 상태였습니다. 다만 3순환 기간에 행정학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한 뒤부터 빠른 실력 향상을 거둬 합평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세웠던 전략은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행정고시는 결국 경제고시고, 행정학은 공부의 효율이 나오지 않는 과목이기 때문에 방어 과목으로 삼는 것이 낫다. 따라서 행정학의 주요 개념들과 주제들을 위주로 준비하고, 불의타에 대해서는 너무 지엽적인 주제들까지 상세히 파고들려하기보다는 주요 개념들과의 연결고리를 통해 어떻게든 비벼 쓰는 것을 목표로 한다.’입니다.
저는 이러한 전략에 따라 서브노트를 작성할 때 출제 빈도 및 중요성별로 개념들과 주제들을 차등화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관료제론이나 NPM, NPS 등의 행정이론, 행정가치 등은 매우 자주 출제되는 주제이며, 다른 주제의 문제가 출제되었을 때도 이것들을 언급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말하자면, 비빔밥에 있어서 계란이나 밥, 고추장과 같은 기본재료들입니다. 그러므로 매우 철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고, 이 주제들을 어떤 식으로든 그때그때 변형시켜 서술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상당히 중요성이 높은 주제들입니다. Quinn&Kimberly의 경쟁가치모형, Williamson의 거래비용이론, Romzek&Dubnick과 Finer&Friedrich의 행정책임성, Putnam의 사회자본, 동기부여이론, 정책수단, 성과평가 등이 이 정도 위치에 있습니다. 각 주제의 출제 가능성도 상당히 높을 뿐 아니라, 뭘 써야 할지 모르겠는 문제에 이것들을 적당히 비벼서 쓰기에도 상당히 유용합니다. 이런 것들을 차순위에 놓고,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수준에서 그 내용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그 외 각론들에 대해서는 정의와 주요 키워드들을 위주로 정리해 놓고, 시간 날 때 한 번씩 봐놓기는 하되, 세부내용을 자세히 암기하는 것은 지양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언제 도입됐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세세하게는 알지 못하더라도, 문제로 출제된다면 앞서 말한 NPM이나 관료제론, 행정책임성, 성과평가 등을 끌어와 최대한 일반론과 고위공무원단 제도를 연계하여 서술함으로써 분량을 때워 방어를 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부법은 상당히 위험해 보일 수도 있겠으나 암기가 약한 저에게는 정말 큰 효과가 있었고, 또 남은 시간을 아껴 훨씬 공부효율이 좋은 경제학에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에 경제학 고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4. 재정학
재정학은 미시경제학의 각론이므로 큰 틀에서는 미시경제학과 유사합니다. 그래서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문제를 많이 풀어봄으로써 주요 빈출 유형들을 익히고, 정확한 계산을 통해 답을 도출하는 것을 제1목표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재정학은 범위가 좁은 만큼 함의와 서술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점 또한 의식하여야 합니다. 실제로 올해도 서술 문제가 상당히 비중 있게 출제되어, 답 도출 연습만 하셨던 분들이 많이 손해를 보셨던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전공과목을 수강하였고 이때 교과서(Rosen의 재정학)도 읽은 경험이 있어서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었지만,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분들께서는 교과서를 적어도 한 번씩은 꼭 읽으셔서 서술할 내용들을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하는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Ⅴ. 3차 면접
5급공채 수험생들은 대체로 면접과는 연이 없는 삶을 최소 몇 년간 살아왔을 것이기 때문에 3차 시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히 클 컷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면접에 많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어려워할 필요가 없는 시험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러분의 부담감을 덜어드리는 데에 방점을 찍고 지금부터 3차 면접시험에 관해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면접에 대한 소개
1) 개괄
우선, 3차 면접 시험은 1.2배수에서 1.3배수 정도로 선발한 2차 합격자 중 1배수가 합격하는 시험입니다. 즉 탈락확률은 어림잡아 20%가량 됩니다. 면접시험의 성적은 ‘우수’, ‘보통’, ‘미흡’으로 구분되는데, 우수를 받으면 2차 성적에 관계없이 합격, 미흡을 받으면 2차 성적에 관계없이 탈락, 보통을 받으면 2차 성적에 의해 줄을 세워 합격이 정해집니다.
그런데 미흡은, 정말로 어지간하면 주지 않습니다. 수험생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로, 면접장에서 사이코패스처럼 행동하지만 않으면 미흡은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면접관께서 미흡을 주시려면 다른 성적을 주는 경우와는 달리 구체적인 사유를 기재하셔야 하는 등의 절차가 있어 미흡을 주길 꺼리신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진실은 정확히 알 수 없겠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미흡이 나오는 케이스는 정말 드뭅니다. 우수는 미흡에 비해서는 많이 주는 편이라지만, 이 역시 잘 나오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나오지 않는 우수인데,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불합격권에 속하는 사람이 우수를 받아서 합격할 케이스는 또 얼마나 적을까요?
