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4년 행정고시 일반행정(전국) 직렬에 최종합격한 수험생 JOO입니다. 2019년 3월에 공부를 시작해 2024년 6월까지 총 5년 3개월 간 긴 수험생활을 했습니다. 이러한 제 경험이 미약하나마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처럼 학교 고시반에서 학원 강의를 인강으로 들으면서 공부하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취할 부분은 취하시고, 버릴 부분은 버리셔서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Ⅱ. 시기별 공부방법
1. 진입기(2019. 3 ~ 2020. 2)
저는 2019년 3월에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휴학을 한 상태로 학교 고시반에 처음 입반했습니다. 출신학과는 행정학과이기는 했지만 거의 전과목 노베이스에 가까운 상태로 입반해 모든 고시 관련 공부는 예비순환 인강으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처음 대학에 들어올 때부터 4학년이 되면 행정고시를 준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입 자체에 큰 고민은 없었고, 어학성적(TOEIC)과 한국사능력검정 자격증 역시 진입 직전 2018년도에 미리 취득해 두었습니다.
입반 이후 3월부터 한림법학원 행정법, 경제학, 정치학, 행정학 예비순환 인강을 차례차례 수강하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학부에서 수강한 적이 있었음에도 행정법과 경제학은 마치 외계어를 처음 공부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강사님들께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 주시기는 했지만 수업 내용 중에 알아듣는 내용이 전체의 50%도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번 진도를 따라가 보자는 생각에 예비순환을 꾹 참고 모든 과목을 완강했습니다. 지나고 보면, 그때는 이해가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한 번 들어본 것과 아예 듣지도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예비순환, 1순환은 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순환이기 때문에 이때 강의는 웬만하면 빼먹지 마시고 꼭꼭 완강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여름에는 한림법학원 PSAT 선생님들께서 직접 학교로 오셔서 기본강의를 해주셨고, 이때 PSAT 공부를 실질적으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언자상 과목 중 저는 언어논리에 가장 자신이 있는 편이었는데, 이나우 선생님의 기본강의를 통해 기호화 파트를 한 번 다듬고 나니 조금 있던 기복마저 거의 사라져 언어논리는 수험생활 내내 저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습니다. 매우 약하고 막막했던 자료해석도 석치수 선생님의 기본강의를 듣고 나자 어느 정도 공부할 방향이 잡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본인이 아무리 PSAT형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도 기본강의는 한 번쯤 필수로 들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험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지면서 기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김유향 선생님의 헌법 기본강의를 통해 헌법에도 첫 발을 들였는데, 이때 열심히 강의를 따라가서 기본을 다져놓은 결과, 이후 모의고사에서도 단 한 번도 헌탈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헌법 기본강의를 듣지 않고 PSAT 집중기간에 기출문제 양치기를 통해 헌탈을 겨우 면하는 분들을 많이 보았는데, 매번 PSAT 기간마다 가슴을 졸이느니 차라리 기본강의를 한 번 제대로 수강해 기초를 잘 다져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10월~ 12월에는 2차 과목은 거의 하지 않고 혼자서 PSAT 기본강의 내용을 복습하며 체화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다음 해 1월부터는 고시반 실원들 몇 분과 함께 스터디를 구성해 매일 모강 1회씩을 풀며 다가오는 PSAT을 준비했습니다.
2. 방황기(2020. 5 ~ 2022. 3)
전년 10월부터 열심히 PSAT 위주로 준비해온 것이 무색하게, 코로나 19로 인해 갑자기 시험이 연기되는 악재가 생겼습니다. 이때 불과 시험 3일 전쯤에 연기가 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시험일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던 터라 맥이 탁 풀리고 김이 샜습니다. 그래서인지 5월에 겨우 치른 PSAT 결과는 슬프게도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합격선에서 3문제 차이로 불합격하게 된 것입니다.
저는 원래 목표가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집중을 잘 못하는 근시안적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때부터 공부에 대한 의욕이 너무나 떨어졌습니다. 차마 다음 해 PSAT때까지 이때까지 해온 대로 열심히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2년 후 2022년에 PSAT 첫 합격을 할 때까지 부진정 고시생의 삶을 살게 됩니다(2021년에는 더 큰 점수 차이로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특히 2차 과목 중 경제학 외에 다른 과목은 거의 방치하다시피 했습니다. 그나마 경제학은 제가 좋아하는 과목이라서 황종휴 선생님의 연습책, 임봉욱 교수님의 교과서 등등을 꾸준히 풀었고 이것이 거의 유일한 제 고시공부였는데, 이때 열심히 해 둔 덕분에 오히려 나중에 합격시기에는 경제학에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고 다른 과목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효과를 얻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혹시 공부가 너무 안 되어 몇 달 정도 중간에 쉬고 싶은 생각이 드시더라도 경제학만큼은 놓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3. 실력상승기(2022. 3 ~ 2023. 6)
2021년에도 PSAT에서 떨어지고 난 후, 직렬을 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깊은 고민 끝에 양성평등 가산점이라도 받아 합격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재경으로 직렬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2022년 PSAT을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격리된 상태로 과천 인재개발원에서 보게 되는 악재가 겹쳤음에도, 그해 처음으로 1차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정작 2022년에는 재경직렬 양성평등 가산점이 없었던 것이 함정입니다.). 다만 다시 돌아간다면, 1차 합격만을 위한 직렬 변경은 지양할 것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2차 합격이지 1차 합격 여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1차를 여러 번 떨어지는 분들 중에 소수직렬로의 변경을 고민하시는 분들을 많이 보았는데, 합격 컷에서 너무 먼 점수가 아니시라면 웬만하면 하던 직렬을 그대로 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변경해서 최종합격까지 가는 사례를 많이 보지 못했고 오히려 대부분은 수험기간만 길어지게 하는 원인이 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찌 되었든, 처음으로 얻은 2차 기회인만큼 저는 이를 최대한 살리고 싶었기에 처음 달려보는 3순환임에도 스케줄을 가득가득 욕심껏 짰습니다. 매일 경제학 정선문제집과 연습책을 하루에 20개씩 푸는 스터디에 들어갔고, 재정학과 국제경제학도 황종휴 선생님의 직전 년도 1순환 강의를 3월에 미리 수강하며 3순환 강의에 대비하고자 했습니다. 다만 가진 실력에 비해 스케줄이 너무나 버거워서 3순환 중간부터는 날림으로 푸는 문제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또 행정학 기간에는 박경효 선생님의 직전년도 예비순환, 1순환 강의 필기노트를 통째로 외우는 스터디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인 헛수고였던 것 같습니다. 외우는 과정은 너무 고통스러운데 막상 현출은 현출대로 안 되는 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겨우 치른 첫 2차 시험 결과는 역시 형편없었습니다. 경제학은 60점대, 행정학은 40점대, 행정법은 과락이었습니다. 그나마 재정학이 70점대여서 위로가 되어주었습니다.
