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24년 5급공채 일반행정직 최종합격【P O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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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2024년 5급공채 일반행정직 합격자 POO입니다. 우선 저는 총 4년 6개월(본격 진입 전까지 포함하면 5년)의 공부 끝에 합격을 하였습니다. 제 합격수기를 통해 다른 수험생분들께서 시행착오를 덜 겪고 더 빠르게 이 시험을 붙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쓰겠습니다. 결국 고시생활은 결과론적으로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꼭 제 방법이 정답은 아니기에 여러분께 맞는 공부법이 있다면 유지하시되, 저의 방법은 단순 참고사항으로 여겨주시면 되겠습니다. 많은 수험생 여러분이 공부를 하면서 심적으로,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실 것입니다. 화려하게 반짝일 여러분의 미래를 생각하시면서 하루하루 묵묵히 공부하시다 보면, 여러분의 노력이 꼭 보상받는 순간이 올 것입니다.

Ⅱ. 시기별 공부

우선 저는 2020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공부했습니다. 엄밀히 말씀드리면, 2019년 2학기에 PSAT 기출을 3개년 정도를 풀면서 진입 여부를 고민했습니다. 당시 기준으로 합격 컷에 크게 모자라지 않는 점수가 나왔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고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5급공채 이외의 진로는 생각해보지 않았을 정도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기에, 조금 부족한 점수가 나왔어도 진입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하에서는 2020~2024년 시험을 기준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1. 2020년 시험 대비 기간(2020년 1월 ~ 5월)

저는 시험 진입을 결심하고 난 뒤, 2020년 1차 합격을 목표로 잡고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했습니다. 가장 먼저 김유향 선생님의 헌법 강의를 수강했고, 1~2월에 박준범, 석치수 선생님의 실전모강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영어 자격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이 시기에 토익을 보았습니다.(한국사는 이미 취득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당시에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2월 말에 예정되었던 1차 시험이 5월로 연기되면서 3개월간 1차와 2차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습니다. 2020년 1학기에 황종휴 선생님의 경제학 예비순환을 들으며 기초를 닦았고 동시에 학교 수업으로는 미시경제학, 거시경제원론을 수강했습니다. 이 시기 1차 시험 대비 강의를 듣지는 않았고, 최근 10개년 기출문제를 최대한 풀어보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준비 없이 들어간 당시 1차 시험에서 커트라인과 평균 5점 정도 차이로 불합격했습니다.

2. 2021년 시험 대비 기간(2020년 6월 ~ 2021년 6월)

2020년 1차 탈락 이후, 저는 2차 과목을 위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8월까지는 도서관에서 행정법 예비순환, 경제학 1순환 인강을 수강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행정법의 개념과 논리에 친숙해지는 데 가장 공을 들여 공부했습니다. 별도로 암기나 답안작성 연습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2020년 2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본격적으로 고시생활에 진입하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신림으로 갈지 본가(지방)에 내려갈지 고민했고, 저는 본가에 내려가서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코로나 시국 속에서 고시촌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스터디를 구하는 것이 생각보다 번거로울 것 같았고, 당시 제 실력으로는 답안작성과 피드백보다도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20년 8월 말부터 2021년 3월까지는 집 주변 스터디 카페에서 혼자 공부하며 1차와 2차 준비를 병행하였습니다. 이 시기에 2차 과목으로는 경제학 2순환, 행정법 1순환, 행정학 예비와 1순환, 정치학 예비와 1순환을 인강으로 수강하였고, 1차 과목은 상황판단, 자료해석만 인강으로 수강했습니다. 1차 직전에는 이나우, 석치수, 박준범 선생님의 실전모의고사를 혼자 풀어보고 백분위를 비교했습니다.

2021년 3월에 1차 시험을 보았고, 저는 75.8로 커트라인과 1문제 차이로 합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합격을 했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저는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시험지에 답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한 문제로 인해 제 점수가 75인지 75.8인지 불확실했고, 예상 커트라인도 제각기 달랐기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1차 합격 후에는 신림 고시촌에 방을 잡았고, 2차 대비를 하였습니다. 당시 저는 학원의 커리큘럼을 따라가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과 독서실에서 하루 종일 경제학 3순환, 행정법 2순환, 행정학 2순환을 인강으로 들으면서 최대한 진도를 따라갔고 행정학, 지방행정론만 3순환 실강을 들었습니다.

2차 직전까지도 행정법 3순환을 인강으로 수강한 후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시험장에 들어갔지만 ‘초심자의 행운’덕분인지 경제학 67점, 행정법 51점, 행정학 60점, 지방행정론 24점, 정치학 43점으로 당시 저로서는 만족스러운 점수를 얻었고 2차 컷과 약 1.5점 차이로 떨어졌습니다. 돌이켜 봤을 때, 지나치게 과목별 커리큘럼을 따라가기보다 강의를 다 못 듣더라도 혼자 고민하고 답안을 많이 썼다면, 당시 2차 점수는 더 낮았을 수 있지만, 전체 수험기간은 줄어들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다!’입니다. 본인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당장 다가오는 시험에서 붙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학원의 진도를 따라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시험을 겨냥해서 공부하는 상황이라면, 진도를 억지로 따라가기보다는 과목별 기초공사를 탄탄하게 해놓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수험생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붙고 싶고, 주변 사람들에 비해 뒤처지는 마음에 조급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과 주변 합격자들을 보았을 때, 공부기간 1년 내외의 합격자는 매우 예외적입니다. 또, 고득점 합격자들을 보면, 수험기간이 결코 짧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만의 페이스를 정해두시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쌓아가는 공부를 하시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3. 2022년 2차 시험 대비 기간(2021년 7월 ~ 2022년 6월)

이 시기에 저는 우선 정치학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잡고 공부했습니다. 진영재 저 ‘정치학총론’을 읽었고, 단일 순환으로 되어있는 정치학 강의를 들었습니다. 또, 부족하다고 생각되었던 답안작성 연습을 늘리기 위해, 비대면으로 행·입시 10개년 기출문제를 작성해서 업로드하는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하면, 코로나 핑계를 대며 대면 스터디를 구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던 점이 후회가 되기에 논문 과목의 경우 대면 스터디를 통해 정해진 시간 내에 답안을 쓰는 연습을 꼭 하시길 바랍니다. 한편, 행정법은 강사님을 바꾸어 새롭게 커리큘럼을 따라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느 한 강사님의 입장을 택하기보다는 각 쟁점에 따라 더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을 택하면서 저만의 논리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12월부터는 1차 준비를 다시 시작했고 1차 시험이 임박할수록 1차 비중을 늘리고, 2차 비중은 줄여가며 공부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1차 통과 경험이 한 번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가까스로 합격했기에 1차에 대한 부담감이 컸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시험 6주 전부터는 1차에만 전념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언어논리가 가장 취약한 과목이었기 때문에 언어논리 2, 자료해석 1, 상황판단 1 정도의 비중으로 공부했습니다.

2022년 시험을 준비하면서 저는 3순환의 효용과 위험성을 동시에 깨달았습니다. 3순환 시기에는 전 범위를 모두 다루기 때문에 1차 기간에 소홀했던 2차 과목들의 방대한 내용을 다시 떠올리기엔 좋았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시험을 보고 진도도 빠르게 나가기 때문에 모의고사 리뷰와 복습을 하기에도 벅찼습니다. 3순환 기간에 따로 공부하면서 내용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은 없다는 것을 당시에 깨달았고 내용을 채우는 공부는 1차에 전념하기 전인 11월이나 12월에 마무리되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가 이글을 보는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2차가 끝난 후 4~5개월(8월~12월)의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고시생이 3순환 기간에는 공부를 비슷하게, 열심히 합니다. 또, 3순환 기간은 전에 공부했던 기억을 되새기면서 감을 끌어올리는 기간이지 본연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기간은 아니라는 게 제 의견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생각보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공부를 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제 수기를 보시는 분은 이 점을 유념하시면서 공부의욕도 약하고, 효율도 나지 않는 이 시기(8월~12월)에 더 분발하시길 바랍니다.

2차 결과를 말씀드리면 저는 경제학 55, 행정법 53, 행정학 45, 정치학 55점을 받았습니다. 2021년 시험보다도 더 큰 차이로 불합격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시험은 공부를 더 한다고 더 높은 점수를 보장하는 시험이 아니구나.’, ‘실력이 느는 것과 점수가 잘 나오는 것은 별개구나.’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중 누군가도 초시 때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왔다고 해서 안일하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점수를 보면서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유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4. 2023년 시험 대비(2022년 7월 ~ 2023년 6월)

2023년은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고 힘들었던 해였습니다. 답안작성 스터디를 적극적으로 하며 스스로 부족했던 부분을 메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1차, 2차 모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올라와 있는 상태로 시험장에 들어갔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했지만 행시, 입시 모두 아쉽게 불합격 했습니다.

