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안녕하십니까. 이렇게 수기를 적고 있자니, 마치 처음 한림법학원 예비순환 강의를 신청하던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이 듭니다. 합격이라는 결실을 거두었음에도, 이 자리를 계기로 지난 몇 년을 가만히 돌이켜보니 군데군데 아쉬움도 남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항상 잔소리를 하시며 어디를 바라보고 계셨는지, 이제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기를 읽는 분들 중에는 시험 진입을 고민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한창 공부를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급적 아직 수험 경험이 없는 분들께도 많은 이야기를 드리고자 노력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시험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수험생분들을 주요 독자로 상정하고 글을 쓴 것 같습니다. 아직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넘어가셔도 좋고,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그저 많은 합격생들 중 한 명의 의견일 뿐이라고 생각해 주셔도 좋습니다.
Ⅱ. 수험기간에 관해
1. 수험기간 설계
많은 수험생 여러분들이 단기합격을 목표로 고시공부를 시작합니다. 저 역시 단기합격에 욕심이 컸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초시에 합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지나친 자신감도 가졌습니다. 하지만 학원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초시는 노리는 게 아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황종휴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2년 차 합격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3년 내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1년 차에 PSAT에 합격하고, 2차 시험 성적표를 받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초시 합격자분들은 매년 몇 분씩 계시지만, 관련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초시 합격을 노리는 전략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순환 강의를 경험하며 기초를 다져야 할 기간에 아직 소화하기 어려운 실전 적용 측면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해야하기 때문입니다. 1년 차에 예비~3순환까지를 모두 수강하고, 시험장에서 실전의 분위기와 난도를 느끼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본 뒤 다시 도전할 때의 마음가짐과 실력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이때 자신의 모든 자원을 투입해 합격선에 도달할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적어도 2년에 걸친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하에서는 구체적으로 각 시기별로 제가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를 설명하겠습니다.
2. 시기별 공부
1) 2022년: 시험 진입
예비순환은 졸업 학기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인터넷 강의로 수강했습니다. 종강 이후 7월에 신림동에 방을 구하고 본격적인 수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모든 과목이 낯설고 새로운 내용이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정리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스터디나 기출문제 풀이보다는 혼자서 수업 내용을 복습하는 데에 거의 모든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다소 현실적인 사안으로, 워낙 오랜만에 강도 높은 공부를 하다 보니 몸과 마음을 적응시키고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2) 2023년 상반기: PSAT 합격과 초시 탈락
초시 때 가장 중요한 건 1차에 합격하는 것이고, 그다음은 2차에 최선을 다해보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 시점에서 낼 수 있는 최선의 실력으로 2차 시험을 응시해야지만, 실전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을 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당시 답안지 작성 연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2차 시험을 맞이하게 되어 고민이 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시점에서 처음 응시하는 2차 시험의 의의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합격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 왜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스스로를 설득해야 했습니다.
아직 나만의 공부방법이 정립되지 않았던 관계로 2차 시험은 3순환 강의를 중심으로 준비했습니다. 국제정치학은 기출문제 스터디를 추가로 진행했고, 경제학은 황종휴 선생님께서 제공해주신 정선문제와 연습책으로 실전 수준의 문제풀이 감각을 갖추는 걸 목표로 했습니다. 국제법은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해 암기노트 작성 이상의 준비를 따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초시 단계에서 가장 어려웠던 과목은 학제통합논술(이하 통논)이었습니다. 3순환 강의와 문제풀이 연습에도 벅찼던 관계로 통논 준비를 위해 따로 특강을 수강하거나 스터디를 진행하지 못했고, 이는 학제통합논술Ⅱ 과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그나마 자신 있던 경제학에서도 계산실수를 범했고, 총 평균 약 46점으로 조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었습니다.
3) 2023년 하반기: 2차 시험 탈락의 교훈을 반영
2023년 1, 2순환은 지난 시험의 결과를 이정표 삼아 합격을 위한 공부방향을 설정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들과 조교님들이 계시더라도, 논술형 시험 특유의 불확실성과 주관성을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실전에서의 점수이고, 내가 얼마만큼 썼을 때 얼마만큼의 점수가 나오는지를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무엇을 하면 점수가 오를지에 대해서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초시를 다음 해의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정리했기 때문에, 쉬어야겠다는 생각 없이 바로 경제학 1순환부터 공부를 재개했습니다. 경제학은 발문을 잘못 읽은 문제가 있었고, 배점이 큰 문제에서 계산을 틀린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이는 절대적인 문제풀이의 양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연습책과 기출문제를 전부 풀어본다는 마인드로 접근했습니다.
국제정치학은 답안지 작성 요령의 부족이 패인이라고 보았고, 시간에 맞춰 100점짜리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가 아닌 내가 얼마만큼 시험장에서 써낼 수 있는지를 의식하며 공부한 것 같습니다.
