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24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합격【P O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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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2024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일반외교 합격자입니다. 고시를 진입하면서 최종합격 소식을 듣기 전까지 정말 괴물 같은 사람만이 이 시험에 합격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붙고 나니 떨떠름하기도 하고 과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고시도 결국 성실하게 한다면 여러분도 합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두 번의 PSAT을 연거푸 탈락하였고 세 번째 도전에서 1차부터 3차까지 한 번에 뚫어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소위 PSAT형 인간이 아닌 분들이 공부를 대비함에 있어 제가 어떻게 공부를 해왔는지 저의 경험을 설명해 드리고 이를 참고하여 좋은 결과를 얻으시기를 희망합니다.

Ⅱ. 시기별 공부

1. 2020년 고시 진입 이전

본격적으로 고시준비를 시작한 것은 2021년부터이지만,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교관이라는 꿈을 갖고 살아왔기 때문에 그 이전부터 조금씩 공부를 했습니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육군에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야간 연등을 통해 기본적인 교과서들을 읽었습니다. 군 생활 동안 『국제법론』, 『국제정치 패러다임』, 『왈츠이후』, 『세계외교사』 등을 1회독 하였습니다. 요즘에는 군대에서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제가 복무할 당시에는 병장 전까지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어서 이러한 공부가 가능했으리라 짐작됩니다.

또 전역 후에는 학교에 복학하여 학교 수업과 더불어 제2외국어인 중국어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제 본 전공은 정치외교학이지만 이중전공이 경제학과였고, 전역 후 본격적인 경제학과 수업 수강에 앞서 황종휴 선생님의 예비순환을 수강했습니다.

2. 2021년 3월 ~ 2022년 10월

저는 2021년 3월에 신림동에 들어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 집PSAT을 풀어본 결과 할 만 하다는 안일하고 무지한 생각으로 1차에 대한 자기객관화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1차를 등한시하고 2차에만 몰두했습니다. 이때는 우선 문제를 많이 풀어보기보다는 전공 과목에 대한 기본 지식과 틀을 확립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경제학 연습책을 풀기보다는 강의내용과 전공서를 바탕으로 기본개념을 확립했습니다. 국제정치의 경우에는 제 전공 과목이기도 하고 교과서들도 여러 번 읽기도 했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하여 국제정치에서 굵직하게 다뤄지는 논문들을 원서로 읽었습니다. 또한 정원준 선생님의 외교사 특강 및 순환강의를 통해 단권화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국제법은 기본 필독서를 바탕으로 개념을 확립하는 데에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안진우 선생님께서 교과서를 읽으라고 저에게 강력하게 혼내셔서 교과서를 여러 번 회독하고자 하였습니다.

2022년 첫 PSAT에서 당시 커트라인은 65점이었는데 저는 56.66점을 맞았습니다.(언 60/자 57.5/상 52.5) 이때 제가 떨어지고 나서 심적으로 크게 방황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비로소 PSAT의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습니다. 3순환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학원을 다녔습니다. 이때 황종휴 선생님께서 저의 상태를 보시고 상담을 해주셨는데 그때 들은 쓴 소리 때문에 정신을 차린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경제학 3순환 교재를 통해 문제를 풀어내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하루 온 종일을 쏟아도 5문제 이상 풀기 힘들었지만 답지를 보지 않고 최대한 내 힘으로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때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3. 2022년 10월 – 2023년 12월

신림동에 휴학하고 들어왔지만, 3순환도 끝났으며, 올해 시험에 들어가지 못한 제가 굳이 신림동에 계속 방을 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학교 고시동에 지원하여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고시동에 들어간 이후 바로 10월부터 PSAT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때부터 PSAT 강의를 수강하고 모의고사를 구해서 푸는 등 일체 2차 과목에는 신경 쓰지 않고 오직 1차를 위해 달렸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3년 두 번째 PSAT에서는 당시 커트라인이 81.66점이었는데 78.33점을 맞았습니다.(언 70/자 85/상 80) PSAT이 상당히 쉬웠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언어논리를 풀 때 작년까지 어려운 PSAT 기조였기에 확신을 못 갖고 다음 문제로 못 넘어간 것이 패착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두 번째 PSAT 불합격에서는 그렇게 심적 타격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학교에 복학해서 수업을 들으니 슬퍼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경제학 전공 각론들을 주로 많이 들었는데 그 수업 내용들이 이듬해 합격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2차가 끝나고 다른 고시동 실원들이 열람실에 나오지 않아 저 혼자 여름방학 내내 열람실에 박혀 경제학 문제를 닥치는 대로 풀었습니다.