이러한 첫 3순환 경험은 저에게 몇 가지 교훈을 주었습니다. ‘첫째, 경제 관련 과목 외에 다른 과목들은 답안작성 연습을 무조건 해야 한다. 둘째, 3순환 기간에 눈에만 바르는 공부는 소용이 없다. 셋째, 처음부터 오버페이스로 달리면 5월 말쯤에는 퍼지게 된다. 넷째, 재경 직렬에서 경제학을 웬만큼 잘하는 것으로는 별 이득이 없다.’입니다. 또한 2차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너무나 막연했던 것들이 3순환에서의 시행착오를 통해 어느 정도 명확해지면서 길이 보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과목별로 무엇을 어떻게 보충하고 어떤 방식으로 공부해야 점수가 오를 것인지 방향이 잡혔습니다. 이것을 잊지 않기 위해 개인 플래너에 마구 휘갈겨 적어두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여러분도 첫 2차 시험에서 합격하지 못하셨더라도 첫 3순환에서 겪은 소중한 경험들을 잘 정리해서 공부방향에 반영하시면 정말 큰 폭의 실력상승이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후 2023년, 2024년에는 합격 컷보다 꽤 높은 점수로 계속해서 PSAT에 합격하게 되어 1차 걱정은 크게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19년 기본강의를 들은 후 1~2월 PSAT 기간 외에는 따로 PSAT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계속해서 점수가 오른 이유를 되짚어 보면, PSAT 기간에 모강 스터디에서 매일 실전운영 연습을 통해 정답률을 높이고 스터디원들과 오답 리뷰를 충실히 했던 것이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2023년 일반행정(전국) 직렬로 다시 돌아와 맞이한 두 번째 3순환 기간에는 2022년의 실패를 기반으로 더 나은 계획을 짤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은 하던 대로 3순환 강의진도에 맞추어 황종휴 선생님의 연습책과 정선문제집을 풀었고, 직전년도에 과락을 맞은 행정법은 3순환 모의고사 풀이 스터디를 통해 답안연습을 많이 하는 방향으로 공부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경제학과 행정법에 집중하다보니 논문 과목에 집중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결국 두 번째 2차 시험에서 합격 컷보다 평균 1점 낮은 점수로 불합격하는 쓰디쓴 결과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4. 최종합격까지(2023. 10~ 2024. 6)
이번엔 어쩌면 합격할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있던 터라 불합격의 맛은 더욱 썼습니다. 또, 소수탈하는 분들에 비하면 큰 차이지만 그래도 평균 1점차이로 떨어졌다는 충격은 저를 계속해서 괴롭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거의 다 왔다!’라는 생각 역시 들었습니다.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잘 준비해서 내년에 꼭 끝내야겠다는 다짐으로 10월부터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이때,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계획을 그동안 해온 것과는 다르게 바꾸었습니다. 먼저 행정법과 경제학을 10월부터 12월 사이에 미리 최대한 잡아둔 후 3순환 기간에는 행정법, 경제학에 투자하는 시간을 많이 줄여 세이브한 시간을 논문 과목 답안작성 연습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10월~12월에는 시중의 사례연습책을 가지고 하는 행정법 진도별 목차 스터디, 경제학 연습책 ‘상급’문제 복습 스터디를 구성했습니다. 이에 더해, 저는 행정학이 너무 자신이 없던 터라 박경효 선생님의 2순환을 남는 시간에 인강으로 수강하고 혼자서 답안을 오픈북으로나마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후 1~2월에는 매년 해오던 대로 PSAT 실전모강 문제풀이 스터디를 구성해 실전운영 연습을 계속 하며 김유향 선생님의 헌법 기출문제집을 1회독 하였습니다. 2차도 완전히 놓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는 시간에는 행정법 정리노트를 혼자서 암기했습니다. 이후 안정적인 1차 가채점 점수를 받고 2차 공부를 본격적으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때 특기할만한 점은 매해 경제학 문제풀이에 많은 시간을 쏟던 3월이었지만, 이번에는 경제학 문제풀이를 거의 하지 않고 그 시간을 다른 과목 공부에 할애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다소 위험한 공부방법일 수 있지만, 저는 이렇게 하는 것이 평균점수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경제학은 이미 직전 해에 83점을 받은 만큼 더 올릴 수 있는 점수에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 투입을 거의 하지 못한 논문 과목은 조금만 투입을 늘리더라도 점수가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적중해 2차 시험장에서 매해 10장을 다 채우지 못하던 논문 과목이었는데 이번에는 정치학과 행정학 모두 10장을 꽉 채울 수 있었습니다. 경제학 역시 4-2)문을 통째로 백지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합평정도로 방어할 수 있었고, 행정법 역시 괜찮은 점수를 받아 5년 만에 최종합격이라는 기쁜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Ⅲ. 과목별 공부방법
1. PSAT

저는 PSAT으로 꽤나 고생을 한 편입니다. 진입 당시 PSAT을 처음 풀어보았을 때 자료해석 점수가 30점이 나와 진입해도 되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을 했었고 실제로 초시, 재시 때 1차를 떨어진 것이 제 수험기간이 장기화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2019년 여름부터 기본강의를 실강으로 수강했고, 9월부터는 자료해석 위주로 강사 기본서를 복습하였습니다. 그 이후에는 PSAT 기간(1, 2월)을 제외하고는 PSAT 공부에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매해 1~2월에는 PSAT 기출 및 모강풀이 스터디를 조직해 하루 종일 1차 공부에만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2022년부터는 실력이 많이 올랐고, 최종합격한 해에는 전국모의고사에서 3등으로 장학금도 수상했습니다.