국제법은 내용 이해의 부족이 시급한 문제라고 보았고, 다른 과목 기간에도 안진우 선생님의 답안특강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시간을 할애하며 약점을 보완하고자 했습니다. 모범답안과 안진우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좋은 답안지의 요소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는 자신과의 괴리를 크게 느낀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고민을 거친 끝에 내년 시험에서 내가 실제로 현출할 수 있는 과도기적인 답안 스타일을 만들어보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4) 2024년 상반기: 2차 시험 실전준비
2순환 종료 후에는 PSAT 공부와 함께 순환 강의 중에 따로 준비하기 어려운 통논 스터디를 진행했습니다. 2월에는 PSAT 공부에 집중했습니다.
3순환 개강 이후에는 6월까지 실전에서 100점 답안지를 써낼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키우는 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국제정치학은 스터디를 진행하며 기출문제 풀이와 심화학습을 병행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국제정치학에서도 암기가 요구되는 시즌입니다. 교과서와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강사님들의 교재를 보며 그동안 확장 일변도였던 국제정치학적 사고와 지식들을 정리하고 저장했습니다. 경제학은 문제풀이 능력이 안정궤도에 올랐다고 판단되어 3순환 이외에는 황종휴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정선문제집만 조금씩 풀면서 시간을 적게 할당했습니다. 다른 과목에 비해 휘발성이 낮기에 선택한 전략이지만, 과목 간 실력 격차가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을 줄여서 확보한 시간은 거의 다 국제법에 투자했습니다. 교과서와 다양한 교재를 통해 서브노트를 작성하고, 그 내용을 암기하는 데에 전력했습니다. 잘 쓰진 못하더라도, 몰라서 못 쓰지는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주요조문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면 언제든지 기초적인 내용을 현출해낼 수 있는 수준으로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시험을 한 달 앞두고 3순환이 종료된 뒤에는 국제법과 외교사를 중심으로 서브노트를 완성하고 암기했습니다. 또 통논 스터디를 하며 최종 대비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서브노트는 시험장에서 내가 암기한 내용을 상기시키는 목적에만 집중했고, 통논 스터디 역시 2시간 동안 문제를 끝까지 푸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했습니다. 시험 직전 한 달은 가장 공부효율이 높고 암기한 내용이 휘발되지 않을 수 있는 기간이므로 이 기간에 공부량을 평소보다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단, 시험 며칠 전부터는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절했습니다.
5) 정리
정리하자면 초시 단계에서는 1차 합격과 내용 이해에 집중하고, 2차 시험 응시 경험과 축적된 기초를 바탕으로 2년 차부터 실전적인 답안지 작성 능력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 결과 2년 차에 비약적인 실력의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고, 목표했던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수험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Ⅲ. 1차 시험
1. 총평
제 경우 1차 시험 성적은 안정적인 편이었기 때문에 실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 여유 점수를 확보하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따라서 1차 시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되 점수가 비교적 여유롭지만 약간의 불안감이 있는 분들을 기준으로 개인적인 경험을 소개해드리는 정도로 마무리하겠습니다.
2. 헌법
헌법은 2022년 초에 김유향 선생님의 기본강의로 시작했습니다. 60점만 넘으면 되는 과목이었지만 저는 수업이 재밌고 유익하다고 여겨서인지 문제를 전부 맞히겠다는 심산으로 과할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당시에는 시간 낭비였을 수도 있지만, 헌법은 기초를 잘 갖춰두면 다음 해부터 학습 부담이 거의 없어진다는 면에서 불필요한 노력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시험 순서상 1교시에 헌법과 언어논리를 연달아 보게 되어 있으므로, 헌법에서 불안감이 남지 않을 정도의 점수를 얻는 것이 언어논리에 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3. PSAT
PSAT은 단기간에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들을 찾아낸 뒤 이를 통해 합격선보다 넉넉하게 높은 점수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PSAT 시험 전체에서 유일하게 관련 지식의 유무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영역이 언어논리의 논리학 문제인데, 이는 뒤집어 보면 공부를 했을 때 확실하게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한승아 선생님의 논리학 특강을 수강하여 문제를 기호화하고 각종 공식을 활용하여 빠르게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 외에는 10개년 기출문제를 구해 2월 한 달 동안 주 2~3회 실제 시험 시간대로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며 시험 환경에 스스로를 적응시키고 시간 관리 연습을 하였습니다. 시간 관리 전략이 만들어지고 문제의 스타일이 익숙해지기만 해도 처음 기출을 풀어보던 시점에 비해서도 유의미하게 점수가 상승했습니다.
혹시 PSAT이 자신 있는 분이라면, 2순환 기간을 잘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1순환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적인 실력이 크게 향상되는 계기이기도 하고, 3순환 때 온전히 문제풀이와 답안지 작성 측면에 집중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2순환 종료 후 1차 시험 전까지의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저는 2023년도에는 정원준 선생님의 외교사 강의를 인터넷으로 수강하면서 『세계외교사』와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2』를 읽었고, 2024년도에는 통논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외교사를 전반적으로 복습하는 등 순환 강의 중에 충족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활용했습니다.