4. 2024년 1월 ~ 2024년 11월

세 번째 PSAT을 준비할 때는 한 문제 한 문제에 급급하지 않고 대충 풀자는 마인드를 가지고 임했습니다. 또한 이전 시기와 달리 문제풀이의 비중을 대폭 늘렸습니다. 그 덕분인지 세 번째 PSAT에서는 당시 커트라인이 80점이었는데 81.66점으로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PSAT을 합격했다는 기쁨도 잠시이고 이제 2차의 걱정에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1차에 몰두한 나머지 2차는 다 까먹은 상태이고, 할 것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 지 몰랐습니다. 우선 황종휴 선생님의 3순환을 들으면서 생활패턴을 2차에 맞추는 한편 문제를 가지리 않고 풀었습니다. 국제정치의 경우 IFANS를 참고해 현안들을 파악했고, 국제법의 경우 교과서를 기본으로 하여 단권화 노트를 암기했습니다.

2차 합격 문자를 받고는, 3차 준비를 위해 설명회에 참석하였고 스터디를 통해 면접에 대한 감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Ⅲ. 1차 공부 방법

1. 언어논리

언어논리는 제가 처음 진입할 때는 수능 언어도 잘 봤었던 만큼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발목을 잡은 과목입니다. 그런데 PSAT을 공부하면서,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2차와 3차 면접을 준비하면서 언어논리가 공직자의 소양으로서 묻는 자질은 수능을 보는 데 필요한 역량과 크게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언어논리는 제가 생각할 때 수능처럼 꼼꼼하게 읽고 푸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방대한 양의 자료를 짧은 시간 안에 굳이 다 읽을 필요 없이 핵심만 간추려 낼 수 있는 능력을 묻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특히 세 번째 시험을 준비함에 있어서 글에서 쓸 데 없는 문장은 과감하게 건너뛰고 문단의 핵심내용에 해당하는 한두 문장만 골라서 읽었습니다. 만약 디테일을 묻는 선지가 있다면 그때서야 되돌아와 읽었습니다. 또한 지문 독해보다 제가 중점적으로 노력했던 것은, 선지가 묻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한승아 선생님의 선지 끊어 읽기를 접하고 나서 선지에는 다양한 사실들을 복합적으로 묻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언어논리에서 독해 파트뿐만 아니라 형식논리, 강화약화도 제가 고전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형식논리 파트에서는 논리학의 기본 내용들을 익힌 다음에 마치 수식 풀듯이 논리학 기호를 풀어내기보다는 표를 그려서 OX를 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방법과 잘 맞아서 이를 적극적으로 연습했습니다. 또한 강화약화에서는 글에서 나와 있는 전칭명제와 특칭명제를 명확히 구분하고 글의 논리적 전개와 흐름을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입했습니다. 또한 술어 위주로 글을 읽어서 선지의 술어가 글에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하도록 노력했습니다.

2. 자료해석

자료해석은 처음 마주한다면 공포 그 자체였지만 막상 공부를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성적 상승이 비약적이어서 기분이 좋은 과목이었습니다. 특히 제가 생각하기에 자료해석은 점수 상승의 상방한계가 명확하게 존재하지만, 하방 역시 두텁게 보호될 수 있어서 특히 컨디션을 덜 타는 과목인 것 같습니다.