1) 헌법
2019년 여름에 김유향 선생님의 기본강의, 겨울에 모의고사 해설강의를 수강하였으며 그 이후 따로 기본강의는 복습하지 않았습니다. 매년 PSAT 기간에는 1월 중순부터 저녁에 시간을 내어 김유향 선생님의 기출문제집과 모강을 1회독씩 하고 최신판례 강의를 직전에 수강한 후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상당히 과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3년차 이상이시라면 시험 직전 2~3주 정도만 공부하고 들어가도 헌탈할 확률은 매우 낮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공부하시면 좋겠습니다.
2) 언어논리
언어논리의 경우 첫 집PSAT때 높은 점수가 나와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호화 등 논리파트에 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이나우 선생님의 PSAT 기본강의를 2019년에 1번 수강하였습니다. 운영 측면에서는 논리 문제를 일단 모두 패스하고 독해 문제를 다 푼 후 남은 시간에 논리 문제를 여유 있게 푸는 방법이 저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3) 자료해석
자료해석의 경우 제가 가장 못하고 자신 없던 과목이었으며, 실제로도 저를 매우 오랫동안 괴롭혔습니다. 제 PSAT 공부의 대부분은 자료해석과의 싸움이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강의에서 보여주시는 화려한 스킬들은 아무리 따라해도 체화가 잘 되질 않았고 계산속도도 너무 느려 이를 개선하려고 애를 썼지만 오히려 정답률이 떨어질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결국 제가 찾아낸 방법은 (뻔하지만) 문제 수를 30~32개 정도로 적게 풀더라도, 푼 문제는 거의 다 맞을 수 있도록 정답률을 끌어올리는 전략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원래 쓰던 검정색 볼펜도 삼색펜으로 바꾸고, 놀고 있는 왼손으로 찾아야 하는 정보의 위치를 표시하는 등 가시성을 높여 실수를 줄이는 연습을 2023년부터 PSAT 기간 스터디 내내 했습니다. 또한 시간 효율화를 위해 모강풀이 때 제가 아예 건드리지 않은 문제는 오답노트도 하지 않고 넘겼습니다. 어차피 실전에서도 건드리지 못할 문제는 버리고 제가 풀 수 있는 문제나 잘 찾아서 맞히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시험운영 측면에서는 ㄱ, ㄴ, ㄷ 문제를 먼저 찾아서 풀고, 번호선지형 문제는 나중에 푸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면 ㄱ, ㄴ, ㄷ문제에서 많이 나오지 않은 번호를 번호선지형을 풀 때 먼저 확인할 수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전략이 통했는지 점수가 2023년부터 급격히 올라 합격하던 해에는 아주 높은 점수는 아니지만 80~85점 정도 사이에서 안정적으로 성적이 나오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4) 상황판단
상황판단은 공부하기 매우 난해하다고 많은 분들이 생각하시지만(특히 퀴즈 문제), 기본적인 유형을 이해하고 정형화된 풀이방법을 익힌다면 하방 방어는 의외로 수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박준범 선생님의 기본강의를 먼저 수강해 유형별 풀이방법을 익힌 후에는 혼자 문제를 풀며 복습했습니다.
강의와 문제풀이를 통해서 어느 정도 스킬이 체화되었다면, 퀴즈 문제 중에서 본인이 도저히 풀 수 없는 유형의 문제들이 혹시 있는지 고민해 보시고, 그런 문제를 걸러내는 선구안을 기를 수 있도록 운영연습을 반복하시다 보면 점수가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경우 야구 관련 문제, 퀴즈 중 천재형 문제(ex. 왕이 돈을 나눠주는 문제), PERT 등이 절대 제가 극복할 수 없는 유형이라 생각해 모두 버리고 제가 풀 수 있는 문제들에만 집중했습니다.