먼저, 2022년 시험에서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던 행정학을 보완하기 위해 답안작성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100점을 쓰기에는 시간상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1문>은 풀 답안을, 나머지 <2문>과 <3문>은 목차를 쓰고 다 같이 돌려보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강점이 있는 논점과 약점이 있는 논점을 파악하고 다른 스터디원들의 좋은 점은 얻어갔습니다. 저는 경제학을 제외하면 다른 과목은 스터디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답안 쓰는 과정이 정말 귀찮고, 부족한 나의 답안을 공유하기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써보고 나면 성취감도 있고 막상 다른 분들의 답안 수준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또, 동일한 내용이라도 형식을 어떻게 잡는지에 따라 점수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답안작성 스터디를 통해 많이 얻어갈 수 있는 이점입니다.

또, 논문 과목에 치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경제학 공부도 다시 그 비중을 높였습니다. 2022년 2차 결과가 나온 후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우선 황종휴 선생님 2순환을 수강하며 경제학 공부에 대한 강제성을 부여했고, 모의고사에서 한 자릿수 안에 드는 것을 단기적 목표로 삼으면서 동기부여를 했습니다. 수험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체력적,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때가 올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실강을 들으며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2022년 1차 시험에서 합격선보다 평균 10점 이상 높은 점수로 붙었기 때문에 2023년에는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고 1차를 준비했습니다. 또 PSAT은 시험 당일 컨디션이 무엇보다도 매우 중요한 시험이기 때문에 억지로 몸을 혹사시키며 공부하기 보다는 제 컨디션에 맞게 공부시간을 조절했습니다. 공부계획을 빡빡하게 잡기보다는 상당히 유연하게 잡았습니다. 2월에는 쉬는 날을 꼭 일요일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일요일에 컨디션이 좋다면 독서실에 나가서 공부했고, 평일에도 집중이 잘 안 된다 싶으면 쿨하게 짐을 싸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했습니다. 휴식을 취할 때는 종종 역사 드라마를 시청했는데 생각보다 PSAT 문제를 풀 때 배경지식으로 유용하게 작용했습니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입법고시 1차에서도 합격했고 두 번의 2차 시험을 치렀습니다. 저는 입법고시에 큰 욕심이 있지도 않았고 제가 최종합격 5명 안에 들어갈 실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부 스케줄을 행시 2차에 맞추어 놓고 공부했습니다. 3순환 기간에는 각 과목별 3순환 수업을 들으면서 별도로 추가적인 문제풀이, 답안작성 스터디를 했습니다. 경제학의 경우, 2차 시험장에 들어갈 때까지 최대한 감을 유지하기 위해 임봉욱 저 ‘미시경제학 연습’, 여러 강사님의 모의고사를 스터디원과 같이 풀었고, 행정법은 제가 수강하지 않는 강사님의 모의고사 문제를 바로바로 구해서 풀었습니다. 또, 정치학은 당시 제가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이었기 때문에 주 3회 ‘50점 답안 + 20~30점 문제 목차 잡기’ 스터디를 진행하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다른 실력 있는 스터디원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이분들께 폐를 끼쳐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공부했고 많은 실력 향상이 이루어졌던 것 같습니다. 또, 4월부터 두 달 동안 매일 행정법 또는 행정학 쟁점을 암기 후 현출하는 스터디를 하면서 답안지의 퀄리티가 높아졌습니다.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5월 중순에 있었던 입법고시가 결과적으로는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당시 저는 6월 말로 예정된 5급공채를 바라보며 준비를 해왔었기 때문에 선택과목과 행정학 공부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입법고시 2차가 다가오니 이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급하게 공부계획을 수정하면서 경제학과 행정법의 공부 비중이 줄어들고, 특히 선택과목(지방행정론)의 공부 비중을 높였습니다. 이에 더해,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밤을 새며 공부했기 때문에 시험 이후에도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입법고시 결과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도 공부에 잡념으로 작용했습니다. 입법고시 2차 기간 이후 다시 리듬을 찾는데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렸고 어느새 5급공채 역시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마음이 굉장히 조급해진 상황이었고 안 하던 실수도 종종 하면서 스트레스가 상당히 심해졌습니다. 제가 당초 계획했던 해당 시점의 학습상태와 큰 차이가 있다 보니 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매우 컸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2023년에 입법고시는 0.2점 차이로, 5급공채는 0.8점 차이로 2차에서 불합격하였습니다. 이 두 시험에서 제가 겪은 소중한 교훈은 실력 외적인 요인에 대해서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입법고시 첫 날 행정법 시험 당일에 스톱워치를 누르지 않은 채로 시험을 보다가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고 매우 당황해하면서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5급공채 경제학 시험 날에는 스톱워치를 독서실에 놓고 가서 주변을 수소문해서 시험 직전에야 스톱워치를 구한 후 가까스로 시험을 치렀습니다. 이런 변수가 없었다고 해도 꼭 시험에 붙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선의 상태로 시험을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이 매우 컸고, 불합격 발표 이후 마음을 다잡는 데 있어 가장 큰 제약요인이 되었습니다.

5. 2024년 시험 대비(2023년 9월 ~ 2024년 6월)

2023년 불합격 이후, 저는 ‘➀ 경제학은 과투입 한다는 마음으로 공부하자, ➁ 행정법은 최대한 많은 판례를 익히자, ➂ 끌어올린 논문 과목에 대한 감을 그대로 유지하자.’라는 3가지 다짐을 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멘탈적으로는 ‘올해 조금 더 잘 봐서 꼬리로 붙는 것 보다, 내년에 상위권 합격으로 붙는 편이 더 낫다!’라고 되뇌며 마음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9월에서 12월 학기병행 시기를 보람차게 보냈습니다.

먼저 경제학과 관련해서는 학교에서 ‘게임이론’을 수강하며 5급 경제학에 나올 수 있는 파트는 더 완벽하게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제가 올해 합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게임이론’을 수강한 것을 선정하겠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은 힘들었지만, 수강하고 났을 때, 경제학 실력이 급상승한 것을 체감했습니다. 또, 2023년 경제학에서 국제경제학 문제를 틀렸기 때문에, 황종휴 선생님의 국제경제학 1순환 수업을 들으며(인강), 외교원 수험생만큼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국제경제학도 공부했습니다. 이외에도, 임봉욱 저 ‘미시경제학 연습’ 문제풀이 스터디를 진행하며 경제학을 놓는 순간이 없도록 했습니다.

행정법은 김남철 저 교과서를 보면서 학원 수업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깊이 있는 논의배경이나 논거를 제 단권화 교재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또, 사례연습집으로 목차잡기를 하면서 논점파악, 사안포섭 연습을 충실히 했습니다. 정치학은 기출문제 작성 스터디를 진행하는 한편 각종 단행본과 논문을 보며 단권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행정학과 지방행정론은 스스로 기출문제에 대한 목차를 잡은 후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강사님께 피드백을 받으며 공부했습니다.

1차 기간 공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1차에 과투입 하기보다는 2차 공부를 놓지 않는 것이 더 적절한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2월부터 PSAT을 조금씩 시작했고, 2월부터 1차와 2차 공부 비중을 비슷하게 가져갔으며, 1차 시험일이 임박할수록 1차의 비중을 높여갔습니다. 그럼에도, 5급공채 1차 시험 이틀 전까지도 경제학은 하루에 최소 2시간씩 하며 놓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다만, 입법고시 1차의 경우 합격 난도가 5급공채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시험 전 일주일가량은 PSAT에만 매진했습니다.