처음 석치수 선생님의 수업을 들을 때 솔직히 말하자면 ‘굳이 저렇게 어렵게 풀 이유가 있나?’였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공부의 역사가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선생님이 그때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다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석치수 선생님과 관련된 저의 과거를 돌아 생각해볼 때 자료해석이 다른 과목들과 비교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물론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위 ‘경험치’라고 생각했습니다. 경험이 쌓이기 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이 경험이 쌓이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논리나 상황판단은 손도 못 댈 만한 문제가 나올 여지가 크지만 자료해석은 아무리 당황스런 문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기본기만 탄탄하다면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하나의 문제라 하더라도 이렇게도 풀어보고 저렇게도 풀어보고 하면서 제가 알고 있는 기술들을 활용해 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제가 경험치가 쌓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치를 쌓는 데 있어서 가장 처음 해야 할 것은, 비타민과 같은 계산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억 속에 6분 안에 풀어야 하는 세트의 경우 처음 풀 때는 25분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 때문에 제 지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제 친구와 진지하게 신세 한탄했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비타민을 한 권 다 풀어갈 즈음에는 6분 남짓 들어올 수 있었고, 석치수 선생님의 계산연습책을 풀고 나서 비타민을 다시 푸니 3분 안에 풀어내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을 재면서 풀었습니다. 또한 기존에 풀었던 문제를 시간제한 없이 마주하면서, 제가 그 문제를 풀었던 당시에 사고과정을, 선생님의 사고방식과 비교하면서 교정했습니다. 그리고 석치수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던 것처럼, 그리고 처음에는 제가 이해하지 못했던 그 방식대로, 이런 방법으로도 풀어보고 저런 방법으로도 풀어보면서 기본기를 늘릴 수 있었습니다.

3. 상황판단

상황판단은 다른 과목들에 비해서 정석적인 파훼법이 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판단이라는 과목을 정복하는 데에는 100인 100색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선생님별로도 상황판단이라는 과목을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하다고 느꼈습니다. 따라서 상황판단을 마주하는 우리들은 여러 파훼법들을 접해보고 자신과 잘 맞는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1번부터 40번까지 쭉 한 번에 풀어내는 방식을 채택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험에는 이 방식대로 풀었습니다. 또한 각 문제 유형에 대해서는 최원석 선생님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법조문과 언어논리형 문제에 있어서는 선지를 보면서 ‘출제자의 관심’을 파악하려고 했습니다. 또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계산형 문제의 풀이방법과, 겉/속/판 등 여러 스킬들을 몸에 체화시켰습니다. 그리고 퀴즈형에서도 선생님께서 알려주시는 반대해석, 표 그리기, 탈무드의 항아리 등과 같은 기술들을 실전에서도 활용하는 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의 모의고사는 너무 억지스러운 문제도 없고 실전적이어서, 사실 이번 세 번째 PSAT을 응시할 때 마치 최원석 선생님 모의고사 푸는 느낌이 났었습니다.

Ⅳ. 2차 공부방법

1. 경제학

경제학 개념을 잡는데 있어서 저는 황종휴 선생님의 강의를 기본 뼈대로 해서, 대학교 전공 수업을 활용해 살을 붙였습니다. 사실 객관적으로 경제학 시험의 난이도는 그 자체만으로 본다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다만 그 범위가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이 시험이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사실 황종휴 선생님의 순환강의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굳이 전공수업을 듣는 것을 권하는 이유는 출제하는 분들이 다 경제학과 교수님이시고, 교수님의 디테일한 설명을 들어놓는다면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이해하는 깊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학원 강의의 특성상 시간의 제약이 있고 그 촉박한 시간 안에 모든 범위를 다루다 보니 선생님의 입장에서도 얕게 다룰 수밖에 없고, 학습자 입장에서도 모든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실 주로 나올 것 같은 분야가 한정되어있는 만큼 이러한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을 학교 수업을 통해 심화학습을 하여 이러한 부분에 만반의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 하에서 저는 『산업조직론』, 『전략과 정보의 경제학』, 『정보의 비대칭성과 유인설계』, 『경제변동성장론』, 『동태적 거시경제학 연구』, 『화폐금융론』, 『국제무역론』, 『국제금융론』 등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한편, 경제학은 논문형 과목이 아니라 결국 수리적으로 풀어내야 하는 시험입니다. 그리고 저보다 먼저 합격했던 친구들과 얘기해본 결과, 거시, 미시, 국제경제학 연습책을 1회독 할 때 쯤 최종합격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물론 연습책을 1회독 하면 반드시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습책을 1회독 할 정도로 경험치가 쌓여야 비로소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친구와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홀수 전체 문제를 먼저 풀고, 그 다음에 짝수 전체 문제를 하루에 10문제씩 푸는 스터디를 꾸려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서 임봉욱 교수님의 문제집을 2회독 하였습니다.