5) 소결
요약하면 결국 PSAT 세 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스킬들이 어느 정도 체화된 상태라면 운영연습을 지속적으로 반복해 푼 문제 정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풀 수 없는 유형 극복에 집착하지 마시고 현실적으로 풀 수 있는 문제만을 골라 최대한 정확하게 풀어내는 그 연습에만 집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2. 2차 과목
1) 개괄
2년 연속 1차 불합격의 여파로 인해 2019~2021년에는 경제학을 제외한 다른 2차 과목을 제대로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때 경제학 공부에 재미가 붙어 열심히 해 둔 것이 수험기간 내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습니다. 경제학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이후에는 경제학을 잠시 놓고 다른 과목을 공부하더라도 쉽게 휘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벌어둔 시간을 순차적으로 행정법, 논문 과목에 투자해 차례차례 성적을 끌어올려 최종합격하게 된 것 같습니다. 경제학을 먼저 어느 정도 완성하고 다른 과목에 투자하시는 방법을 매우 추천해 드립니다.
2) 경제학
2019년 황종휴 선생님의 예비순환, 1순환을 수강하며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때는 경제학 베이스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정보들을 받아들이려다 보니 문제풀이는커녕 하루하루 수업을 따라가려고 허덕이다가 끝났던 것 같습니다. 1순환을 완강한 이후에도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50%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황종휴 선생님의 1순환을 재수강, 삼수강해 1순환만 3번들은 끝에 기본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를 겨우 마쳤습니다. 그 이후 혼자 연습책을 꾸역꾸역 1바퀴 돌렸지만 답지를 보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막막한 마음에 2020년 말에 연습책 복습과 임봉욱 교수님 교과서 문제를 푸는 스터디를 결성해 공부를 했는데, 특히 미시경제학 실력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 같습니다. 너무 어렵고 버거웠지만 매일 주어진 문제를 소화해내며 강의만으로는 알 수 없는 세부적인 스킬을 익힐 수 있었고 강의에서 배운 이론적 내용들을 문제로 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김영산/왕규호 교수님 저 교과서 연습문제도 1회독 하였습니다.
거시경제학은 문제풀이에 들어가기 전에 혼자 트리니티 내용 빈칸 테스트지를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이론 이해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따로 교과서 회독을 하지는 않았고 문제풀이도 황종휴 선생님의 교재들로만 했습니다. 솔직히 2차 출제 트렌드상 미시경제학에 비해서는 공부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2차를 붙기 시작한 2022년부터 3순환기간에는 황종휴 선셍님 강의 필기노트만을 구해서 거기에 적혀있는 진도대로 정선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시간이 빠듯해 강의를 수강하지는 않았습니다. 2024년 3순환 기간에는 다른 과목을 챙기느라 경제학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공부한 것이 날아가지는 않아서 다행히 점수방어에 성공했습니다.
3) 행정법
2019년에 예비순환, 1순환을 수강하며 행정법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접할 때 가장 난해한 2차 과목이 바로 행정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학부에서 행정법 강의를 어느 정도 듣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수험 과목으로 행정법은 매우 낯설었습니다. 1순환이 끝난 후 암기집 외우기 스터디를 했지만 별 효용이 없었습니다(내용 이해도 다 되지 않은 상태였으니 당연합니다.). 목차잡기 스터디는 그래도 조금 효용이 있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더 진행하지 못하고 행정법을 계속 방치해두다가, 친구와 전년도 3순환 모의고사를 구해 함께 답안을 작성하고 서로 첨삭해주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이때 행정법 실력이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3순환 때는 강의수강과 3순환 모의고사 풀이 스터디를 병행했습니다. 2023년 말에는 각론을 인강으로 보강하며 목차잡기 스터디를 병행하였습니다. 2024년 3순환에는 정리집 암기를 그동안 해왔던 쓰기방식이 아닌 말로 암송하는 스터디를 했는데, 의외로 효과가 꽤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러한 일련의 공부과정에서 추가하거나 수정할 내용을 바로바로 암기노트에 가필하는 형식으로 단권화를 해온 터라, 시험 직전에는 가필된 암기노트를 달달달 다시 한번 외우고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행정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맨 처음 ‘문제의 소재’ 목차에서 논점을 빠짐없이 논리적으로 써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충실히 하면 따로 목차 초안을 작성할 필요도 없어집니다. ‘문제의 소재’에 쓴 흐름 그대로 답안지 목차를 바로바로 구성해 나가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아무리 검토의 중요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더라도 포섭만큼은 충실히 논리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일반론이나 판례에서는 다른 수험생과의 차별화가 매우 어렵지만, 포섭 부분에서는 자신의 논리와 legal mind를 잘 보여줌으로써 가점을 챙겨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4) 행정학
제 전공이기도 한 행정학은 수험기간 내내 제가 가장 싫어했던 과목입니다. 싫어하니까 더 안하게 되고, 못하니까 더 싫어하게 되는 악순환에 매우 오랫동안 빠져 있었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행정학을 극복하게 된 계기는 바로 박경효 선생님의 2순환 수업과 답안작성 스터디였습니다. 2순환 강의를 통해 그동안 머릿속에 정돈되지 못하고 날아다니던 행정학 개념들을 딱 답안에 쓸 수 있을 정도로만 압축할 수 있었고, 이를 답안작성 스터디에서 확인하면서 공부에 재미를 붙여 나갔습니다. 또, 마지막 3순환 기간에는 그동안 작성해 두었던 답안들을 바탕으로 나만의 모범답안 단권화 서브노트를 만들어 짬이 날 때마다 읽었습니다. 그 결과 매년 저공비행하던 행정학 점수가 합격하던 해에는 꽤 높게 나왔습니다.