Ⅳ. 2차 시험
1. 총평
우리가 고시를 본다고 하고, 고시를 공부한다고 할 때 지칭하는 것은 대개 2차 시험입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산더미 같은 자료를 쌓아두고 읽고 외우고 쓰는 것이 바로 2차 시험 합격을 위한 것입니다. 2차 시험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특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1) 응시자 집단의 평균적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공개적인 채용시험 중에서는 사실상 상위의 시험이 없는 관계로 상방이 열려있습니다. 또한 응시 자격요건이 매우 단순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수험생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시험에 도전하게 됩니다. 실제 합격자들과 제 주변의 수험생들을 보면 배경이 정말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자신의 장점을 살려가며 시험에 도전합니다. 소위 날고 긴다는 학생들이 수없이 도전하기에, 특정 분야에서 매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경우도 심심찮게 눈에 띕니다.
뿐만 아니라 시험의 출제 범위와 난도 역시 공개적으로 시행되는 시험 가운데 가장 넓고 높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이 학부 수준에 국한된다고는 하지만, 소위 ‘불의타’라고 하는 문제가 출제되더라도 할 말이 없고, 올해 경제학 3문과 같이 매우 낯설고 어려운 유형이 출제되어도 풀어내야 하는 것이 이 시험입니다. 따라서 대입 수학과 현실의 수학이 다르고, 자격증 영어와 실제의 영어학이 다른 것에 비해서 비교적 학문과 수험 과목의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저는 수험기간 중에 ‘여기 학문 하러 온 것이 아니다.’라는 지적을 자주 들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문을 하지는’ 않더라도 계속해서 학문적 사고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은 필요했습니다.
따라서 평균적인 수험생들이라는 비교집단을 상정하는 실익이 상대적으로 적고, 자기 자신과 벌이는 끝없는 경쟁이 중요합니다. 또한, ‘시험이니까 여기까지만 하면 된다.’는 논리가 제한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2) 서술형 시험입니다.
따라서 정답과 채점 기준, 예상 점수가 불분명합니다. 누구도 고시가 실력이 있어야 합격하는 시험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못하지만, 도대체 뭐가 실력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점에도 동의할 것입니다. 왜 누구는 55점이고 누구는 56점인지는 애매할 수 있지만, 55점과 65점, 75점이 다르다는 데에는 많은 분들이 동의할 것입니다. 2차 시험은 어떤 판례, 어떤 이론, 어떤 풀이방법 하나를 익혔냐 마냐에서 1점씩 점수가 오르는 느낌이기보다는 종합적이고 전반적인 실력이 향상될 때 점수대가 5점, 10점씩 뛰어오르는 이미지가 더욱 적합해 보였습니다.
이에 더해 지문과 선지라는 보조장치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지식을 현출해내야 하는 시험방식으로 인해 더욱 깊은 이해도와 탄탄한 암기가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논리적인 사고력과 이를 글로 풀어내는 문장력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시험에서는 쓸 수 없다면 모르는 것이라는 명제가 매우 강하게 성립합니다. 역으로, 쓸 수 있다면 아는 것이라는 말도 성립합니다. 진지한 공부 없이 소위 교수님들이 선호한다는 답안지의 피상만을 익히려 해도 안 되지만, 내가 수많은 글을 읽으며 얻은 심오한 혜안을 차마 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망상도 위험합니다. 교수님들은 평생 말과 글을 익힌 전문가들입니다. 충분한 실력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쓴 글은 잘 쓴 글임을 능히 알 수 있습니다.