1차 시험 이후에는 2023년과 비슷한 방식으로 공부를 했습니다. 경제학과 행정법의 경우 매일 아침 10시에 강의를 듣지 않는 다른 강사님의 전날 모의고사를 푸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4월부터 시험 직전까지 정치학 답안작성 스터디도 주 3회 정도 진행했습니다(정치학 3순환 기간은 매일). 다만 2023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치학 3순환은 수강하지 않았고, 선택과목 3순환의 경우 모의고사를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때보다도 1차 준비 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고, 3순환 기간에도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서 그랬는지 저는 올해 2차를 준비하면서 쫓기는 듯한 느낌을 크게 받지 못했고, 심적으로도 안정적인 상태로 공부에 임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점은 2차 과목 실력의 상당부분(특히 경제학과 행정법)은 1차 시험 전에 결정되는 것이 크다는 점입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기를 최대한 알차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Ⅲ. 과목별 공부방법: 1차 과목

각 과목별 공부법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전반적인 1차 공부방법이나 시험에 다가가는 마음가짐에 대해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먼저, PSAT은 객관식 선택형 시험입니다. 따라서 5가지 보기 중 가장 그럴듯한 보기를 고르고 넘어가면 됩니다. 주변 수험생들을 보았을 때, 제가 느끼기에는 너무 완벽한 답을 찾느라 과한 에너지를 소비하여 시간 및 멘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100% 확신에 찬 답을 고르고 싶은 마음은 진심으로 이해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제한된 시간 내에 점수를 올리기에는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80% 정도의 정답일 개연성이 있다면 그것을 고르고 쿨하게 넘어가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입니다. 또, 실제 시험에서는 더더욱 본인의 답에 막연한 불안감이 생기고 답을 확정하는데 망설이게 됩니다. 연습할 때 본인의 정확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그 감을 믿고 시험장에 들어가시면 좋겠습니다. PSAT은 2차와 달리 등수를 매기는 시험은 아닙니다. 커트라인만 넘기면 됩니다. ‘모든 문제를 다 맞혀야지!’라는 생각에 조급해지기 보다는 ‘이건 틀려도 상관없어. 아는 것만 실수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두 번째, 리뷰하는 방법입니다. 간혹, 오답노트를 만들고 틀렸던 문제를 다시 푸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하는 경우를 보곤 했습니다. 저는 오답을 정리하는 목적은 1)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2) 실전에서 풀 문제인지 버릴 문제인지 판단하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답노트를 만드는 것까지는 개인의 공부 방법에 맞다면 활용하면 되겠지만, 그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틀렸던 문제를 다시 풀었을 때 맞히는 것 그 자체는 실전에서 동일한 문제가 나오지 않는 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별도로 오답노트를 만들지는 않았고, 내가 왜 틀렸는지만 빠르게 짚고 자주 하는 실수는 머릿속에 계속 상기시키는 정도로 리뷰를 했습니다.

세 번째, 시험제도 관련 내용입니다. 과거에 책형이 두 개(가/다, 나/라 등)로 구분되었던 시기에는 책형 간 형평성을 위해서 각 과목의 앞 20문제와 뒤 20문제가 유사한 난이도로 구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책형 구분이 사라졌고, 최근 문제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앞부분과 뒷부분의 문제 난이도나 유형이 차이가 크게 납니다. 저도 과거에는 20문제씩 구분하여 공부하는 방법을 애용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이러한 방법보다는 40문제를 한 번에 푸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는 2024년 언어논리 때 앞 20문제보다 뒤 20문제를 푸는데 걸린 시간이 10분 이상 차이가 났습니다.

1. 헌법

헌법은 김유향 선생님 기본강의를 첫 시험 준비 때(2020년) 듣고 그 후에는 시험 직전 최신판례나 조문특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저는 첫 해 헌법을 공부할 때, 다소 과한 수준으로 공부했었지만, 이때 열심히 해두었던 덕분에 다음 시험들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헌법 점수대는 80~84점입니다. 이보다 높은 점수를 목표로 한다면 다른 과목에 투입할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합니다. 또, 60점을 겨우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위험한 전략입니다. 예상보다 어려운 난도의 시험이 나왔을 때, 헌법 시험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진하여 언어논리에 지장이 갈 수 있고 또 헌법 탈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험장 멘탈이 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헌법 공부는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1세트를 풀 시간을 확보해 두고 시간 내에 풀기보다는 아침에 독서실 가는 길, 대중교통 이동시간 등에 핸드폰 어플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헌법 공부를 할 때, 단순히 1차 헌법 패스만을 목표로 암기 위주로 공부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담긴 정치적 의미나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면서 공부하신다면, 2차 과목인 정치학, 행정법, 행정학에서도 약간의 도움은 될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언어논리

먼저, 언어논리는 PSAT 세 과목 중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이었고, 제 실력이 향상해서 점수가 올랐다기보다는 2021, 2022년에 비해(둘 다 70점대 초반으로 기억합니다.) 2023년(87.5)과 2024년(90)시험의 난도가 쉬어서 점수가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제 체감상으로 언어논리는 공부를 해도 크게 실력이 오른다는 느낌이 없었고, 잠시 놓고 있어도 감이 떨어지는 과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몇 가지 팁이나 공부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제가 활용한 교재는 행시 기출, 입시 기출, 수능 국어, LEET입니다. 언어논리의 경우, 철저한 검수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또, 한 지문에 3문제가량이 있는 수능 및 리트와 행·입시의 문제 성격에 차이가 있고, 행시와 입시도 문제 유형이 약간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행시 직전에는 행시 기출만 보면서 감을 적응시켰습니다.

독서능력, 배경지식을 단기간에 향상시키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단기적으로 이러한 능력이나 재능의 향상 없이도 점수를 끌어올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문제의 발문에 따라 예민하게 접근하는 것입니다. 문제의 발문과 선지를 보고 글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하는지, 특정 부분만 발췌독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연습을 해주실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운영과 관련해서, 저는 논리퀴즈 문제를 따로 빼서 마지막에 푸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 이유는 논리퀴즈보다는 독해 문제에서 평균적인 속도나 정확도가 높았고, 논리퀴즈를 한 번에 몰아서 풀다 보니 가속도가 붙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3. 자료해석

돌이켜 생각해보면 저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계산을 최소화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점수를 내는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이른바 ‘피지컬’이라고 말하는, 단순 계산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해서 답을 도출하는 방식을 선호하였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시중에 출시된 교재나 모의고사 강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피지컬은 최대한 기르고, 자료를 ‘해석’하는 능력까지 겸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모의고사 중에서는 석치수 선생님의 모의고사를 매년 풀었습니다. 행, 입시 기출에 어느 정도 적응된 시점에서 고난도의 문제를 찾는다면 석치수 선생님의 모의고사를 추천합니다. 사소한 차이로 정오가 갈리는 문제를 풀며 계산적인 능력도 한 단계 올릴 수 있으면서도 ‘계산 하였는가?’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반성하면서 불필요한 계산을 최소화하는 연습도 같이 할 수 있을 겁니다.

제 경험상 자료해석은 노력만 한 만큼 점수가 나오는 과목입니다. 주변에서도 30점 이상 자료해석 점수를 올린 경우도 종종 목격했습니다. 저 역시 별다른 준비 없이 본 2020년 시험에서 70점대를 기록했지만 열심히 노력해서 준비한 2021~2023년도에는 80점대와 90점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료해석 준비를 가장 덜 했던 2024년 시험에서는 77.5점으로 다시 떨어졌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현재 본인의 점수에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해당 문제 안에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답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만큼만 계산하는 연습을 착실히 해간다면 실수는 점차 줄어들고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4. 상황판단

상황판단은 처음에는 제가 가장 어려워했던 과목이었지만, 결국에는 가장 자신 있고 점수도 잘 나오는 과목이 되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반복적으로 문제를 풀면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유형별로 문제를 푸는 패턴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매년 최원석 선생님의 강의를 수강하면서 ‘올해 상황판단 공부는 이걸로 끝낸다!’는 마인드로 임했고 강의 전후로 제 상황판단 실력이나 감이 크게 달라진다고 느꼈습니다.

본격적으로 PSAT 공부를 한 2021년 시험 준비기간에 저는 최원석 선생님의 모든 커리큘럼( starter-basic-advanced)을 따라가고 시험 직전에는 실전모의고사 강의와 final특강도 수강했습니다. 이러한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주먹구구식으로 사후적 풀이에만 치중하던 공부에서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유형에 맞는 풀이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 이후에는 모든 커리큘럼을 따라가지는 않았고 제 상황에 맞게 advanced 이후 커리큘럼을 선택적으로 활용했습니다. 2024년에는 ‘모의고사 프리테스터’로 선정되어서 문제 검수 과정에 참여했던 경험도 상황판단 과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운영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상황판단은 다른 과목보다 ‘선구안’이 요구되는 과목입니다. 정보처리량이 많거나, 조건이 너무 복잡한 문제에 괜히 도전정신을 가지고 접근했다가는 시간도 많이 빼앗기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서도 상당히 조급한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평소 기출문제나 모의고사를 푸실 때, 버리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 가지는 공통된 특징(발문, 선지, 지문길이, 조건 개수)을 세심하게 살필 것을 추천합니다. 상황판단은 헌법, 언어논리, 자료해석을 모두 보고 나서 마지막에 보게 됩니다. 이로 인해 평소에 풀 때보다 시험장 컨디션이 나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급한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풀겠다고 접근하면 실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선구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푼 문제에 대한 정확도를 높일 수 있고, 버렸던 문제 중에서도 도전해볼 만한 문제는 차분하게 풀 시간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유형별 접근법도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법조문 유형의 경우에는 오선지와 정선지를 만드는 방법이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뷰를 하실 때, 해당 선지가 왜 맞았는지/틀렸는지를 법조문에서 근거를 찾는 연습을 반복하다 보면, 출제자가 선지를 만드는 방법이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보조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는데, ‘조’가 달라지거나, 법령이 바뀔 때 선을 그었습니다(ex. 법/시행령/시행규칙). 계산형의 경우, 바로 수식에 대입하거나 계산에 들어가기보다는 해당 수식이 가지는 의미를 본인만의 언어로 이해하고, <상황>속 숫자들의 패턴을 대략적으로 훑고 들어가면 가속도를 붙이며 문제를 푸실 수 있습니다. 퀴즈형은 하나의 왕도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사전적 접근법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제가 도움을 받았던 방법을 말씀드리면 1) 가장 극단적인 경우를 생각하거나, 2)중간부터 생각하는 방법입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어드리면 1~9중에 어느 한 숫자를 활용하는 상황에서 1이나 9를 먼저 넣어보거나, 가장 중간인 5부터 넣어보는 겁니다. 이렇게 했을 때 곧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정답으로 가는 방향성을 도출하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Ⅳ. 과목별 공부방법: 2차 과목