행정학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암기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어느 정도 내용 이해가 되었다면 빠르게 답안연습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번 써보시면 아시겠지만, 행정학의 경우 문제의 발문은 달라도 결국 답안지에 쓰는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큰 주제 몇 가지가 매년 반복되어 출제되는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답안연습을 빨리 하면 할수록 이러한 정형화된 답안패턴을 익히고 공부할 양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됩니다.
5) 정치학
정치학은 제가 가장 투입을 적게 한 과목입니다. 김희철 선생님의 커리를 따라가면서 마지막 3순환 기간에 답안특강 수강 및 답안작성 스터디를 1회 한 것이 전부입니다. 그에 비해 점수는 2023년과 2024년 모두 합평 이상으로 꽤 좋았습니다. 그 이유를 짚어보면, 잘 모르는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최대한 아는 이론들을 동원해서 하나의 논리적인 글을 구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교수님들께 좋게 평가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치학 역시 행정학과 마찬가지로, 답안작성 연습을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론만 눈으로 읽으면서 공부하고 있으면, 어떤 것이 답안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고 어떤 것이 그렇지 않은 부분인지 구별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비순환, 1순환을 듣고 내용 이해를 어느 정도 한 상황이라면 오픈북으로라도 답안을 작성해 보시기바랍니다. 또, 정치학은 양을 늘리자면 한없이 늘릴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스스로 경각심을 가지고 선생님께서 정리해 주시는 파트만큼만 공부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3순환 때는 곁가지를 모두 쳐내고 김희철 선생님의 펀더멘탈 3순환 교재만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Ⅳ. 3차 면접
처음 맛보는 2차 합격의 기쁨도 잠시, 수험기간 내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던 3차 면접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저는 대학교도 정시로 들어왔고, 취업준비를 해본 적도 없는 터라 아르바이트 면접 빼고는 제대로 된 면접이라는 것 자체를 인생에서 처음 경험해보게 된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 2차에 합격할 많은 행시생들이 저와 같은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선배님들이 두려워 할 필요가 하나도 없다고 했던 말들이 무슨 뜻이었는지 준비하다보면 금방 알게 되실 것입니다. 이 수기 역시 여러분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1. 3차 면접 개괄
행정고시 3차 면접은 크게 공직가치•인성면접/직무역량면접의 2가지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룹토의면접이 있었지만, 사실상 폐지되었고 앞으로도 다시 부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또, 두 유형의 면접 모두 수험생 1명과 면접관 2분이 1:2로 진행하게 되는데, 면접관 2분은 교수 1분, 국장급 실무자 1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수험생은 면접 당일 한 조 당 5~6명씩 조를 배정받게 되며, 일반행정(전국) 직렬의 경우 19조 정도로 구성됩니다. 6명이 조인 경우, 1, 2, 3 / 4, 5, 6번 중 번호를 임의로 배정받게 되며, 1~3번 수험생들과 4~6번 수험생들은 다른 대기실에서 대기하게 됩니다. 1~3번 수험생들의 경우 오전에 공직가치•인성면접, 오후에 직무역량면접을 치르게 되며, 4~6번 수험생들의 경우 반대입니다. 면접은 1, 4번 → 2, 5번 → 3, 6번순으로 치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앞 순서일수록 대기시간이 짧고 귀가시간이 빨라서 좋다고들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면접은 두 유형 모두 보고서를 30분 동안 미리 작성한 후 면접장에 들어가게 됩니다. 먼저 공직가치•인성면접의 경우 총 3문제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한 문제당 8줄 정도로 간단하게 답변을 작성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직가치•인성면접의 경우에는 보고서를 면접장에 가지고 들어갈 수 없으므로 자신이 쓴 답변을 어느 정도 외워야 합니다.
직무역량면접의 경우 총 21줄의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는데, 이 보고서는 면접장에 직접 가지고 들어가 이를 바탕으로 5~6분 정도의 간단한 발표를 한 후 질의응답을 진행하게 됩니다(발표시간 포함 면접시간 총 40분).
면접준비는 보통 스터디를 구성해서 진행하는데, 크게 1) 학원에서 알던 분들과 스터디 구성, 2) 학교 고시반원들과 스터디 구성, 3) 합격자 선배님들께서 하는 면접 스터디 동아리 ‘이음’에 QR로 신청해서 스터디 구성을 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고시반에서 공부를 해온 터라 학교 고시반원들과 함께 면접 스터디를 구성해 한 달 동안 연습했습니다.
2. 면접준비 기간
발표 당일 저녁에 많은 분들이 신림동에서 진행하는 면접 OT에 참여해 대략적인 면접 진행방식, 준비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오십니다. 저 역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어 신림에 가서 OT를 들어야 하나 고민했지만, 학교에서 작년 합격자 선배님들이 ZOOM으로 간단한 설명회를 열어주신 덕분에 그것으로 갈음했습니다. 다만 OT의 내용은 다 대동소이하고, 제가 위에 적은 개괄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반드시 들으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또, 면접 스터디와 실제 면접에서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 중 모양자, 투명 A4보드, 손목시계 or 스톱워치, 볼펜, 화이트 정도는 미리미리 사두시면 편합니다.