2. 경제학
1) 과목의 성격
경제학은 논문 과목 중 가장 답이 명확하고 확실성이 높습니다. 탄탄한 가정과 연역적인 논리체계와 더불어 장기간에 걸친 실증분석을 겸하고 있는 학문으로, 수험경제학 수준에서 모호함과 불확실성에 직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이 경제학의 가장 큰 매력이자 수험생에게 안심이 되지만, 동시에 매우 체계적으로 정립된 효율적 학습경로를 따라갈 수 있느냐 여부가 큰 격차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간 외교원 경제학의 출제경향으로 보아 경제학의 변별력이 낮아지는 추세였지만, 올해 문제를 보면 결국 수험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과목은 경제학이라는 사실이 흔들릴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경제학을 전략 과목으로 삼을 수 있다면 적은 변수로 확실한 점수 격차를 벌릴 수 있습니다. 경제학이 특출나지 않은 경우라도, 경제학 점수가 평균 이상으로 안정화된 이후에 다른 과목에서 전략적인 격차를 생각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기에 황종휴 선생님뿐만 아니라 국제법을 담당하시는 안진우 선생님조차 1년 차에는 경제학에 소위 ‘올인’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경제학 학습방법
경제학 학습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지고 아주 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황종휴 선생님의 순환 강의를 충실히 따라가면서 연습책과 연습책 플러스를 꾸준히 풀어보시면 됩니다. 수업 내용이 다소 어려운 편이라지만, 수업만 꾸준히 따라가도 실전에서 부족함이 없을 정도입니다. 물론 올해와 같이 경제학이 이례적인 난도로 출제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올해 역시 3문을 끝까지 풀었는지 여부가 당락을 좌우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합격자들 중에서도 경제학 3문을 끝까지 푼 사람과 풀지 못한 사람이 갈렸고, 3문을 아예 풀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른 과목에서 충분히 벌충이 가능한 정도의 격차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1문과 2문에서 실수 없이 점수를 충실하게 확보했는지가 당락에 결정적이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기본서는 트리니티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교과서를 참조했습니다. 교과서는 이준구 교수님의 『미시경제학』과 김경수·박대근 교수님의 『거시경제학』, 김신행 교수님의 『국제경제론』을 참조했습니다. 경제학 공부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심화 문제를 접할 때 ‘외교원에서 이 정도까지 나오겠어?’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모든 문제를 풀어보고 그 과정에서 문제풀이의 역량을 향상시키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 그리고 모든 수단이 소진될 때까지 결코 답지를 보지 않고 내 손으로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답안지 작성 및 기타
경제학은 답안지 작성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과목입니다. 소위 ‘답다맞’, 즉 답을 다 맞히면 점수를 준다는 논리가 작동하는 과목이며, 매우 정형화된 답안지 작성 방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제 경험에 비추어 당부해 드리고 싶은 점이 있다면, 가급적 최소한의 풀이방향을 정하고 답안작성에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봅니다. 수기로 답안을 작성하는 시험 특성상 한 번이라도 답안지를 크게 수정하게 될 경우 시간 손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합니다.
3. 국제법
1) 과목의 성격
국제법은 제가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과목입니다. 국제법 과목의 특징은 상당히 엄격한 형식에 따라 정해진 답을 도출해야 하는 과목인 동시에 이를 수식이 아닌 줄글로 풀어내야 한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국제정치학 답안지를 쓰는 감각과 경제학 답안지를 쓰는 감각 사이에서 혼란을 겪었고, 마지막까지 잘 극복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국제법 과목은 암기의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저 역시 암기에 약해서 국제법을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외교원 국제법 시험의 특성상 법전이 제공되지 않으며, 어떠한 단서도 없이 답안작성에 필요한 근거 조문과 판례를 기억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부를 계속하는 과정에서 국제법의 백미는 암기가 아닌 형식과 내용의 조화라는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리걸 마인드’라고 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국제법은 분권화된 국제사회에서 주권국가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법체계인 국내법과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 역시 처음 국제법을 접하는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국제법은 충분한 암기를 토대로 엄격한 틀 안에서 종합적인 사고력과 논리력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는 과목이라는 게 제 인상이었습니다. 국제법은 변별력이 높고 채점 기준이 상당히 명확하여 전략 과목으로 삼기 좋은 과목입니다. 올해는 엄격한 의미에서 사례형 문제가 거의 출제되지 않아 디테일에 대한 성실한 암기만으로 승부가 가능했지만, 추후의 출제경향이 어떻게 될지 확신할 수 없으므로 충분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2) 국제법 학습방법
국제법 학습의 기초는 암기입니다. 국제법은 진입장벽은 높지만 한 번 올라가면 편해지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근거 법률 자체를 모른다면 아예 접근이 불가능한 한편, 어느 정도의 지식이 쌓이고 답안작성 요령이 갖춰지면 안정적으로 좋은 답안지를 작성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암기는 특별한 요령보다는 성실함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주로 암기할 내용을 반복적으로 손으로 쓰면서 매 순환마다 암기 영역을 덧칠하고 하나씩 늘려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반복작업이 지루해지고 수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생님들께서 강조했던 조문과 교과서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조문들을 중심으로 조문을 선별하여 암기장을 만들거나 관련 수업 내용을 되새기며 조문 하단에 정리하는 등 암기 과정에 능동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았지만 따로 특별히 높은 효율을 보인 방법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어떻게든 장시간에 걸쳐 집중력을 유지하면서도 단순 암기를 꾸준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안진우 선생님의 국제법 강의를 통해 국제법의 기초를 다졌고, 교과서를 중심으로 기본에 충실한 공부가 중요하다는 선생님의 지론에 동의합니다. 교과서로는 김대순 교수님의 『국제법론』과 정인섭 교수님의 『신국제법강의』를 읽었습니다. 