1. 경제학(2021년 67 → 2022년 55 → 2023년 (행시) 59.66, (입시) 76.66 → 2024년 89.66)

5급공채에서 경제학은 단연 가장 중요한 과목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일반행정에 있어서 경제학의 중요성이 재경직에서의 그것보다 더 작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을 매우 잘 보면(90점 이상) 다른 과목을 잘 보지 못하더라도 시험에 붙을 가능성이 있지만, 경제학에서 점수가 낮게 나오면(40~50점대) 다른 과목들에서 만회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경제학만큼은 ‘과투입’한다는 생각으로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자할 것을 권해드립니다. 경제학 공부를 하느라 다른 과목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있더라도, 다른 과목에 시간을 빼앗겨 경제학에 소홀하지는 않으시길 바랍니다.

경제학에서 고득점의 관건은 답을 맞히는지 여부입니다. 풀이과정, 논리전개, 함의에서 미세한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지만 제 경험이나 주변 합격생들의 얘기를 들어봤을 때, 구하라고 한 답만 정확히 도출하여도 전체 배점의 80%는 확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전에서 답을 틀리지 않고 도출할 수 있는 연습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한 가장 좋은 공부법은 문제를 가리지 않고 풀어보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 유명 강사님들의 문제집은 물론 교수님 교과서, 대학 모의고사까지 풀었습니다. 모든 교재를 단기간에 푸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또, 다 풀지 않고 각자의 목표점수에 따라 선택적으로 교재를 고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저는 2024년 시험을 준비하면서 경제학 90점 이상을 목표로 준비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일반행정직 수험생들이 챙기지 않는 게임이론(정보경제학 포함)과 공공경제학의 교과서와 연습문제까지 풀었습니다. 합격자 평균을 목적으로 하신다면 화폐금융론, 재정학, 국제무역론 등의 각론서까지 보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우선순위를 말씀드린다면, 미·거시 교과서 각 1권 → 문제집 중 1권 → 임봉욱 저 미시연습 → 다른 문제집 → 강사/대학 모의고사 → 다른 교과서 → 각론 교과서 및 문제집 순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문제풀이가 충분히 되고 나면, 답안지를 깔끔하고 내실 있게 구성하는 연습을 하시면 되겠습니다. 배점별로 ‘수식 + 답 + 그래프 + 함의’의 분량과 배치를 연습해가며 채점자의 눈에 가독성이 좋으면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빠짐없이 들어가는 답안을 쓰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줄글형 문제에 대비하거나 수치 답에 덧붙여 함의를 간략히 적을 수 있도록, 교과서의 문장을 읽으며 중요한 키워드는 따로 정리해 두어 시험 직전에 빠르게 훑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원래 경제학에 단권화 교재나 서브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마지막 해에는 시중에서 작은 암기장을 구했고 암기장 안에 교과서 내용이나 문제 유형별 접근법을 간략하게 적었고 시험 직전에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강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황종휴 선생님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황종휴 선생님의 강의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경제학적 직관을 기를 수 있고, 수업내용을 몸에 직접 체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암기에 의존한 경제학 공부는 고난도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으로 미분을 하거나 외워놓은 수식에 대입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할 경우, 문제 조건이 약간만 달라져도 오답을 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황종휴 선생님의 강의는 항상 이윤극대화와 비용극소화라는 기본원리를 고려하면서 해당 문제가 교과서상 어느 내용과 관련되는지 리마인드 시켜주시기 때문에 문제풀이 기저에 깔린 경제학의 기본 아이디어를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눈으로 공부하기보다는 수강생이 직접 판서를 하도록(ex 그래프 도해) 유도해 주시기 때문에 학습내용을 본인의 것으로 만들기에도 좋습니다. 저는 기본적인 경제학 커리큘럼 외에도, 2024년 시험을 대비할 때에는 국제경제학 선택자를 위한 국제경제학 1순환 강의를 수강하였고, 경제학을 위한 재정학 강의도 수강하였습니다. 초시 때부터 이 강의들(국제경제학, 재정학)까지 모두 듣는 것은 물리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권해드리지도 않습니다. 우선 5급 경제학 관련 강의를 모두 들으면서 문제집도 거의 다 풀었을 때, 다른 과목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학습량이 확보되었을 때 경제학에서 비교우위를 가져가고자 할 때 수강하시기 바랍니다.

학원 강의뿐 아니라 학교에서 열리는 경제학 강의도 적극 수강하는 것을 강하게 추천합니다. 결국, 실전문제는 교수님들께서 출제하시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관심 파트나 교수님들께서 다루시는 문제를 익히는 것 자체가 큰 도움이 됩니다. 저는 학교에서 미시경제학(2020-1학기), 게임이론(정보경제학 포함, 2023-2학기)을 수강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게임이론은 해당 강의를 수강하고 제 경제학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는 것을 직접 체감할 정도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과점시장 이외에도 정보경제학, 효율성 임금모형, 동태적 비일관성 등 경제학 전반의 범위에서 심화 문제(5급 경제학 기준)를 다루었기 때문에 이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계산능력이나 아이디어 도출능력이 모두 향상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상당히 부담을 느끼거나 도중에 포기했을 법한 문제들도 도전해 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제가 도출한 답이 정답인지 오답인지에 대한 직관적인 느낌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만약 2021년이나 2022년에 학교에서 게임이론을 들었으면 수험기간이 단축되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답안작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 편차가 있는 것이니 취사선택하여 들으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초안지에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고 난 후 답안지에 옮겨 적는 타입은 아닙니다. 저는 답안지에 핵심적인 수식은 작성하면서 필요한 계산만 초안지에 하는 편입니다. 저는 시험장에서 문제지를 받고 나면, 먼저 3~4문제가 어떤 파트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대략 어느 정도의 난이도인지 파악합니다. 그다음, 제시된 문제 순서대로 답안지와 초안지를 반복해 오가며 풀어갑니다. 즉, 1문의 답안작성까지 모두 마친 뒤에 2문으로 넘어가서 문제풀이를 이어갑니다. 이렇게 했을 때, 쫓기지 않고 여유 있게 답을 작성한다는 느낌을 받았고, 답안지의 가독성이나 목차구성도 더 뛰어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을 주로 택했습니다. 물론, 앞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다음 문제로 넘어가서 같은 방법으로 답안작성을 마무리하고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풀었습니다. 하지만, 항상 이런 방법만 고수했던 것은 아닙니다. 계산 자체가 매우 까다롭거나 숫자 답 도출 자체가 중요한 문제의 경우는 답안지의 완성도는 후순위가 되기 때문에 초안지에 어떻게 해서든 계산을 통해 답을 찾고 답안지에는 결과값만 써내기도 하였습니다. 10점 배점에 분량은 3~4점만 채우더라도 답만 맞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습니다. 결국 경제학은, 답이 맞는지 틀린지의 싸움이기 때문에 답 도출의 정확도를 기준으로 본인의 답안작성법을 세우시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2024년 시험장에서 저는 제 플랜A 방법대로 답안을 작성했고, 답을 다 작성하고 약 10~15분이 남아서 검산을 하거나 함의를 보완하는 데 활용하였습니다.