이후에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초청강사 특강을 2번 정도 들었지만 솔직히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고, 고시반 실원들과 함께 스터디를 구성해서 한 달 내내(올해는 일정상 면접준비 기간이 1달 정도로 길었습니다.) 보고서작성 연습, PT발표, 질의응답 연습을 했습니다. 이 스터디는 개인적으로 매우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여러분께서도 다른 면접준비는 안 하시더라도 스터디를 통한 보고서작성 연습, 질의에 대한 답변 연습 정도는 반드시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주말에 학교에서 합격자 선배님들께서 진행하시는 모의면접에 총 3회 참여해 정장도 미리 입어보고, 실전처럼 1:2 면접도 하는 등 실전연습을 했습니다.
이렇게 총 3주 정도 진행하니, 점점 실력이 늘어 처음에는 거의 모든 질문에 당황해 한참 고민하다 겨우 답하던 제가 나중에는 무엇을 묻든 임기응변으로 바로바로 대처하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우수한 사람이라 그렇게 된 것이 결코 아니고, 3차 면접 자체가 굉장히 정형화되어 있어 어느 정도 반복하면 질문이나 답변이나 다 어느 정도 대동소이해지기 때문입니다.
3. 면접 당일 복기
1) 면접 전날
저는 면접용 메이크업과 헤어 세팅을 혼자 깔끔하게 할 자신이 없어 미리 강남에 샵을 당일 새벽 5시로 예약해 두었습니다. 당일에 생각보다 일찍(8시 20분까지) 과천정부청사에 도착해야하기 때문에, 샵을 예약하실 분들은 모두 저처럼 최대한 빠른 시간대로 잡으시는 것이 심적으로 편하실 것입니다. 또, 5시 예약에 늦지 않기 위해 신논현과 강남역 중간쯤에 숙소를 잡고 1박을 했습니다. 샵에서 집이 좀 머신 분들은 당일 집에서 샵까지 바로 가려고 계획해두면 마음이 많이 불안하실 수도 있으니 저처럼 아예 샵 근처에서 주무시는 것을 강력 추천합니다. 또, 저는 헤어 세팅을 승무원 스타일 올림머리로 받았는데 생각보다 막상 이렇게까지 하고 오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 좀 당황했습니다. 여성분들 머리는 그냥 자연스럽게 포니테일로 묶는 것이 제일 무난한 것 같습니다.
2) 면접 당일
(1) 입실 전
일찍 샵에서 메이크업과 헤어세팅을 받고 강남역에서 택시를 타고 정부과천청사역으로 출발했습니다. 다만 택시는 청사 안까지 들어갈 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역 근처 스타벅스(11번 출구 앞)에서 내렸습니다. 스타벅스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커피도 한 잔 마셨습니다. 또 스타벅스 바로 근처에 김밥집이 있어 점심으로 먹을 김밥 1줄도 샀습니다.
7시 50분쯤에 맞춰 청사 셔틀버스를 타러 갔는데, 합격 후 각종 신용카드 및 마이너스 통장 관련해서 서류작성을 요구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있으시면 기쁜 마음으로 하시고 내키지 않으시면 그냥 버스에 바로 탑승하시면 됩니다.
청사에서 내리면 자기 면접 조 번호 및 순서에 따라서 대기실로 가게 되는데, 대기실이 생각보다 좀 추운 느낌이었습니다(10월 말 기준). 핫팩을 미리 챙겨가시면 체온유지 및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저는 오전에 공직가치•인성면접, 오후에 직무역량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8시 50분쯤부터 간단한 진행방식 설명 및 평가표 필적확인란 작성을 했고 잠시 후 보고서 작성을 위해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2) 면접 복기
① 공직가치•인성면접
보고서 작성 장소는 크지 않은 대학교 강의실처럼 생긴 곳이었고, 갔더니 흥겨운 노래가 틀어져 있어서 조금 당황했습니다(보고서 작성 때는 꺼주셨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마친 이후에는 약 20분간 복도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대기하였고, 입실 5분 전에는 자신이 들어갈 방 앞에 마련된 의자에 각각 앉아 대기합니다. 입실시간이 되면 차임벨이 울리고, 이에 맞추어 노크 후 들어가게 됩니다.
저는 의식적으로 긴장을 풀기 위해 옅은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고, 들어가서 자리에 앉기 전에 자연스럽게 면접관분들과 눈을 맞추며 “안녕하십니까.”라고 간단히 인사했습니다. 면접관님 중 한 분께서(아마도 국장님으로 추정됩니다.) 아침식사는 했냐고 하시며 함께 웃으며 받아주셔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공직가치 인성면접 문제는 총 3문제로,
1번: 조직 내 정보공유가 잘 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경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 및 해결과정
2번: 보호출산제에 대해 찬반입장 선택(찬성논거로는 아동유기 방지 필요성, 반대논거로는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출산, 아동권리보호 등이 제시)
3번: 다문화 교사채용 찬반입장 선택(찬성논거로는 포용적 사회 이행 필요성, 반대논거로는 학부모의 심리적 거부감 및 다문화 교사의 역량문제 등이 제시)으로 출제되었습니다.
제가 스터디 때 종종 썼던 경험이 운 좋게도 딱 들어맞는 것 같아 그 경험을 그대로 썼고(아르바이트 중 있었던 일), 2번과 3번은 모두 찬성입장으로 썼습니다.
1번 문제의 경우 큰 목차로는 ‘상황개요-해결과정-나의 역할’ 3가지로 나누어 작성하였고, 2번과 3번은 모두 단계식 목차(1단계, 2단계, 3단계 등으로 나누어 단계별 대응방안 서술하는 방식)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것 같아 큰 목차로 ‘판단-판단근거-보완 및 후속대책’으로 나누어 작성하였습니다.