두 교과서 모두 장단점이 있고 좋은 수험서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국제법에 대한 흥미와 이해도가 높지 않은 수험생에게 김대순 교수님의 책은 다소 진입장벽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정인섭 교수님의 교과서를 기본서로 활용하였고, 수업 중 안진우 선생님께서 김대순 교수님 책이 더 정확하다고 말씀하신 부분을 중심으로 김대순 교수님 교과서를 발췌독하는 방식으로 두 교과서를 활용했습니다. 안진우 선생님은 매 순환마다 교과서를 번갈아 사용하시는 관계로 수업을 충실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두 교과서를 어느 정도 숙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쌓인 교과서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를 바탕으로, 시험 직전 한 달 동안은 시중에 나와 있는 강의교재를 보충자료로 활용해 암기용 서브노트를 만듦으로써 실전에 대비했습니다. 서브노트는 철저히 시험 전날 교과서에서 다룬 전 범위를 상기하는 목적에 맞추어 작성했습니다. 서브노트를 통한 복습도 중요하지만 서브노트는 작성하는 과정 자체가 암기와 이해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국제법 과목은 직접 서브노트를 만들어보며 공부의 효율과 체계성을 더할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안진우 선생님 역시 교과서 한 권을 요약하는 것을 서브노트라 부르지 않는다고 하시며 여러 교과서와 추가 자료들을 단권화하는 과정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선별하고 연결하는 과정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 답안지 작성 및 스터디 활용
답안작성에 관해서는 안진우 선생님의 답안지 첨삭 특강을 수강하였습니다. 수험생들끼리 별도로 답안작성 스터디나 조문 암기 스터디는 따로 진행하지는 않았습니다. 수업 내용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고 인식했으며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많은 수험생들이 암기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고, 선생님도 답안작성 스터디보다는 조문 암기 스터디를 긍정적으로 보셨다는 점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조문 암기 스터디 역시 그것만으로 암기 효율을 비약적으로 늘려줄 수는 없으며 반복적인 암기에 강제성을 부여하고 집중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는 함께 하는 것이지만, 시험장에 들어가서 답안지를 채우는 것은 나 혼자이기 때문입니다.
수험생의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잘못된 방향으로 공부하여 시간과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논술형 시험의 높은 불확실성은 국제법에도 적용됩니다. 심지어 강사님들조차 모든 문제의 정확한 출제 의도와 정답을 단언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은 신뢰할 수 있는 길잡이가 필요하고, 여기에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분들께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답안지 특강이 그런 기회였습니다. 여러분도 각자의 방식으로 전문적인 첨삭이나 채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많이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4. 국제정치학
1) 과목의 성격
국제정치학은 주권국가들로 구성된 국제체제(또는 국제사회)에서 근대 국민국가들의 행동 원리와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고도로 일반화되고 추상적인 이론에서부터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현상들에 대한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루는 내용이 다양하고 방대한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시간적 의미에서 근대, 공간적 의미에서 국제체제, 행위자의 의미에서 주권국가 또는 국민국가의 정의와 성격, 가치평가에 대해서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고, 다양한 이론이 제기되며,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수험 과목으로 볼 때 국제정치학은 가장 준비하기가 난감한 과목입니다. 논문 과목들 안에서도 가장 범위가 모호하고 정해진 학습 방법론이 없으며, 주관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수험생들이 방어적으로 접근하는 과목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국제정치학 역시 글쓰기에 자신이 붙고 충분한 공부가 쌓이기 시작하면 충분히 전략 과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국제정치학 채점경향은 잘 쓴 답안에 충분히 높은 점수를 주어 변별력을 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열심히 해도 대충 해도 50점대 받는 과목’이라는 인식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국제정치학은 외교관을 지망하는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만한 요소들이 많은 과목이기에, 재미에 기초한 지속적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기 쉽다는 점에서 수험생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과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국제정치학을 가장 좋아했고, 수험기간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이번 시험에서 86.5점이라는 준수한 점수로 평균점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2) 국제정치학 학습방법
저는 정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중심으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습니다. 정원준 선생님의 장점은 국제정치학이라는 한 사회과학 분과학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각종 국제정세 이슈들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료가 부족할 일 없을 정도로 나눠주시는 양질의 논문들 역시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선생님 본인부터가 모든 수험생들의 취향과 수요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으시고, 기초적인 내용은 스스로 학습해올 것을 요구하시는 편이라는 점은 유념하여야 합니다.
기본서로는 초기에는 『왈츠 이후』로, 이후로는 『현대 국제관계이론과 한국』을 중심으로 이론의 틀을 잡은 뒤 정원준 선생님께서 나눠주시는 논문들로 내용의 풍부함을 가져가고자 했습니다. 각론과 각종 이슈에 대해서는 『국제정세의 이해』를 중심으로 역시 정원준 선생님 논문자료들을 통해 내용을 보충해 나갔습니다. 특히 『국제정세의 이해』는 제가 시험 전날까지 보고 있던 책이었습니다. 여기 담겨있는 내용만큼이라도 시험장에서 제대로 현출할 수 있다면 고득점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은 기본서입니다. 쉬는 시간에는 신뢰할 수 있고 전문성 있는 영상자료를 통해 최근 이슈들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시중에 나와 있는 다양한 수험서들을 활용해 백과사전 또는 복습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수험서만으로 공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지만, 양질의 서브노트 용도로 유용했습니다.