거시경제학의 경우에는 특히 함의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거시경제학은 문제풀이와 더불어 연습책 해설서에 있는 소위 ‘썰 푸는’ 문제에 대한 해설내용을 따로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교과서를 읽으면서 얻는 함의들 또한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종화/신관호 교수님의 『거시경제학』, 미쉬킨의 『화폐와 금융』, 김진일/이종화 교수님의 『동태적 거시경제학』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2. 국제법

국제법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안진우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듯이 교과서를 읽어야 합니다. 처음 공부를 할 때는 교과서가 매우 두껍고 읽어야 할 것도 많기도 하고, 외워야 할 조문도 많고 해서 편하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에 교과서를 등한시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교과서를 여러 번 접하게 되고 안진우 선생님께서 답안지 개별 강평을 하실 때 제 답안지를 보고 교과서를 안 읽은 티가 난다는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생각납니다.

교과서를 읽을 때 우선 안진우 선생님의 강의를 바탕으로 해당 챕터의 큰 뼈대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설명을 하시고 교과서를 펴라고 하신 다음 교과서 본문을 같이 읽는데, 이때 선생님께서 읽고 강조하신 부분을 따로 메모를 해뒀습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습시간에 한 번 더 읽고, 교과서의 논리체계를 그대로 옮겨온 뒤, 교과서에서 언급된 문구를 그대로 옮겨 적어, 나만의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국제경제법, 국제인도법과 같은 경우에는 사실 외교원 준비생에게 있어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준비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저는 PSAT을 떨어진 첫 번째 해에 안진우 선생님의 국제경제법 특강을 듣고 공법 준비하듯이 선생님의 체계와 교과서를 기반으로 하여 저만의 템플릿을 만들었습니다. 또한 국제인도법의 경우에는 정인섭 교수님 교과서에서 주로 인용되는 후지타 히사카즈의 『국제인도법』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국제형사법은 김기준 교수님의 『국제형사법』을 바탕으로 독학하여 단권화 노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험 5주 전에 친구와 함께 암기 스터디를 구성해서, 조약 조문 및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암기장을 작성해서 오후 10시부터 2시간 동안 그대로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암기해 옮겨 적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사실 저는 본격적인 암기는 시험 5주 전에 시작해서 그 전까지 3년 동안 모든 국제법 답안지 작성을 오픈북으로 했었습니다. 어차피 까먹을 것이기에 암기는 나중 가서 하고, 이해에 치중하자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암기하면서 오히려 그제야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고, 제가 잘 못 알고 있었던 부분도 알게 되는 등 큰 충격을 받은 경험이 생각납니다. ‘수험생 초반에 이해에만 치중하지 말고, 암기도 틈틈이 할 걸’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3.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학은 우선 입문은 기본 개념서로 하되 결국 기본 개념서가 바탕으로 하는 주요 영어 원문 논문이라든지, 주요 저서, 그리고 현안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제정치의 대부분의 이론들은 외교사에서 나오는 사실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것들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국제정치 이론을 먼저 접하기보다는 외교사를 먼저 공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반대로 이론을 먼저 배우게 된다면 이론들이 뜬구름 잡는 것 같고, 이 소리가 저 소리 같고 하는 등, 갈피를 못 잡을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선 입문하시는 분들께는 정원준 선생님의 순환강의와 주요 기본서를 통해 골격을 잡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특히 정원준 선생님은 외교사와 철학적 분야에 있어서 매우 깊은 내용을 전달해 주십니다. 이러한 역사적, 철학적 내용들은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강의를 통해 외교사와 이론에 대한 골격을 잡았다면, 그러한 이론을 소개하는 교과서가 베이스로 하고 있는 원서들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금 제가 이 수기를 작성하는 동안 생각나는 읽을거리로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국제정치이론』, 『제국의 신화』, 『승리 이후』 『리버럴 리바이어던』, 『국제통화금융체제와 세계경제패권』, 『Bound to fail』, 『Why alliances endure or collapse』, 『Weaponized Interdependence』, 『More will be worse』, 『More will be better』 등 수없이 많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에서는 교수님들께서 외교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시기 때문에 이를 잘 알아둔다면 답안지 작성 시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해당 읽을거리는 각자 대학교에서 국제정치 과목 실러버스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읽은 다음에는 이를 본인만의 단권화 노트로 정리해 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읽기만 하고 복습을 하지 않으면 기억이 오래가지 않을 뿐더러, 1차 끝나고 2차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빠르게 기억을 리마인드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단권화 노트를 만드는 경우에 있어서 물론 각 리딩별 주요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각 이론별로 비교하는 것입니다. 실제 문제는 어떠한 이론을 설명하라는 1차원적인 문제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이론을 저러한 이론과 비교하여 설명하라는 문제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비교를 미리 생각해 보고, 기준점을 잡고 분석하는 연습을 반드시 해야 합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경우에는 현안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현안 문제야말로 출제 교수님들께서 출제 당시에 하고 계시는 고민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IFANS의 주요 현안내용을 틈틈이 읽고, 한국국제정치학회 춘계학술대회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안을 파악해야 합니다.