[1번 문제] 조직 내 정보공유가 잘 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한 경험,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 및 해결과정
[질문 및 답변]
- Q) 작성하신 상황 내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A) 대학교 학사팀에서 수강신청 담당자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학과에 연락할 일이 많았는데 학과 조교 중 누가 연락 담당자인지 정리된 명단이 없어 곤란했던 상황을 설명
- Q) 그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A) 임의로 학과 선생님들께 개별적으로 메신저로 연락해 담당자가 누구인지 알아낸 후, 이를 간단한 엑셀파일로 작성해 나의 업무편의 도모 및 후임자의 업무수행이 편하도록 리스트를 업데이트 해두었음.
- Q) 이러한 상황이 원론적으로 왜 발생했다고 생각하는지? A)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인사팀에서 업무 담당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파악하고 자료를 제공하는 등의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됨(이 부분에서 면접관님 중 한 분께서 고개를 크게 끄덕하셨습니다.), 차후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시스템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함.
- Q) 그런 시스템을 만들더라도 계속 담당자가 변경되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할 텐데? A) 그럴 것으로 생각됨. 그렇기 때문에 학기별로 1번씩 주기적으로 인사팀에서 변경사항을 파악해 리스트를 업데이트하는 등의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 Q) 앞으로 입직 이후에도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이러한 정보공유로 인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A) 그 경우에도 이 상황에서 한 것처럼 적극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공유하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등의 노력을 할 것임.
[2번 문제] 보호출산제에 대해 찬반입장 선택
[질문 및 답변]
- Q) 찬성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A) 공공가치 중 민주성 등을 들어서 설명(보고서에 작성한 내용을 외워서 말했는데 정확하게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 Q) 이 문제와 관련된 유관부처가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A) 출산은 임부와 아이의 건강과 관련된 문제이며 복지와도 관련이 있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모성보호 및 출산율과 관련이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여성가족부도 유관부처가 된다고 생각함.
- Q) 이 과정에서 충돌할 수 있는 공직가치들을 제시한다면? A) 효율성과 민주성이라는 가치가 단기적으로는 충돌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부합할 가능성이 있다는 쪽으로 설명
- Q) R&D 연구를 지원한다고 쓰셨는데 이거는 정책입안 단계에서의 연구지원인 것인지 아니면 정책 효과성 측면에서의 연구지원인 것인지? A) 제가 보고서에 작성한 취지는 정책입안 단계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R&D 연구로 생각하고 작성하였음.
2번 문제는 굉장히 빨리 지나가서 이 외의 질문들은 크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대부분 발생 가능한 문제, 해결방안 등 굉장히 원론적인 질문들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번 문제] 다문화 교사채용 찬반입장 선택
[질문 및 답변]
- Q) 찬성으로 선택한 이유 A) 역시 공직가치를 들어 설명(보고서에도 공직가치 내용 작성) 포용성과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설명.
- Q)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이익집단이 있다면? A) 학부모단체, 기존 교사단체, 임용준비생 집단 등 제시
- Q) 만일 이러한 이익집단 간 갈등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 상대집단을 정책과정에서 배제해야 하는 정당성 없는 집단이라고 공격한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 A) (처음으로 막힌 질문, 잠시 생각하고 답변드리겠다고 한 후 20초 정도 생각 후) 일단은 왜 상대집단이 정당성 없는 집단인지에 대한 설명을 공청회 등을 통해 청취한 후 판단하겠다고 답변.
- Q) 그 판단기준으로는 어떤 것을 들 수 있는지? A) (또 한 번 막힘, 생각할 시간 달라고 했더니 면접관님께서 살짝 웃으시면서 어려운 문제긴 하다고 말씀하심.)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당장 떠오르지 않지만 어쨌든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는 정부가 어느 정도 주도권을 가지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
[추가 질문과 답변]
- Q) 만일 본인이 공직에서 원하는 업무를 하지 못하고, 전혀 원하지 않던 업무에 배정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A) 그런 경우 일단은 대기하면서 맡은 바 업무를 공직자로서 충실히 할 것, 그 후 다시 업무를 재배치하는 때가 온다면 그때 인사담당자를 찾아가 원하는 업무로 변경배치 가능한지 문의할 것.
-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원하지 않는 업무만 맡게 된다면? A) 그렇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직자로서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다할 것임.
이 정도로 공직가치•인성면접이 마무리되었고, 첫 시작은 좋았지만 뒤로 갈수록 답변이 충실하지 못했고 되는 대로 답변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다소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직무역량면접에서 잘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② 직무역량면접
올해 직무역량면접의 주제는 ‘온라인 암표 매매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방안 마련’(PT)과 ‘지적재산권 규제(창작자의 권리 보호)’(상황)였습니다. 평소에 제가 관심이 있던 주제라서 다행히도 조금 친숙한 느낌으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모의고사 때 연습하던 것에 비해서 문제점과 해결방안이 1:1로 바로바로 매칭되도록 자료가 구성되어서, 목차화가 굉장히 쉽다고 느꼈습니다.
[1번 문제] 온라인 암표 매매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규제방안 마련
저는 PT 발표 때 시계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발표에 방해가 된다고 느껴져서 스톱워치나 손목시계를 차고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다만 느낌상 발표를 길게 하지는 않은 것 같고 5분 내외로 발표를 한 것 같습니다. 평소 발표 때 말이 좀 빠르다는 피드백을 많이 들어서 이에 신경 쓰면서 차분하게 천천히 발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한 두 번 더듬거린 것 빼고는 무난하게 발표했던 것 같습니다.