현실적으로 볼 때, 3차 시험이 당락을 좌우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절대다수의 당락은 결국 2차 성적에서 판가름 나기 때문에, 2차 시험에 아직 합격하지 못하신 분들은 2차 시험에 집중하시고, 또 2차 시험에 합격하신 분들이라면 너무 큰 부담을 가지지 마시고 임하시는 것이 3차 시험을 대하는 현실적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차 시험은 직무역량면접 /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각 영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 직무역량면접
직무역량면접은 개인발표 및 상황 질문 하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상황 질문에 대해서는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에 같은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므로 다음에 설명해 드리도록 하고, 여기서는 개인발표에 집중하여 설명하겠습니다.
직무역량면접에서는 우선 특정한 정책이 추진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는 상황을 제시받고, 이와 관련된 몇 장의 정책자료를 수령하게 됩니다. 이 정책자료들을 바탕으로 해당 현안의 현황과 문제점, 개선방안 등을 담은 한 장짜리 정책보고서를 작성하고, 이 작성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8분가량의 개인발표를 진행하여야 합니다. 발표 뒤에는 면접관분들께서 발표의 세부사항에 대하여 질문을 하십니다.
처음 발표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많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이 보고서와 발표에는 어느 정도 대략적인 틀이 정해져 있습니다. 형식도 현황, 문제점, 개선방안, 추진체계, 기대효과 순 정도로 거의 고정되어 있으며, 기술하는 해결방안이나 추진체계, 기대효과에서도 주로 쓰는 내용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학원가에 돌아다니는 자료로 준비하다 보면 가끔씩 이러한 양식에 맞춰 보고서를 작성하기 어려운 경우들이 있는데, 실제 현장의 문제들은 매우 깔끔하게 형식에 들어맞도록 출제되므로 걱정을 할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면접관님께서 하시는 질문들도 대개 정해져 있습니다.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그 개선방안의 성과를 확인할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는지, 그것을 추진함에 있어 어떤 조직들과의 협조가 필요할 것인지, 예산 조달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같은 것들이 매우 전형적인 질문들입니다.
이와 같이 직무역량면접은 처음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준비할수록 별로 어렵지 않은 파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어느 것이 더 어렵냐고 하면, 후술할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의 경우가 더 변수가 많고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3)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은 하나의 경험 질문과 두 개의 상황 질문으로 구성됩니다. 경험 질문은 인생의 특정한 경험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대한 느낀 점, 공직에 적용할 만한 부분을 기술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조직의 갈등을 해결한 경험을 기술하시오.”, “창의적으로 조직 내의 문제를 해결한 경험을 기술하시오.” 같은 문제들이 출제됩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생의 경험들을 충분히 정리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3차 면접을 준비하시게 되면 관련 기출문제들을 구해보실 수 있을 텐데, 그러한 기출문제들에 가능한 폭넓게 적용될 수 있는 경험을 몇 가지 준비해 두시고, 질문에 따라 그 경험을 조금씩 변용하여 대응하신다면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준비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주로 조직 경험과 관련된 것을 물어보기 때문에 동아리 활동이나 아르바이트 경험 등이 있다면 대답하기 더 수월하실 것입니다. 저는 군필자라 대부분 군 생활 관련 에피소드 위주로 준비를 했는데, 면접관분들의 반응도 상당히 괜찮았기에 군필자분들은 이렇게 대응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주로 경험 질문과 관련해서는 이 경험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세부적인 사실들을 물어보는 질문이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로 저도 이런 질문들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되도록 거짓말은 하지 않으시는 게 안전할 듯합니다.