자료를 읽을 때에는 논리의 전개와 구조를 이해하고 핵심주장과 스토리라인을 기억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논거에 해당하는 부분은 암기의 영역에 해당하는데, 범용성이 좋은 사실관계와 사건들, 수치들, 고유명사들을 여력이 되는 한 기억하고 활용한다는 정도로 접근했습니다. 국제정치학 답안지는 논리의 흐름이 키워드의 개수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암기의 양에서 남들보다 앞서가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암기를 해야 한다면 오히려 핵심적인 단어만을 암기하고, 내가 중요한 개념과 부수적인 개념을 구분했으며 핵심개념을 깔끔하게 요약한 뒤 본격적인 논리전개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외교사는 김용구 교수님의 『세계외교사』와 박건영 교수님의 『국제관계사』를 여러 차례 정독하는 것을 기본으로 이근욱 교수님의 『냉전』, 이삼성 교수님의 『동아시아의 전쟁과 평화2』 등 다양한 책과 논문으로 내용을 보충해 나갔습니다. 외교사만큼은 정원준 선생님의 강의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방금 거론한 책들을 거듭 읽어나가며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선생님께서 잡아주신 틀이 매우 유용했습니다. 국제정치학 과목에 외교사 문제가 매년 1개씩 출제되고 있으며 다른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도 외교사적 지식이 매우 유용하기 때문에, 외교사에도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외교사의 경우 배경지식의 유무가 상당히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여기에서 위키와 영상자료를 제한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기존에 신뢰할 수 있는 경로로 학습한 적이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휘발된 부분을 복원하는 차원에서 활용한다면 인터넷상의 자료 역시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가볍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 이동시간 중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3) 답안지 작성과 스터디 활용
국제정치학은 답안지 작성 실력이 매우 중요한 과목입니다. 국제정치학 답안지 작성에서 겪는 어려움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입니다. 학문적인 글쓰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과목의 글쓰기 스타일이 너무 확고해서 국제정치학에 적합한 스타일을 새로 익히지 못하는 경우도 있으며, 저처럼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리를 못하는 성격도 있습니다.
국제정치학 답안지는 고득점을 위해서 객관적인 모범답안과 주관적인 개성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균형감각에 대한 확증편향은 혼자서 극복하기 매우 어려웠습니다. 예컨대 남들은 모르지만 나는 아는 소재를 답안지에 적어낸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적절한 맥락에서 활용되었는지, 그리고 출제자가 의도한 내용을 충분히 적시하고도 남는 공간에 담아낸 것이 맞는지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원준 선생님 강의를 수강하면 순환마다 한 번 조별로 강평을 해주시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인 스터디를 통해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자신과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스터디를 선호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국제정치학 답안지 작성과 통논 만큼은 스터디가 선택이 아닌 필수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스터디를 위해 답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가장 밀도 있는 복습과 내용 이해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자체가 자료를 반복해서 읽고 정리하는 공부 이상의 효율을 보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4) 추천 도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각종 기본서 외에도 다양한 책을 읽으며 공부했습니다. 제가 읽은 책 중에는 카의 『20년간의 위기』, 왈츠의 『인간, 국가, 전쟁』, 권용립 교수님의 『미국의 정치문명』이 국제정치학적 사고를 익히는 데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5. 학제통합논술
1) 과목의 성격
학제통합논술은 정말 많은 수험생들을 곤란하게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목의 성격과 채점 기준에 대해 명확한 합의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 데 반해 변별력은 상당히 높고, 2차 시험에 반영되는 5과목 중 2과목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당락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난감했던 점은 학원 순환 강의로 충분히 대비가 가능했던 주요 논문 과목과 달리 정규적인 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수험기간이 짧아 논문 과목 학습에 주력해야 했던 입장에서는 끝까지 불안감을 선사하는 과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는 학제통합논술Ⅱ가 폐지될 것으로 예고된 관계로 출제경향이나 범위 등에 변동이 있을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학습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2) 학제통합논술 학습방법