Ⅴ. 3차 면접

우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이 시험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고, 어쩌면 이 수기를 받아만 두고 읽지 않았다가 면접을 앞두고 걱정되는 마음에 펼쳐본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바늘구멍과 같은 1차와 2차의 관문을 통과하고 면접을 준비하게 되신 분들께는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동기부여를 위해 읽고 계시는 분들께는 어느 날은 공부가 잘 되고 어느 날은 공부가 잘 안 되는 날도 있겠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매일 묵묵히 공부한다면 반드시 성공의 기쁨을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돌이켜 생각해보면 2차 합격 문자를 받고 30분 정도는 도파민이 뇌에서 쭉쭉 분비되는 것을 생동감 있게 느꼈는데, 그 기쁨도 잠시이고 설마 면탈이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에 괴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1. 면접의 진행방식

1) 면접의 내용

면접은 크게 두 파트로 진행됩니다. 각 파트에서 준비시간은 각각 30분이고, 면접은 각각 40분입니다. 2024년의 경우에는 집단토론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각 파트별로 면접관 두 분께서 들어오십니다.

두 파트 중 한 파트는 직무역량 및 경험상황이고, 나머지 한 파트는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입니다. 직무역량은 마치 통합논술처럼 약 5페이지에 해당하는 자료들이 주어지고, 이 자료들을 바탕으로 주어진 주제에 해당하는 현황, 문제점, 대응방안 등을 보고서 형식으로 한 페이지를 작성해야 합니다. 경험상황의 경우에는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고 그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후속 보완조치는 무엇인지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에서 미국이 중국에 경제제재에 동참하도록 요구한 경우, 만약 이에 응한다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예상되는 상황일 경우, 어떤 근거로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떠한 후속조치를 취할 것인지 작성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은 질문이 3가지로 주어집니다. 첫 번째 질문은 본인의 경험과 관련한 문제가 주어집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어떤 집단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업무를 태만하게 하거나, 능력 부족으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팀원이 있었던 경우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을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와 세 번째 문제는 공직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습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상관의 비위사실을 목격한 경우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상관이 본인이 판단하기에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을 묻습니다.