2. 행정법(2021년 50 → 2022년 53 → 2023년 (행시) 55, (입시) 67 → 2024년 63.33)

행정법은 암기, 이해, 논리전개가 조화를 이루어야 높은 득점을 할 수 있습니다. 암기를 통해 답안지를 채울 수 있는 재료들을 마련해 두고, 이해를 통해 그 재료의 특성과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 본인만의 논리나 견해를 정하고 그 주장을 일관성 있게 답안지에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처음 공부할 때는 낯선 용어와 방대한 암기량으로 인해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제 개인적인 성향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 뒷부분으로 넘어가지 않고 해당 내용을 붙잡고 이해가 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진도가 늦어지는 것에 답답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할 때, 당장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10분 정도 고민해 보고 쿨하게 뒤로 넘어갔으면 덜 고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정법은 다른 어떤 2차 과목보다도 전체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교재 순서 상 앞부분을 이해하는 데 뒤에 있는 내용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지금 고민하는 내용에 대한 답이 책의 뒤쪽에 있을 수도 있기에 약간 찝찝하더라도 뒤로 넘어가셔도 괜찮습니다. 2~3회독 이후에는 행정법이 어떤 과목인지 감을 잡으실 수 있고, 본인만의 논리도 구성해갈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법은 초반에는 가장 낯설고 어려운 과목이지만, 일정 공부량을 넘기고 나면 논리구조나 답안작성 방법이 정형화되어 가장 공부하기 편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량 면에서도 초시 때는 채우는 데 급급했다면, 3년차 이후에는 덜어내고 다듬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 2차에 처음 들어간 2021년에, 저는 8장 내외의 답안을 제출했습니다. 이때만 하더라도, 10장은커녕 9장을 채우는 것도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50점 분량의 1시간 모의고사에서 6장까지도 꽉 채우고 있었고, 이 시기부터는 덜어내는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동어반복이나 중복되는 문장을 최대한 줄이고 제한된 지면 안에 최대한 다양한 논점이 들어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암기나 이해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제가 권해드리는 공부법은 각 쟁점마다 배점별(10점 이상/5점/3점 이하) 답안구성을 해놓는 것입니다. 특히, 원고적격, 취소·무효구별기준, 절차하자의 독자적 위법성과 같은 쟁점은 따로 목차를 잡아 길게 작성하는 문제도 있고, 매우 짧게 2~3점 분량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기에 꼭 배점별로 준비해 두시길 바랍니다.

행정법 답안은 일반론과 포섭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반론은 다시 개념, 학설, 판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중 일반론은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거의 유사하게 작성하게 됩니다. 충분한 답안작성을 통해, 기계적으로 일반론은 쓸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면 그 뒤에는 포섭에 더 비중을 두고 공부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저는 풀 답안을 작성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일 경우, 쟁점을 포착하여 목차를 잡고 사안포섭만 완결된 문장으로 쓰는 답안연습을 자주 활용하였습니다. 점수 편차가 크지 않은 행정법 과목을 고려할 때, 문제에서 요구하는 쟁점을 놓치지 않고 사안포섭에서 결론만 잘 도출하여도 행정법에서 손해를 보지 않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마지막 시험에서 60점이 넘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1) 교과서 정독과 2) 판례 학습입니다. 먼저, 교과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2023년 시험을 대비할 때까지만 해도 굳이 교과서를 볼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시험을 대비하며 1차 시험 전에 김남철 교수님의 ‘행정법강론’을 1회독 하였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은 빠르게 넘기면서 강사님들의 교재에는 생략된 내용을 위주로 학습하였습니다. 교과서를 읽고 나니 쟁점 간의 유기적 관계가 더 잘 이해되었고 몇몇 쟁점에서의 제 견해를 수정해가며 행정법 전반에 대한 논리적 일관성도 갖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교과서를 보는 것보다, 강사님들의 교재나 요약서를 먼저 보고 행정법에 감이 잡혔을 때 교과서를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으로, 판례 학습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행정법 답안이란 한마디로 짧은 판결문을 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판결문을 보면 일반론(법조문 + 판례)과 사안포섭의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판례를 자주 접할수록 법적인 용어와 문장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법학스러운’ 답안으로 정교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판례를 많이 익히면 자연스럽게 리걸 마인드가 체득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법원 판례의 변경 사례나 발전 과정을 익히면서 최근에는 어떠한 경향성을 가지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 이점은 최신판례에서 문제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이미 아는 판례가 문제로 나오면 사례문제를 이해하는 속도도 매우 빨라지며 판례의 논거를 자신의 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판례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상당히 큽니다. 법전협 홈페이지에 가면, 교수님들께서 엄선한 행정법 판례자료가 있습니다. 리딩케이스나 최신판례가 반영되어 있으니 학습에 활용하시면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3. 행정학(2021년 60 → 2022년 45 → 2023년 (행시) 57.33 (입시) 56 → 2024년 55.66)

제 점수 추이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 시점까지도 행정학이 어떤 과목인지 어떤 공부방법이 적합한지 잘은 모르겠습니다. 행정학이 어렵고 두려웠던 2023년에는 합평보다도 5점 이상 높은 점수를, 비교적 실력이 올라왔다고 생각한 2024년에는 합평보다 5점 더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이하에서 어떤 공부방법이 좋다고 추천해 드리기보다는 제가 공부했던 과정을 나열하는 식으로 작성해 보겠습니다.

저는 처음에 박경효 교수님의 행정학 커리큘럼을 따라갔습니다. ‘재미있는 행정학’을 주 교과서로 삼고, 필기자료를 보며 행정학에 익숙해지려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대한 머릿속에 재료를 만들어 놓고, 답안연습을 하며 재료를 답안지에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어떻게 구성할지 다듬었습니다. 후술할 정치학 과목과 비교할 때, 행정학은 답안의 형식이나 문장이 컴팩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목차를 구체적으로 써서, 목차만 보더라도 채점자가 수험생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할 때,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또, 문장을 길게 쓰거나 유사한 문장을 반복하여 흐름이 늘어지게 쓰기보다는 최대한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쓸 때, 다양한 논점을 골고루 서술할 수 있습니다. 재시 이후부터는 다른 여러 강사님들의 강의도 수강하였고 한 강사님의 3순환 자료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행정학’, ‘새행정학3.0’등을 참고하며 저만의 단권화 자료를 만들어 공부했습니다.

2021년, 2022년 시험 대비까지만 해도 저는 답안연습을 충실히 하기 보다는 내용을 단순히 채우는 데 치중한 공부를 하였습니다. 논문형 과목의 답안을 작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큰 부담이 됩니다. 또, 정해진 시간 내에 배점을 채우지 못하는 경험을 반복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답안연습을 회피하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다소 귀찮더라도, 최대한 빨리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에 돌입했다면 전체 수험기간이 줄었을 것 같습니다. 10점 배점에서 6~7점만 겨우 채우는 수준이라도 괜찮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답안연습을 하시길 바랍니다. 답안작성을 통해 얻는 가장 큰 이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➀ 먼저, 어떤 개념이나 핵심적 특징에 대해 본인만의 다듬어진 문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 교재의 내용을 취사선택하여 가장 익숙한 개념정의나 장단점 등을 만들고 문장을 반복해서 작성하면, 실전에서 해당 주제가 나왔을 때 기계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각종 에너지나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행정가치(공익, 민주성 등)는 활용빈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그때그때 즉석에서 창작하기보다는 미리 자신의 문장을 준비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➁ 또 다른 장점은 어떤 문제라도 대처할 수 있는 ‘도구(관점, 차원)’을 갖출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후적으로 이미 공개된 문제를 풀 때는 문제(쟁점)마다 가장 적합한 목차나 관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에게 필요한 능력은 시험장에서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출제자가 원하는 내용을 누락하지 않으면서 충분한 배점을 채우는 능력입니다.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답안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도구’가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대내/대외’, ‘POSDCoRB’, ‘조직/인사/재무’, ‘공공성/효율성’, ‘환경/구조/개인’ 등의 자주 활용되는 분석 틀은 논리적 체계를 갖추면서도 다양한 측면의 논의를 답안에 담아낼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수백 개의 개별 주제마다 특화된 분석도구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자주 활용되는 만능 분석도구를 익히고 이를 활용한 답안작성을 반복한다면 행정학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없앨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례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실용 학문인 행정학의 특성을 고려할 때, 사례는 고득점용이나 선택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성한 일반론(논거)과 관련된 사례가 있어야만 더 완성도 있는 글이 작성될 수 있습니다. 글의 분량을 채우는 측면에 있어서도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문장을 작성하는 것보다 사례로 부연설명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채점자의 입장을 고려하더라도, 사례가 적절히 포함된 답안은 쉽게 읽히며 다른 답안과도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는 행정학에서 사례 학습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별도의 사례를 공부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범용성이 좋은 사례 20~30개 정도만 답안에 활용할 수 있는 정도로 간략히 핵심만 정리해 둔다면 시험장에서 정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특히 3순환 기간에 하루에 15분 정도만 투자해도 본인만의 사례 풀(pool)을 만드실 수 있을 것입니다.