상황 질문에서는 정책추진 과정상의 딜레마 상황을 제시하고,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주로 물어봅니다. 이 역시 대체로 답안은 작성형식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순서대로 차근차근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 ‘1단계 - 2단계 – 3단계’에 따라 단계적인 조치를 밟아나가는 답안을 작성하게 될 것이며, 두 가지 이해집단이나 두 가지 가치가 갈등하는 상황에서는, ‘판단 – 판단근거 – 보완조치’의 형식으로 답안을 작성하시게 될 것입니다. 이 파트도 역시 스터디에서 열심히 연습하시다 보면 답안에 자주 쓸만한 재료들이 무엇인지 판단하실 수 있게 될 것이므로 답안작성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면접관분들과의 질의응답 측면에 있어서는, 이 부분이 3차 면접에서 가장 큰 난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어지는 상황이 대부분 정책추진 상의 딜레마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냐는 질문이 던져졌을 때 사실 마땅한 답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문제들이 많습니다. 또, 상황에 따라 정말 다양한 질문들이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고, 또 주로 여기서 연속적인 압박 질문을 많이 넣으시기도 합니다. 이런 질문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순발력과 사고력이 요구되며, 이에 대해서는 단기간에 실력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답을 정말 못하더라도 미흡을 주는 일은 드뭅니다. 저 같은 경우도 압박 질문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음에도 합격에는 큰 지장이 없었습니다.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다고는 해도 자기 나름의 논리와 근거를 도출하여 그것을 논리적으로 전달하신다면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별개로, 직무역량면접과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이 끝나고 시간이 남을 경우에,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면접관분들께서 별도로 질문하시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희망부처와 희망사유, 본인의 강점과 약점, 상사와의 갈등 해결방안, 또는 시사와 관련된 내용들을 물어보시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적당히 생각해 두신다면 면접장에서 당황하시는 일은 없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2. 구체적 준비 일정
1) 2차 시험 합격 직후
2차 시험 합격 발표 직후에는 우선 3차 시험에 대한 설명회가 바로 개최될 것입니다. 설명회마다 대략적인 내용이 거의 비슷하여 전부 참가할 필요는 없으나 3차 시험에 대한 자세한 정보, 경험담 등을 들을 수 있으므로 하나는 꼭 참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 이 시기에는 면접 스터디를 구해야 합니다. 주로 학교 커뮤니티나 ‘이음’ 합격자 멘토링을 통해 스터디를 구하게 되는데, 멘토링을 통한 스터디 구성은 약간 일정이 늦어질 수 있으며, 같은 학교 사람들끼리 스터디를 구성하는 경우에 장소나 시간 조율이 더 쉬우므로 가능하다면 학교를 통해 하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저 역시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스터디를 구성하였습니다.
또한, 5급공채 면접을 대비하는 학원이 몇 곳 있는데, 인원이 얼마 되지 않아 조기 마감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희망하신다면 이 시기에 바로 등록하셔야 할 것입니다. 다만 저도 불안감에 학원 한 곳에 등록했는데, 분명 도움이 되기는 하였으나 그 효용에 비해서는 분명히 비용이 다소 높은 편이었으므로 잘 생각해 보시고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
2) 스터디
저희 면접 스터디에서는 주 5일 매회 3시간가량 스터디를 진행하였습니다. 우선 초반에는 직무역량면접 위주로만 진행하였는데, 이는 처음에는 생소한 영역이지만 준비하면 금방 실력이 늘어나는 분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인성면접을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인생 경험을 정리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였습니다.
직무역량면접 준비과정에서는 우선 답안을 작성하는 방법을 배웠고, 그 다음부터는 순서를 돌아가며 발표하고 질문을 받는 식으로 모의면접을 진행하였습니다. 사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은 거의 포맷이 정해져 있는 보고서이며, 발표도 그 포맷이 정해진 보고서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에 대부분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각자 인생 경험이 정리된 이후에는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 스터디도 진행하였습니다. 다른 스터디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질문에 대응하는지를 관찰하며 서로 학습해 나갔습니다. 주로 이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자신의 인생 경험과 관련되어 출제되는 첫 번째 문제에서, 해당하는 경험을 찾을 수 없었을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스터디 조원들끼리 충분히 연습하여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고 판단한 이후에는 합격자 선배분들께 멘토링을 받았는데, 경험자분들의 디테일한 조언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꼭 부탁드려 몇 차례 받아보시기를 바랍니다.
면접준비가 마무리될 무렵에는 희망부서나 부서별 주요 현안, 시사 문제 등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여타 질문들에 대해서도 가볍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이런 질문들은 어디까지나 부차적인 것들이므로 너무 큰 신경을 쏟지 마시고 직무역량면접과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 위주로 탄탄히 준비해 나가시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일행과 재경은 거의 문제가 유사하여 같이 스터디를 꾸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기술직분들의 문제는 약간은 결이 다른 부분이 있어, 가능하다면 일행 및 재경분들끼리 스터디를 꾸리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3) 학원
우선 3차 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 2차 합격을 예상치 못한 상황이라 불안감에 등록하였지만, 제가 다시 선택을 한다면 저는 학원을 굳이 등록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어차피 우수와 미흡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매우 드문 시험이며, 그러한 효용에 비해서 비용은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학원 등록 이후 처음 몇 번의 강의는 여러 명이 있는 교실에서 강사님께서 한 명씩 모의면접 및 피드백을 진행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면접의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면접 및 피드백을 보며 강점과 약점을 보완할 기회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후반부에서는 전문가님과 1대1로 시간을 엄격히 정해놓고 실제와 거의 유사하게 모의면접을 진행하였고, 더 전문적이고 세밀한 코칭을 받았습니다.