2) 면접의 진행절차

당일 아침에 과천 정부청사역으로 향하는 도중 본인의 면접 조와 번호를 받습니다. 2024년에는 56명이 면접에 들어갔고, 5명에서 6명씩 10개조로 나뉩니다. 여기서 10개 조이므로 10개의 면접 방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한 개 조에서는 5번에서 6번까지의 번호가 부여됩니다. 이 때 1, 2, 3번을 받는 경우 오전에 직무역량 및 경험상황을 보고, 오후에는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을 보게 됩니다. 반대로 4, 5, 6번을 받는다면 오전에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을 보고, 오후에 직무역량 및 경험상황을 봅니다. 1번과 4번이 먼저 들어가고, 1번과 4번이 30분 동안 준비를 끝마치면 10분여 시간 뒤 2번과 5번이 준비하러 들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1번과 4번이 빨리 오후 면접을 끝마치므로 약 3시경에 귀가할 수 있으며, 3번과 6번이 제일 마지막에 면접을 끝마치게 되므로 약 5시30분경에 귀가할 수 있습니다.

과천 정부청사역에 도착해서, 역사 밖으로 나와서 셔틀버스를 타고 면접장으로 이동합니다. 도착하면 강당에서 대기하면서 면접을 진행하는 공무원분들의 인솔에 따라 휴대폰 및 전자기기를 반납하고 대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앞서 설명해 드린 방식대로 번호 순대로 인솔하에 이동하여 면접을 보게 됩니다.

2. 면접의 준비방식

1) 전체 스터디 조직

합격 소식이 전해지고 나서 당일 행시사랑 카페에서 합격자들을 모읍니다. 이때 댓글에 본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비밀글로 남기면 2차 합격자 톡방에 초대되게 됩니다. 그리고 1주일 이내로 2차 합격자 전원이 모입니다.

2차 합격자 전원이 모이면, 우선 면접의 진행방식에 대해서 설명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해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주제들을 정합니다. 그리고 주제에 맞게 8개에서 10개 조를 짜게 되며, 각 조는 주제들 중 하나를 맡아서 모의면접 문제를 제작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스터디를 진행합니다.

스터디는 회차마다 다른 조와 연합하여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60명이 10개 조로 편성되고, 만약 본인이 1조에 배치되었다면, 어느 날은 2조와, 다른 날은 3조와 매칭되어 각 조별로 제작한 모의 문제를 가지고 모의면접을 진행합니다.

스터디 후반으로 갈수록 참석률이 저조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면접이 임박하면서 체력적으로도 힘들 뿐만 아니라 각자가 참고하는 자료를 정리하느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면접 스터디를 참석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시간 내에 촉박하게 글을 작성하고 임기응변으로 답을 하는 것 자체가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2) 개별 준비

스터디의 경우 우선 직무역량 및 경험상황 위주로 진행됩니다. 직무역량의 경우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막막해서 외교부 홈페이지 들어가서 이것, 저것 눌러보고 다시 닫고 걱정하기 일쑤입니다.

직무역량은 정말 실무적인 내용을 물어보는 만큼 실무 단계에서 어떠한 정책적 제인아 이루어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정과제,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자료, 보도자료 등을 중심으로 자주 언급되는 해결방안을 중심으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보도자료의 경우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지인이나, 면접 전체 스터디 조원들과 함께 1월부터 10월까지 인원수에 맞게 분배하여 정리해서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또 이와 별개로 저는 따로 스터디를 꾸려서 IFANS 주요국제문제분석도 스터디원들끼리 분배해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경험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인의 과거 기억들을 반추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학교 수업 듣다가 공부만 한 수험생 입장에서 어떤 획기적인 경험이 있겠습니까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랑 해외여행 갔다가 싸운 이야기, 군대에서 예초하던 이야기, 팀플에서 프리라이더가 있었던 이야기 등을 우선 손이 가는 대로 육하원칙에 맞게 써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에 그러한 경험들을 적절히 각색해서 만능경험으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군대에서 예초한 경험을 두고 상관의 부당한 지시에 대한 답변이 될 수 있고, 창의적 해결책을 제시한 사례가 될 수도 있는 등의 만능경험을 세 개 정도 구비해 두면 어떠한 당황스런 문제를 만나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인성면접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9가지 공직가치, 공무원의 6대 의무와 4대 금지, 그리고 외무공무원법상의 외교관의 임무와 복무, 그리고 영사 조력법에 따른 의무와 절차 등을 정리하고 철저히 암기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면접에서 어떠한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이며 어떠한 판단기준을 근거로 충돌하는 가치 중 하나를 택했고 그 보완책은 어떻게 실시할 수 있는지 조리 있게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영어면접