4. 정치학(2021년 43 → 2022년 55 → 2023년 (행시) 68, (입시) 78 → 2024년 73.33)

제 점수 추이에서 알 수 있듯, 정치학은 처음에는 제 발목을 잡는 과목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제가 합격권으로 오르는데 가장 기여한 과목입니다. 정치학의 방대한 범위에 벽을 느꼈고, 하나의 제도나 이론에 대해서도 학자들이 제각기 다른 주장을 하는 것에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저는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부할 자료의 양은 늘어나고, 정리는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을 경험했습니다. 이때 저는 이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했습니다. 이에 대해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 시험이 어떤 독창적인 연구나 아이디어를 묻는 시험이 아니라, 대학 정치학 교육과정 내에서 성실하게 학습하여 시험지의 질문에 논리적인 글을 쓴 사람을 뽑는 시험이라는 결론이었습니다. 따라서 학계에서 논의와 검증이 충분히 된 내용이 실린 교과서나 단행본을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논문을 볼 땐, 답안지에 써도 안전한 내용인지 충분히 검토하면서 읽었습니다. 유명한 외국학자의 논문이나 주장의 경우, 그것을 인용한 학자의 글에 의존하지 않고 최대한 원문을 찾아서 정확한 표현을 익히고자 하였습니다.

교재에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치학은 다른 어느 과목보다도 수험서를 고르기가 어렵습니다. 시험에 나올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빠짐없이 공부하고 싶은 수험생의 요구에 완벽히 부합하는 책은 안타깝게도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만의 단권화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서점에 가서 강사님이 쓴 여러 교재 중 가장 내용이 충실하게 들어있으면서도 잘 읽히는 교재를 산 뒤, 해당 교재에 각종 단행본 논문을 읽으며 얻은 내용을 포스트잇이나 필기를 통해 보완했습니다. 제가 읽은 단행본은 진영재 저 ‘정치학총론’, 고경민 저 ‘현대 정치과정의 동학’, 서울대 정치학 교수진 저 ‘정치학의 이해’, 강원택 저 ‘한국정치론’과 ‘정당론’,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저 ‘정치양극화 시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 방안’, Hazan&Rahat 저 ‘공천과 정당정치’, 김정섭 저 ‘외교상상력’, 유현석 저 ‘국제정세의 이해’ 등이 있습니다. 논문의 경우, 특정 학자의 주장이 잘 와 닿지 않을 때 찾아보면서 공부했고 최근 3개 연도의 ‘한국정치학회보’ 발간 논문 중 시의성이 있거나 수험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논문은 가급적 챙겨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답안작성입니다. 정치학의 답안은 행정학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정치학은 행정학에 비해 본인의 문제의식과 정확하고 일관된 논리적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행정학이 가볍고 얕게 언급하고 넘어가는 흐름이라면 정치학은 그 기저에 있는 전제나 인과관계를 포착하여 분석적으로 작성하는 흐름입니다. 행정학과 비교할 때, 참신하고 창의적인 대안제시가 가지는 중요성은 덜한 대신 해당 개념이나 제도의 정의, 장단점, 역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는 더 깊이 있게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학 답안의 경우 물어본 질문에 대해 명확하게 답변을 했는지에 더해 글 자체가 가진 논리적 완결성까지도 요구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답안의 형식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행정학에서는 1문을 제외하고는 서론과 결론을 쓰지 않았지만, 정치학에서는 모든 문제에 형식적으로나마 서론과 결론을 작성했습니다. 학교 특강에서 교수님의 조언이나 주변에서 들리는 여러 의견을 종합했을 때, 행정학에서는 1문만 서론과 결론을 써도 된다는 이야기가 많았고 정치학은 다수의 교수님께서 모든 문제에 서론과 결론을 요구한다는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학습상태별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겠습니다. 정치학은 범위가 매우 넓으므로 처음(초시)부터 전 범위를 깊이 있게 커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수험기간, 학습상태에 따라 여건에 맞게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먼저, 최근 15~20개 연도별 기출문제를 보면서 주제별 출제빈도 및 배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빈출되는 파트는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깊이 다루고 빈출되지 않는 파트는 핵심적인 주장 위주로 큰 틀만 익히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빈출 여부와 최근2~3개년 기출문제를 비교하여 빈출되는 주제임에도 최근에 출제되지 않았으면(ex. 통치구조) 더 집중하여 공부하고, 예컨대 2024년 1문과 같이 빈출되지 않았던 주제가 최신기출로 나온 경우에는 과감하게 패스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국제정치학과 같이 매우 빈번하게 출제되는 주제라 할지라도 처음부터 모든 이론에 대해 숙지하려고 하기보다는, 다수의 기출문제에서 요구하는 수준인 ‘현실주의, 자유주의, 구성주의’와 같은 패러다임에 대한 이해를 선행하고 나중에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중범위 이론으로 구체화하는 것도 괜찮을 수 있습니다.

정치학은 일반행정직에서 경제학 다음으로 점수 편차가 큰 과목입니다. 특히 최근 2023년, 2024년 시험에서는 정치학 최고점이 80점을 넘기고 있습니다. 저는 점수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과목에 시간도 많이 투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학 공부가 벅차다고 회피하시지 말고 행정법, 행정학과의 학습 비중을 잘 조절하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Ⅴ. 3차 면접

2차 합격 발표 문자를 받고 나면, 그 즐거움을 누리기도 전에 3차 면접에 대한 걱정과 소위 ‘면탈’에 대한 불안감이 몰려옵니다. 특히, 오랜 시간 사회생활과 단절된 채 집과 독서실에서만 시간을 보낸 고시생은 면접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다른 진로에 대한 경험 없이 이 시험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면접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면접을 치러본 입장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2~3주간 적응기만 거치고 나면 어렵지 않으며 결국 면접보다는 2차 성적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면접에 대해 과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또 1, 2차 공부를 할 때처럼 앞만 보고 몰두하기보다는,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주변과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면접준비를 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하에서는 3차 면접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 제 준비과정과 실제 2024년 면접장 경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 5급공채 3차 시험 개요

3차 면접은 공직가치·인성, 직무역량의 2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과거에는 그룹토의(GD)가 있었으나 코로나 이후로는 시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면접 당일 아침에 본인의 면접 조와 번호가 지정되며 각 조 1~3번은 오전에 직무역량면접을 하고 오후에 공직가치·인성면접을 치릅니다. 4~6번은 두 면접의 순서를 바꾸어 진행합니다. 오전과 오후 각각 40분씩 면접이 진행되며 2분의 면접관은 교수님 1분, 국장급 이상 현직자 1분으로 구성됩니다.

오전과 오후 두 분씩, 총 4분의 면접위원께 평가를 받게 되며 평정 요소는 공무원 인재상 4가지(소통·공감/헌신·열정/창의·혁신/윤리·책임)입니다. 4가지 요소에 대해 각 면접위원께서 상/중/하를 부여하고 이를 종합하여 우수/보통/미흡의 최종 면접성적이 도출됩니다. 이때 ‘우수’는 면접위원의 과반수가 4개의 평정요소에 대해 모두 상으로 평정한 경우에 부여되며, ‘미흡’은 위원의 과반수가 4개 평정요소 중 2개 항목 이상을 ‘하’로 평정한 경우와, 위원의 과반수가 어느 하나의 동일 평정요소에 대하여 ‘하’로 평정한 경우에 부여됩니다. 나머지의 경우는 ‘보통’이 부여됩니다. 이때, 우수를 받으면 2차 성적에 관계없이 최종합격을 하고 미흡을 받으면 2차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을 합니다. 보통을 받으면 2차 성적 순서대로 최종합격자가 결정됩니다. 정확한 수를 알기는 어렵지만 미흡을 받는 응시자는 전체 응시자 중 1~2명 있거나 없는 수준이며 우수를 받는 응시자도 극히 일부라고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보통을 받기 때문에 2차 성적이 결국 결정적인 요소가 됩니다.

1) 직무역량면접

직무역량면접은 다시 개인보고서(PT) 발표와 상황면접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PT 1문항, 상황형 1문항을 총 2문항으로 구성됩니다. 총 40분 중 30분 정도는 개인보고서 발표 및 질의응답 시간이며 나머지 10분 정도는 상황면접과 기타 추가 질문에 쓰입니다. 면접 전 별도의 장소에서 30분 동안 답변내용을 작성할 시간이 주어지며 이때 개인보고서 한 장과 8줄 분량의 상황형 문제의 과제를 작성합니다. 면접장에 들어가서는 약 7분 동안 PT 보고서를 발표한 뒤, 23분 동안 해당 보고서 관련 질의응답을 하는 것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남은 10분은 작성한 상황 과제를 기반으로 질의응답이 이어지며 면접위원 재량으로 작성 과제와 무관한 지원동기 등의 질문을 할 수도 있습니다.