[질문 및 답변]
- Q) 온라인 암표 시장도 어떻게 보면 경제논리에 의해 형성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왜 꼭 정부차원에서 규제해야 하는지 논거를 댄다면? A) 저는 그 이유를 대한민국 헌법에서 찾고 싶다. 우리 헌법은 정부가 문화창달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온라인 암표 매매는 문화예술을 향유할 일반 국민들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어 우리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 또한 문화컨텐츠는 일반적인 재화와는 다르고 국민의 삶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친다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일반 재화시장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함.
- Q) 암표를 구매해 본 적이 있는지?(웃으면서 물어보셨습니다.) A) 솔직히 1번 있다. 개인적으로 프로야구를 참 좋아하는데 얼마 전 표를 도저히 구할 수가 없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구매해보았다(역시 웃으면서 답변했습니다.).
- Q) 이렇게 암표매매를 규제하게 되면 오히려 효용이 감소하게 되는 집단이 있지 않을까? A) 아무래도 온라인 티켓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고령층 등은 오히려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 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동안은 웃돈을 주고라도 표를 구매할 수가 있었는데 암표 규제 시 직접 티켓팅에 참여해야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2번 문제] 지적재산권 규제(창작자의 권리 보호)
[질문 및 답변]
- Q) 보고서에 작성한 내용 말고, 본인의 진짜 지적재산권 보호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A) (당황) 굉장히 조심스럽고 현실에서는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서 정책방향을 설정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사실 최대한 규제 수준을 낮추고 AI 학습데이터에 대한 비식별화 조치만을 거치고 모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뒤쳐지지 않는 방향이라고 생각함.
- Q) 지적재산권 관련해서 문제에 제시된 정책 말고도 아는 정책이 있는지? A) 우리나라 정부에 국한해서 말씀하시는 것인지?
- Q) 다른 나라 정부 정책도 상관없이 제시해 본다면? A) EU의 AI법 제시, 굉장히 잘 입안된 법률이라 생각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참고해서 따라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함.
[추가 질문과 답변]
- Q) 지금까지 한 답변 중 아쉬웠던 부분에 대한 보완이나,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앞으로 배치받고 싶은 희망 부처에 대해 준비해 간 답변을 말함.
4. 면접 총평
오전, 오후 면접을 거치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생각보다 면접관님들은 작성된 보고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시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보고서를 보고 맞춤형 질문을 많이 하신다기보다는 미리 준비된 질문리스트 책자에서 뽑아서 하시는 질문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또, 답변이 다소 원론적이거나 알맹이가 없더라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으시는 것 같았습니다(물론 너무 동문서답을 하면 꼬리 질문이 계속 날아올 위험성이 있겠습니다.). 결국 질문 내용이나 답변 등은 다소 형식적인 것이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표정이나 태도 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이 완전히 이해되지 않거나 다소 어렵더라도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대처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Ⅴ. 수험생활 일반
사실 수험생활 내내 저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공부 자체의 어려움보다는 잘 지켜지지 않는 생활루틴 및 멘탈 관리였습니다. 특히 생활루틴과 관련해서, 저는 밤잠이 없고 아침잠이 매우 많은 저녁형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강의시간과 다른 수험생들의 패턴에 맞추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잘 지켜지지 않는 나와의 약속에 실망하고 자괴감을 느끼는 것 역시 멘탈에 너무나 해로웠던 것 같습니다. 결국 2023년 3순환부터는 생활패턴을 제 스타일대로 맞추되, 공부시간 총량제 생활 스터디를 결성하는 방식으로 루틴 관리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자고 일어나는 시간에는 크게 구애받지 않되, 일주일 동안 제가 달성하기로 결심한 공부 순공시간만큼은 지키고자 강제력을 부여하는 스터디였습니다. 이에 따라 조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더라도 제가 한 주 동안 정한 순공시간(3순환 기간에는 보통 50시간이었습니다.)만큼은 반드시 지켰습니다. 이렇게 러프하게 생활 관리를 하다 보니 멘탈적으로도 부담이 덜했고, 중간에 너무 피곤하면 1시간 정도 잠시 낮잠을 자는 것을 루틴화할 수 있어 체력 관리에도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처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생활이 버거운 수험생들이라면 이렇게 한 번 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Ⅵ. 나가며
흔히 고시는 운칠기삼이라고들 합니다. 나의 노력과 실력도 너무나 중요하지만, 또 그만큼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제가 긴 수험생활 끝에 다시 확인한 결론은, 노력하지 않는 자는 행운이 오더라도 이를 잡기가 어렵지만 노력하는 자는 아주 작은 기회라도 이를 잘 살려 크나큰 행운으로 만드는 능력이 따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합격까지 가는 길이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올라가는 길인 줄만 알았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평지를 걷는 것만 같은 제 실력에 실망하고 절망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니 합격까지 가는 길은 마치 계단을 올라가는 것과 같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을 들이고 노력을 투입해도 오르지 않을 것만 같던 실력이 어느 순간 작은 행운들의 도움을 받아 한 계단을 오르고, 다시 힘들게 노력하다가 또 어느새 한 계단 올라가다 보니 어느새 합격의 문 앞에 와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은 저보다 훨씬 빠르게 그 계단을 오르실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다만, 얼마가 될지 모르는 그 인고의 시간 동안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지 마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내가 가는 길이 곧 합격의 지름길이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하루하루 정진하다보면 그 날이 생각보다 금방 찾아올 것입니다. 제 남은 모든 기를 여러분께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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