보통 대다수의 3차 면접 대상자들은 한국에서 공부한 순수 국내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옛날 외무고시 시절에는 외국어의 비중이 높았고 영어 및 제2외국어도 2차 과목이었기 때문에, 그리고 2013년 이전에는 1차 시험이 PSAT이 아니라 전공과목 객관식이었기 때문에 외국에서 공부했던 학생들이 일부 유리한 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한국에서 공부했으며 유학 경험이 없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직무역량의 경우 보고서를 작성하고 2~3분간 영어발표 및 5분간 한국어발표가 있는데, 이때 영어발표를 대비하기 위해 저만의 템플릿을 만들고 이를 외웠습니다. 주요한 틀을 만들어 두고 핵심용어들만 주제에 맞게 갈아 끼울 수 있는 템플릿을 통해 영어발표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개에서 3개정도 영어 질문을 받는데 이 경우에는 굳이 답변을 길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제가 전하고 싶은 핵심내용을 간결하게 답변했습니다. 또 이러한 것은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므로, 면접 스터디에서 당일 조원들과 영어 질문을 하자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서 진행했습니다.

3. 면접 당일

면접 당일에는 일부 친구들은 샵에 들러서 메이크업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남자이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전날 미리 사 둔 양복 한 벌을 준비해 두고 다음 날 일찍 일어나야하기 때문에 일찍 잠에 들었습니다.

저는 공부를 시작한 지 처음에는 신림동에서 공부했으나, 어느 정도 년차가 쌓인 후에는 학교 고시동 기숙사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래서 면접 당일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가 제공이 되지 않으므로 전날 미리 사놨던 샌드위치를 가방에 넣고, 고시동에서 같이 공부하던 학우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보통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양복이라든가 넥타이에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아침 일찍 준비함에 있어 면접 당일 며칠 전부터 구두에 익숙해지고 넥타이 매는 것을 연습하거나 미리 매어 두시기를 권합니다.

당일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국민비서로 제 면접 조와 번호를 통지받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면접 조는 최대 6명으로 구성되며 6명 중에서는 수험번호 순으로 1번부터 6번까지 배정받습니다. 보통 항간에 떠도는 말에 따르면 여자 수석부터 소위 ‘ㄹ자 배치’를 한다고 하고, 이를 통해 자신이 전합조인지 1명의 탈락생이 발생할 조인지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통상 일반행정과 재경직은 ㄹ자 배치의 적중률이 높다고들 하지만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의 경우에는 다들 확실히 모르는 듯합니다.

저는 평소에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 면접 조와 번호를 통지받고 너무 긴장된 나머지 지하철에서 계속 헛구역질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부 친구들은 긴장을 조금 덜 하고자 청심환 등 진정제를 사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러할 경우 졸리고 과도하게 긴장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그럴 경우를 대비해 활명수를 사서 마셨습니다. 사실 긴장과 소화제는 큰 차이가 없지만 그래도 그거를 마시면 심적으로 안정이 되었습니다.