(1) PT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통계자료,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이루어진 제시문을 읽고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담은 보고서 1페이지를 작성합니다. 전체 30분의 과제 작성시간 중 23~24분 정도를 보고서 작성에 사용합니다. 처음 보고서 작성을 할 때는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는 총 4주의 면접준비 기간이 끝날 때까지도 시간 내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다소 완벽주의적인 제 성향상, 보고서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편이었습니다. 다만, 제 주변 대다수의 면접 스터디원을 봤을 때, 2주 정도가 넘어가면 대부분은 시간을 준수하여 보고서를 완성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부터 시간에 쫓기기보다는 시간제한을 두지 않고 형식과 패턴을 익히는 데 집중하신 다음,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을 때 시간을 재고 풀어볼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때, 보고서 양식은 정부보고서 양식을 활용하는데 스터디를 하시면서 다양한 샘플을 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 작성에서 중요한 것은 최대한 제시문의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으면서도 핵심을 추출하여 가독성을 높이는 것과 문제점과 해결방안의 대응관계를 맞추어 논리적 일관성을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간혹, 꼭 우수를 받겠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차별화된 보고서를 만들고자 제시문 바깥의 배경지식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전략은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제시문 내에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작성할 때 제시문 내용과 본인의 행정학적 지식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과제작성이 마무리되면, 버스를 타고 면접장으로 이동합니다. 면접이 시작되면 약 7~8분 동안 보고서에 대해 발표하고 22~23분 정도 보고서 기반의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집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은 ‘대응방안의 우선순위’, ‘본인이 쓴 대응방안의 한계’, ‘해당 정책의 주무부처와 유관부처’ 정도이며 매우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기보다는 정부 조직에 대한 이해 및 정책대응 시 현실적 고려사항 정도를 묻는 느낌입니다.

(2) 상황형 문제

직무역량면접에서의 상황형 문제는 1개 문항이 주어집니다. 주로 본인이 한 부처의 사무관이라고 가정했을 때, 정책을 추진 상황에서 발생하는 딜레마나 갈등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묻는 문제가 출제됩니다. 과거에는 12줄의 작성지에 작성했지만 최근 4년은 8줄의 작성지에 과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정해진 답변 형식은 없으나 ‘판단 → 판단 근거 → 단계별 대응방안’, ‘상황 → 판단 → 대응방안 → 사후보완’ 등이 자주 활용됩니다. 다만, 공통적으로 두괄식으로 결론이라고 할 수 있는 본인의 판단을 먼저 적시한 후 그 근거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PT 보고서와 달리, 상황형 문제에 대한 작성지는 별도로 지참할 수 없기 때문에 면접장으로 이동하기 전에 대략적인 문제 상황과 본인의 작성내용은 리마인드하면서 가는 것이 좋습니다. 상황 문제에 대한 질문으로는 ‘반대집단 또는 유관부처와의 소통방법’, ‘판단근거를 선정한 이유’, ‘판단의 결과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등이 있습니다. 보편적으로는 해당 상황에서 본인이 속한 부처의 임무를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무난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상황을 소통이나 협업으로 관리하겠다고 답변하는 것을 권장해드립니다.

(3) 추가 질문

상황형 문제에 대한 질의응답이 끝나고 시간이 남으면, 추가 질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추가 질문은 공직 지원동기, 희망부처 등 지원자 개인과 관련된 질문일 수도 있고, 지원자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가 무엇이고 그에 대한 대응방향을 묻는 시사적인 질문일 수도 있습니다. 면접준비 기간에 굵직한 사회이슈나 현 정부의 국정과제를 학습하기 때문에 크게 부담을 느끼실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과 관련된 질문일 경우, 본인의 모습을 담백하고 솔직하게 표현하시면 됩니다. 다만, 희망부처나 업무의 경우 구체적일수록 좋으니 부처 → 실·국 → 과 수준까지는 준비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2) 공직가치·인성면접

공직가치·인성면접은 앞서 직무역량면접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공간에서 30분 동안 답변 내용을 작성하고 면접장으로 이동하여 40분 간 면접이 진행됩니다. 이때, 문항은 경험형 1문제, 상황형 2문제 총 3문제로 구성됩니다. 답변 내용은 면접관님들께만 복사하여 배부되며 면접자는 제출 후 이를 다시 볼 수 없습니다. 직무역량면접에 비해, 시간 압박은 크지 않습니다.

(1) 경험형 문제

경험형 문항은 조직 생활 또는 개인사와 관련된 면접자의 경험을 제시함으로써 공직에 적합한 인재인지를 검증하는 문항입니다. 가장 쉽게 접하는 질문은 ‘갈등 경험, 실패 극복 경험, 의사소통 장애 극복’등이 있습니다. 경험형 문항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진실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듯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없는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겠지만, 주로 면접위원들의 질문이 사실확인에 집중되기 때문에 허구임이 드러날 수 있고 그에 따른 불이익은 매우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뼈대는 실제 경험에서 가져오고 아주 약간의 msg만 첨가하는 식으로 작성하시길 바랍니다.

대다수의 고시생은 공부 이외의 사회적 경험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군대를 다녀온 것 이외에는 다른 경험이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저는 면접 스터디를 할 때, 십중팔구는 군대 경험을 활용했고 다른 분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들으면서 ‘다른 분들은 경험이 다양하구나.’라며 아쉬움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매번 군대 이야기를 하게 되니 저부터도 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약간 민망했고 ‘다른 스터디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괜한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억지로 경험을 짜내고 만들어내는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고 생각해서 면접준비 기간 후반부부터는 웬만하면 군대 이야기로 작성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또, 스터디와 달리 실제 면접은 당일만 잘 넘어가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군대 이야기를 해도 면접 위원들께서 지루해하지는 않으시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생활 경험이 특별히 없는 경우, 수업 조모임, 학생회, 동아리 활동 등을 자주 활용하는데 저는 군대 이야기만큼 공직생활과 관련된 경험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 분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에 부합하는 경험 사례를 잘 선정해서 그 상황을 진솔하게 설명드리고, 공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면 충분한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상황형 문항

상황면접은 앞서 직무역량면접에서의 상황형 문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특정한 정책적 상황이 주어지면 해당 부처의 사무관으로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답변하면 됩니다. 기본적으로 부처의 입장을 고려하되,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절충안을 도출해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소통·공감’이라는 평정 요소를 고려하여 응시자가 갈등 상황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어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경우에도 막연하고 추상적인 용어를 활용하기보다는 ‘공청회’, ‘간담회’등의 공식적인 용어와 ‘규제 유예기간’, ‘부분/순차적 도입’등의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정부 대외적인 차원에서만 생각하지 않고, 조직 내 본인의 위치와 부처 간 협업을 고려하는 답변도 필요합니다.

(3) 추가 질문

앞서 직무역량면접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남으면 추가 질문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보통, 공직가치·인성면접에서 추가 질문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면접준비 기간에 본인을 여유 있게 돌아보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희망부처의 업무보고나 업무계획 정도는 숙지하시면 면접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2024년 면접 후기 및 복기

1) 면접장 가는 길

면접 일주일 전에 같이 택시를 타고 갈 멤버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7시에 주민센터에서 출발했고 7시 40분 정도에 과천정부청사역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8번 출구에서 내려서 7번 출구 쪽에 있는 셔틀버스 대기장소로 갔습니다. 출구로 나가는 길에 은행 직원분들께서 공무원 복지카드에 관한 서류작성을 요청하시는데 거절하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셔틀버스 타는 쪽에 면접장에 가는 버스 이외에도 다른 사기업 출퇴근 버스도 있으므로 탑승하면서 이 점은 확인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7시 30분에 본인의 면접 조와 순번이 문자(2023년) 또는 국민비서 구삐(2024년)를 통해 전달되니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2) 면접장에서(오전: 직무역량면접)

면접장 건물에 도착하면 1번, 2번, 3번 / 4번, 5번, 6번으로 나뉘어 별도의 대기 공간으로 입장하게 됩니다. 10시에 1번 면접자들이 먼저 이동하였고, 저는 10시 40분 정도에 직무역량면접 과제 작성실로 이동했습니다. 2024년에는 PT 문제로 ‘온라인 암표 거래’가 나왔고, 상황 문제로는 지식재산권 보호 규제 관련 질문이 나왔습니다.

먼저 PT의 경우 제가 작성한 보고서 내에서 주로 질문이 이루어졌고, 면접위원께 별도로 배포된 예시 질문 내에서 한 두 개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하에서는 제가 받은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기억나는 범위 내에서 작성하겠습니다.(키워드 위주로 작성했습니다)

[PT]

Q. 근본적으로 정부가 왜 암표 근절 정책을 해야 하는가?
A. 물론, 암표거래 역시 하나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암표가 성행할 경우, 특정 암표상들이 독과점을 하여 폭리를 취하며 다수의 관람객이 여가를 즐기기 어려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문화예술 산업계가 침체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시장이 스스로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정부개입이 필요하다.