통논을 잘하는 방법은 원론적으로 경제학, 국제법, 국제정치학 3과목을 모두 잘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때문인지 통논을 전략 과목으로 삼는다는 수험생은 직접 만나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통논을 전략 과목으로 삼는다는 말은 3과목을 골고루 잘하는 것이 자신의 장점이라는 말과 같기 때문입니다. 다만 통논 역시 일정한 출제영역과 패턴이 존재하므로, 별도의 준비를 통해 대비가 가능한 과목입니다. 다시 말해 대비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간에 점수의 격차가 벌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통논의 가장 큰 특징은 제시문이 주어진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수험생들이 사전에 암기하고 있을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주제가 주로 출제됩니다. 따라서 통논에서는 낯선 문제가 출제되었다 하여 당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문제가 출제되었든 제시문을 통해 문제의 쟁점과 의도를 파악한 뒤 이를 빠르게 재구성하여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별도의 스터디를 통해 기출문제를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통논 스터디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스터디를 통해 출제경향과 문제의 구성을 이해하고, 시간 내로 제시문을 분석하고 답안을 작성하는 훈련을 수행해야 합니다. 문제의 정답을 분석하는 스터디보다는 방어적 차원에서 시간 내로 적절한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을 함께 할 스터디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부적으로 느낀바 도움이 될 만한 점들을 말씀드려보자면, 우선 영어 독해능력이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통논 제시문 중에는 영어지문이 포함되어 있는데, 주로 법률이나 국제정치에 관한 전문적인 내용을 다룹니다. 외교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수준에 비추어 결코 어려운 수준은 아니지만, 저를 포함한 다수의 수험생들 입장에서 모국어인 한국어보다 독해속도가 느린 관계로 시간이 조금 아까울 수 있습니다. 수 페이지에 달하는 제시문을 꼼꼼히 분석하여 답안지를 작성해야하기에 제시문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읽느냐에 따라 시간 운영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또 통논 과락을 막기 위해 기본 베이스 점수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논은 대량 과락이 자주 발생하는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자신 있는 과목이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될 수밖에 없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경제학이 안전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느낀바, 올해와 같이 난도가 매우 높은 경우만 아니라면 논문 과목을 충실히 공부하는 것만으로 대처가 비교적 용이한 과목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통논 경제학에는 국제경제학 문제가 자주 출제됩니다. 국제경제학의 비중이 경제학 시험 내 1문제 수준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하고 성실히 공부할 필요가 있음을 주지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Ⅴ. 3차 면접
우리 대부분은 수험기간 동안 주로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또 대부분은 면접 경험이 없거나 대입 정도였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2차 시험 합격자들만이 응시하는 특성으로 인해 정보 또한 상당히 제한되어 있습니다. 막상 그토록 바라던 2차 시험 합격 통보를 받은 뒤 제가 막막한 심정에 빠졌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이 수기를 통해 여러분이 느낄 면접시험에 대한 막연함과 막막함을 덜어드릴 수 있길 희망합니다.
1. 면접 설명회
2차 시험 합격자가 발표되면 곧바로 면접 설명회 참여 신청이 시작됩니다. 참여가 필수는 아니지만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면접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는 자리이므로 참여를 권장합니다. 제 경우 2차 시험 결과를 기다리면서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면접에 관한 정보를 찾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 당시 다양한 경로를 통해 면접시험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재구성해보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갈증을 크게 해소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면접 설명회에서는 우선 면접 전문가에 의해 면접의 진행방식과 평가방식, 평가요소 등에 대한 설명이 진행됩니다. 그 후 직렬별 수석합격자 분들의 설명 및 질의응답이 진행됩니다. 신청은 온라인으로 가능하므로 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 우선적으로 신청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면접 설명회와 후술할 외교원 합격자 전체 톡방의 존재만 알고 계시더라도 3차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어려움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면접시험 설명
1) 개괄
3차 면접시험은 직무역량면접과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으로 구성됩니다. 조 배치에 따라서 오전과 오후에 각각 한 가지 유형의 시험을 보게 되며, 공통적으로 30분간 보고서 작성 뒤 40분간 면접을 진행하게 됩니다. 면접 대상자는 최종합격 인원의 약 1.3배수 정도입니다. 면접시험 성적은 평정표에 따라 ‘우수’, ‘보통’, ‘미흡’ 총 3단계로 나뉩니다. ‘우수’ 평가를 받은 경우 2차 성적과 무관하게 합격, ‘미흡’ 평가를 받은 경우 2차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하게 됩니다. 이후 ‘보통’ 평가를 받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2차 성적에 따라 커트라인이 정해집니다. 일반적으로 ‘우수’ 또는 ‘미흡’ 평가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따라서 면접을 잘 하지 못해서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 직무역량면접
직무역량면접은 개인발표와 상황면접으로 나뉩니다. 개인발표는 수 페이지 분량의 제시문을 읽고 이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뒤, 보고서를 바탕으로 발표를 진행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보고서 작성 시간은 상황면접을 포함하여 30분입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개인발표 보고서 작성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20~25분 정도로 보아야 합니다. 발표 시간은 약 2분 정도의 영어 발표를 포함해 총 7~8분가량이 주어집니다. 올해의 경우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충돌로 인한 레바논 특별여행경보 발령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3차 시험은 이처럼 상당히 실무적이고 시사적인 문제가 출제되기도 합니다.