면접 당일에는 일체의 전자기기들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대신 인쇄한 자료들은 강당에서 대기하는 동안 볼 수 있으므로 정말 필요한 자료들만 인쇄해서 가방에 챙겨갔습니다. 저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할 수 없으니 너무 지루하고 힘들었는데 어떤 면접자는 가볍게 읽을 책을 챙겨온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한 방법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면접 문제는 직무역량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 주어졌습니다. 이때 레바논에 체류하고 있는 교민 및 기업인들에게 대피명령이 떨어졌고, 레바논과 관계 악화가 예상되며, 레바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헤즈볼라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이 주제는 56명이 전원 모였을 때 의제가 제기되기는 했지만, 중동 문제는 한국과 깊은 연관이 있는 주제가 아니라고 판단해 기각했던 것이었는데 그것이 이렇게 변형되어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평소 보도자료 등을 꼼꼼하게 읽었던 것과, 면접 며칠 전에 해외진출기업 지원 사례집을 읽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외교관’에 대한 예상답변으로 아프가니스탄 현지 조력자 탈출작전을 주도한 김일응 외교관님의 사례를 읽어서 이에 대한 외교부 차원의 대응방안을 암기했었는데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경험상황에서는 사실 앞서 예시를 들었던 미중 갈등 상황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평소에 대비했던 템플릿을 활용했습니다. 저는 평소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판단기준을 ‘단기뿐만 아니라 중장기 손익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근거를 제시하거나 ‘대안의 존부 여부’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이렇게 두세 개의 도구를 준비해 두고 변용한다면 대처가 쉬울 것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미국과 협력 시 손익, 중국과 협력 시 손익만을 제시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한쪽과의 협력이 다른 쪽과의 협력보다 더 우월한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공직가치의 경우, 통상 준비했던 9가지 가치를 활용하는 문제가 아니라 마치 경험상황 문제처럼 나왔습니다. 두 문제 중 하나는, 국제 플라스틱감축조약과 관련해서 환경을 중시할지 국내 기업 및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중시할지 선택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저는 보도자료에서 2024년 말에 국제플라스틱협약을 위한 국제회의가 부산에서 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의제 중에서 자발적 감축제를 택할 것인지, 수량규제를 할지를 두고 이견이 있다고 미리 공부했고 이를 활용했습니다. 또 다른 이슈로는 주재국 한인 사회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를 물어봤습니다. 저는 국정과제 중 하나가 글로벌 한인 공동체 구축인 점을 들어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또 공직가치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참 대답하기 곤란한 문제를 많이 물어본다는 점입니다. 특히 이번 두 번째 공직가치 문제에서 공관장님께서 한인사회의 일체 행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한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때 답변하는 요령은, 면접관님들은 현직에서 오래 근무하신 대선배님들이시고 이분들께서 당신과 함께 일하고 싶은 후임을 뽑는 자리인데, 만약 역으로 본인이 선배고 같이 일할 후배를 찾는 자리에서 어떤 후배를 뽑고 싶은지를 항상 생각하는 것입니다. 어떤 조직사회든지 너무 칼같이 원리원칙만을 내세우면 잘 융화되기 힘든 만큼, 선배와 직장 상사를 존중하고 법과 원칙을 무작정 들이밀기보다는 대화와 설득을 먼저 하는 자세, 그리고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협동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사실 면접은 우수, 보통, 미흡 3가지로 평정 되며, 우수는 2차 성적과 무관하게 합격이고, 미흡은 2차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수험생은 보통을 받게 되는데 보통의 경우에는 동점자이므로 2차 성적에 따라 합불 여부가 갈리게 됩니다. 비록 우수는 받기 힘들고 우수보다 받기 힘든 것이 미흡이라 미흡탈보다 성적탈에 대한 공포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3차 면접 대상자들은 본인의 2차 성적을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에 대한 스트레스가 막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수록 더욱 면접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우수를 받자는 생각을 통해 이를 이겨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주어진 현실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최종합격을 반드시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Ⅵ. 마치며

처음 1차 합격하고 2차를 앞둔 시점에서, 저와 같은 처지인 스터디원에게 2차 준비의 막막함에 대해서 신세를 한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고 친구에게 하소연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T여서 그런가 저에게 그럴 때는 오히려 아무데나 잡고 시작하라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공감해주지 않는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다소 서운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충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듯이, 눈앞에 있는 어마어마한 공부량에 압도되어 아무 것도 못하는 것 보다, 오히려 한 걸음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합격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일단 오늘 한걸음 내딛는다면 제가 공부했던 기간보다 더 빨리 합격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