Q. 제시한 대응방안의 문제점이나 한계는?
A.(잘 기억 안 나지만)인력이나 조직 충원의 어려움 등을 언급했던 것 같습니다.

Q. 주무부처와 유관부처는 어떻게 되는가?
A.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 유관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제처, 기획재정부

Q. 해당 사무의 성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지자체는 포함되지 않는가?
A. 지역적 차별성이 두드러지거나 지방자치와는 크게 관련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생각해서 국가사무. 따라서 중앙정부가 주도하지만 현장의 정보를 얻는 데 있어서 지자체도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정보공유 및 협조를 하겠다.

Q. 작성한 3가지 대안 이외에 더 생각한 대안이 있는가?
A. 고민하다가 한 개 정도 했는데 억지로 짜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상황]

Q. 산업계 입장에서 규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A. 제시문에 드러난 정보나 상식선에서 원론적인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Q. 산업계를 설득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는?
A. 국가별 지식재산권 보호 정도에 따른 콘텐츠 산업의 규모, 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이후 지식재산권 등록 건수 및 관련 산업 발전 정도

Q. 판단근거로 공익을 강조하였는데 공익을 강조할 때 고려사항은?
A. 일반적으로는 공익을 우선시하며 사익이 침해되는 문제가 발생. 사안에서는 산업계의 단기적 이윤이 감소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개발자와 산업계가 상생관계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정보공유, 절차적으로도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

3) 오후: 공직가치·인성면접 후기

오전 면접이 끝나고 처음 대기했던 자리에 왔을 때, 대략 12시 정도였고 자기 자리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보온통에 죽을 준비해서 갔습니다.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가 2시 정도에 오후 면접을 보러 이동하였습니다.

오후에는 다른 과제 작성실로 이동하여 30분간 3문제에 대한 답변을 작성했습니다. 개인경험 문항으로는 정보공유가 잘 되지 않았던 경험을 묻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바로 군 시절을 상기시키며 바로 떠오르는 경험을 적었습니다. 이때, 저는 사실확인을 들어와도 자신 있게 답할 자신이 있었고 오히려 이 부분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는 생각에 면접위원께서 대략적인 이해는 할 수 있으면서도, 질문이 필요한 수준으로 상황 묘사를 했습니다.

나머지 두 개의 상황 문제는 공통적으로 정책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 대한 문제였습니다. ➀ 하나는 출산가족업무를 담당하는 사무관으로서 임산부가 가명으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가명출산제’를 둘러싼 갈등 상황에 대한 대응을, ➁ 다른 문제는 소속 부처의 다문화 교원 채용 확대 정책에 관한 갈등 상황을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두 질문 모두 유사한 관점에서 접근했고 기본적으로는 제가 속한 부처의 정책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되, 객관적인 자료 조사 및 해외사례를 검토한 후 반대집단과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반대가 수그러지지 않을 경우, 우호적인 지방자치단체 몇 곳과 협조하여 시범적으로 시행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행정학(지방행정론)에서 배운 역차별, 지방교육자치제도 등을 활용하였습니다.

3문제를 다 쓰고 났을 때, 7분 정도가 남았고 저는 제가 쓴 내용을 반복해 읽으면서 면접에서 예상되는 질문에 대비했습니다. 이미 오전 면접을 치른 상태였기 때문에 다소 긴장이 풀렸으며, 큰 욕심 내지 말고 솔직하게 내 모습을 보여주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면접장에 들어갔습니다.

Q. 반대집단이 사무실에 찾아와서 강력하게 시위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A. 시위현장에 나가서 어떤 이유로 반대하는지 경청, 정부의 조치에서 미흡했던 점 청취, 정부 입장이나 정책의 기대효과 설명

Q. 일부 언론이 부정적인 기사를 쓰면서 정부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려고 할 때 대응방안?
A. 먼저 해당 언론과 대화를 통해 어떤 경위로 그런 기사를 썼는지 파악, 정부의 정보제공이나 언론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지 점검, 팩트에 어긋나는 기사의 경우 보도자료 배부, 동시에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언론에 정책홍보 기사 부탁.

Q. 여론과 전문가 사이의 의견이 다를 때, 정부의 대응은?
A. 우선 양자 사이의 의견이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를 파악, 소통에 장애가 있었는지 검토하고 필요시 대화체 구성 및 투명하게 운영, 여론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기구 만들어서 사실확인 및 정보공개

Q. 추가 질문: 1분 정도 남았는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봐라.
A. 긴장되는 마음 반, 기대되는 마음 반을 가지고 오늘 면접장에 왔다. 좋은 면접위원님들 만난 덕분에 편한 마음으로 즐겁게 면접 임하고 간다. 후회 없는 면접하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최종합격하게 된다면, 우리나라가 보다 더 안전한 사회가 되는데 이바지하고 싶다. 또 조직 내부적으로도 상사분들께는 신뢰받을 수 있는 조직원이 되고, 먼 미래에 제가 상사가 된다면 본받을 점이 있는 공직자가 되고 싶다. 등의 아무 말을 하고 나왔습니다. 지나고 봤을 때 생각해보니 약간 수상소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면접 이후 약 2개월이 흘렀는데, 면접에 대한 기억이 벌써 희미해진 것 같습니다. 큰 도움이 되는 면접수기가 되지 못할 것 같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2차 공부나 2차 시험장에서의 기억보다 면접 관련 기억은 휘발성이 강한 것 같습니다. 2차에 합격한 분들이라면 1차 공부와 2차 공부에 쏟아 부은 노력의 20%만 투자하셔도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겪은 면접장 분위기는 정말 편하고 부드러웠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음’이나 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면접 스터디 일정만 따라가도 넘칠 수준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2차 공부할 때와 같이 하루 종일 자료를 보거나 책상에 앉아있기보다는 친구, 가족과 편하게 대화하면서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장에 들어가시면 좋겠습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도 저는 이 글을 읽는 여러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고시생이었고 여전히 평범한 학생일 뿐입니다. 시험에 진입하는 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제게 막연한 경외심을 가지지 말고, 여러분보다 부족한 사람이 운 좋게 시험 한번 잘 봐서 이런 글을 쓴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또 2차에 합격하여 면접을 준비하는 분이라면, 정말 고생 많으셨다는 격려와 함께 조금만 기다리면 최종합격의 영광이 있을 것이라는 응원의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Ⅵ. 나가며

먼저, 매일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과 불안함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계신 수험생 여러분께 응원과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본인 스스로에 떳떳할 만큼 공부한다면 그 노력이 어떻게든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간혹 들리는 최연소 합격사례, 단기합격사례에 흔들리지 마시고 어제의 나, 작년의 나와 비교하며 하루하루 정해진 스케줄을 묵묵히 해나가며 멘탈을 강하게 잡으시길 바랍니다. 이 시험을 붙는 데 있어서 운과 실력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운이 따랐을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는 힘은 실력에서 나오며 부정적인 운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힘 역시 실력에서 나옵니다. 저 역시 초시 때, 직전에 본 내용이 문제에 나오는 운이 따르면서 합격선보다 약 1점 낮은, 실력에 비해 과분한 점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때의 저는 이러한 운을 강하게 붙잡을 실력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운은 시험에 붙은 올해까지 그 뒤로 한 번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반복되는 탈락을 겪으며, 저는 운의 영향을 최소화하여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시험장 컨디션이 좋지 않더라도 붙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자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는 나왔으면 했던 주제 혹은 시험 직전에 강조했던 주제가 시험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저는 2차 시험에 대해 이렇게 비유해 보고 싶습니다. 과목별 공부를 각각의 아파트 한 동씩 짓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시험은 각 과목에 해당하는 아파트 동에서 하나의 층이나 세대를 무작위로 정해 준공검사를 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유일하게 제대로 지은 층을 검사받을 수도 있고, 운이 나쁘다면 유일하게 부실공사가 이루어진 층을 검사받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말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요행을 바라지 말고 어떤 층을 검사하더라도 자신 있게 검사에 임할 수 있는 공부 상태를 만들어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고시생활을 하다보면, 잠깐의 위안을 위해 낙관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때로는, 본인의 학습 상태에 불필요한 공부임에도 단순히 주변에서 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에 휩쓸려 공부 리듬을 망치기도 합니다. 또, 목적의식 없이 공부를 위한 공부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본인의 객관적 위치나 학습 진도를 주기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스터디나 학원 모의고사와 같이 본인이 쓴 답안지를 제3자에게 점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본인의 장/단점, 취약 파트를 인지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제 수기가 여러분이 공부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나중에 꼭 공직에서 뵙기를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