이것들이 도움이 되었냐 하면,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하였습니다. 미경험자인 학생들끼리 꾸리는 스터디와는 별개로,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기관들에서 면접자들을 코칭해온 전문가분들만이 캐치하실 수 있는 세밀한 부분들에 대한 조언이 분명히 있기는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제 당락이 좌우되었는가, 아니면 이런 조언들을 통해 우수를 받을 가능성이 있었는가, 라고 한다면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정말로 내 성적이 불합격권인 것이 너무나도 확실하여 어떻게든 면접에서 우수를 받아야 한다는 분들께는 학원 등록을 권해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내가 면접을 너무 못해서 미흡을 받을 것 같아 학원 등록을 하겠다는 분들은 너무 지나친 걱정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4) 면접 당일
어색한 양복을 차려입고, 집에서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정부과천청사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앞번호를 배정받아 오전 중에 직무역량면접을, 오후 중에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면접시간이 아닐 때는 커다란 강당에서 대기하게 되는데, 이때 전자기기는 들고 들어갈 수 없지만 프린트한 자료들은 반입이 가능했기에 지금까지 정리해 왔던 자료들을 다시 한번 챙겨보며 마지막으로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 면접시간이 되면, 우선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보고서를 작성한 뒤에 버스를 타고 근처 시험장으로 이동합니다. 해당 시험장 밖에서 20분 정도 대기한 뒤에 실제 면접을 진행하게 됩니다.
직무역량면접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거의 정해진 내용의 보고서와 거의 정해진 내용의 무난한 질문과 무난한 답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특별히 압박 질문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었기에 별도로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습니다. 다만 직무역량면접이 끝난 뒤에, 희망부처가 어디인지, 또 희망부처에 배정받았을 경우 요즘의 사회변화를 고려하여 공무원으로서 어떤 자세를 추가로 가져야 할 것 같은지에 대하여 질문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은 먼저 경험 질문에서 제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출제되어 크게 당황하였습니다. 타인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여 교정한 경험에 대하여 물어봤는데, 준비하지 않았지만 군대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적당히 써낼 수 있었습니다. 경험 질문에서는 면접관분들과의 질의응답도 수월하게 진행되어 문제가 없었습니다.
다만 상황 질문에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수도권 – 지방 사이의 격차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 것인지, 즉 경제성과 지역균형발전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할 것인지 질문이 들어왔는데, 여기서 압박 질문이 계속 들어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못하여, 결국에는 “죄송합니다. 기회가 있다면 입직 후에 더 차분히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답변 드리며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면접에서는 남는 시간도 거의 없어 별도 질문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저도 압박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지만 미흡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현실적으로 3차 시험에 의해 당락이 좌우되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저는 3차 면접을 준비하는 기간에 불안감으로 인해 온 정신을 여기에 전부 다 쏟아 심신의 피로가 굉장히 컸고, 학원까지 다녔기에 금전적 지출도 상당했습니다. 여러분들은 마음 편히 먹고, 3차 면접에 대한 걱정은 최대한 내려놓으시고, 남들 다 하는 만큼만 하면 나도 못 할 것 없다는 자신감을 가지시고 임하시기를 바랍니다.
Ⅵ. 공부 관련 생활
1. 생활패턴
초기에는 규칙적인 생활패턴이랄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내킬 때 도서관에 나가 공부하고 내킬 때 자취방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정신을 차린 3순환 기간부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부를 하였습니다. 2차 시험 직전을 제외하면 일요일에는 일반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였습니다.
저는 인간이 환경의 동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지력으로 공부를 하려 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이 공부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공부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일 것입니다. 특히 저도 이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기 때문에, 저처럼 자기통제력이 약하신 분들은 학원이나 관리형 독서실, 생활 스터디 등의 도움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또, 수면에 대해서는, 저 같은 경우 수면량을 줄이면 바로 다음날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학원에서 돌아오면 바로 씻고 잠자는 식으로 매일 적어도 7~8시간 정도는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2. 체력 관리
저는 수험기간 중에 부담이 될 것 같아 별도로 운동을 하지는 않았고, 다만 최대한 있는 체력이라도 온존하기 위하여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자 하였습니다. 체력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수면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쯤에 공부에 흥을 내 수면시간을 줄여가며 무리하게 공부하다가 감기에 심하게 걸려 열흘간 거의 공부를 못하게 된 적이 있었는데, 역시 무리하지 않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Ⅶ. 마치며
3순환 기간에 3순환 수강을 포기하고 제 상황에 맞게 전략적으로 공부했던 것이 운 좋게 수험기간을 줄이는 비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은 써내고 보겠다는 마인드로 임했던 것이 부족한 실력에 비해 실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내가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내가 얼마나 시험장에서 써내느냐가 합불을 좌우하는 만큼, 모든 과정에서 답안 인출을 의식하면서 공부하신다면 공부가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지식은 내가 답안으로 써낼 수 없다면 무의미하다는 점을 언제나 명심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상으로 마치겠습니다.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도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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