발표 이후에는 질의응답이 이어집니다. 질의응답은 대부분 대응방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는 대응방안이 전체 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응방안이란 외교부의 대응방안이고 실제 실무적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대응방안을 묻는 것이므로, 수험생의 제한적인 경험과 지식 내에서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처 간 협력 등 범용성 높은 수단들을 미리 숙지해 두시는 것을 권합니다. 또한 질의응답 과정에서 영어 질문이 필수적으로 하나 이상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상황면접은 외교적 딜레마 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이 주를 이룹니다. 올해의 경우 경제안보와 관련된 문제가 출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상황면접에서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지참하지 못하므로 내용을 어느 정도 암기하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딜레마 상황이 매우 어려우며 거시적인 방향성뿐만 아니라 상당히 실무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도 질문이 들어오기 때문에 개인발표에 비해 반드시 쉽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다만 주어진 딜레마 상황에 대해 완벽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조리 있게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발표에 포함된 영어발표와 질의응답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들이 매우 많았고, 저 역시 초기에 걱정이 매우 많았습니다. 구체적으로 영어발표는 자신의 보고서 내용을 요약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사전에 대비가 가능하며 면접장 이동 후 대기 시간 중 보고서를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그 시간에 미리 준비해 두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제가 마지막까지 불안감을 가진 부분은 사전 준비가 어려운 질의응답이었습니다. 영어 질문의 경우 공통 질문 하나에 더해 추가 질문이 나오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많으면 5개 이상 영어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공통 질문 하나만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질문에 대해 완벽하고 유창하게 답변하지 못한다 하여 크게 불이익이 주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므로, 너무 걱정하거나 긴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3)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은 총 3문제로 구성되는데, 제1문은 개인의 경험을, 제2문과 제3문은 공직생활 중 직면할 수 있는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방안을 물어보는 문제로 구성됩니다. 올해의 경우 제1문은 단체 내에 저성과자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제2문은 부처 간 갈등 상황, 제3문은 재외공관 소재지 한인사회 내의 갈등 상황에 대한 문제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은 개인발표에 비해 덜 주목받는 영역이지만, 평가 반영 비중이 동일할 뿐만 아니라 난도도 충분히 높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제 경우 직무역량면접보다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에서 더 깊은 ‘꼬리 질문’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기출문제를 살펴보면 경험 문제는 조직생활을 경험해보지 못한 일반적인 수험생이 답하기 어려운 문제가 자주 나오며, 제2, 3문은 현직자도 해결하기 어려운 딜레마 상황을 제시한 뒤 해결방안에 대해 실무적인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경외교와 관련된 사안의 경우 구체적으로 외교부가 하는 업무는 무엇이며, 어느 부분은 어떤 부처가 담당하고, 어떤 사업을 위해서는 어떤 부처와 협력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타 부처와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 수단이 있는지, 문제해결 방식에 대해 자신의 동료나 상사와 이견이 발생한 경우 이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등 무궁무진한 질문의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물론 모든 질문에 완벽히 대답하지 못한다 하여 ‘미흡’ 평가를 받게 되지는 않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3. 면접 스터디
1) 합격자 전원 스터디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 한해서만큼은 면접준비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합격자 전원이 참여하는 스터디 프로그램이 매년 구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차 합격자가 발표되면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톡방이 형성되고 여러 경로로 합격자 전원을 초대하게 됩니다. 그 후 면접시험 관련 OT가 진행되고, 여기서 체계적으로 스터디 그룹 구성, 예상 문제 선정, 조장 선정 및 스터디 일정 등을 결정합니다. 또한 합격자 카페를 통해 외교원 선배와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므로 기본적인 면접시험 대비 차원에서는 전체 스터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OT가 진행된 이후에는 각 5~6인으로 구성된 10개 조가 편성됩니다. 각 조마다 1개의 예상 문제를 골라 제시문을 선정하고 문제를 구성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제를 바탕으로 주기적으로 2개 조가 모여서 인원을 섞은 뒤 스터디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때 대부분의 조에 전년도 면탈자분들이 한 명씩 배치되며, 면탈자분들께서 첫 스터디를 준비하십니다. 첫 스터디는 작년 기출문제 복기본으로 진행되므로 이를 경험해보며 향후의 문제 출제방식과 스터디 진행방식에 대해 감을 잡아가다 보면 실력이 빠르게 향상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3시간 이상 강도 높은 질의응답이 이어지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스터디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학습효과가 매우 컸습니다.
스터디는 초반에는 주로 보고서를 미리 작성해온 뒤 모의면접만을 진행하지만, 몇 차례 경험이 쌓이게 되면 현장에서 30분 시간을 정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즉석으로 발표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발표를 마친 뒤에는 10~15분 정도 질의응답을 진행했고, 이후 경험상황 문제를 가볍게 연습한 뒤 피드백을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피드백 단계에서는 발표 당시 답변의 내용보다는 발표의 태도나 비언어적인 부분, 그리고 보고서 작성에 관한 부분을 주로 다뤘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보고서를 시간 내에 작성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영어발표는 아예 말문이 막혀버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몇 차례 스터디를 진행하다 보면 대부분 능숙하게 발표를 수행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이제 와서 스터디에 관해 드는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준비과정 중에는 강한 압박을 줄 수 있는 어려운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 상대에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저도 다른 분들도 서로 상당히 곤란한 질문을 자주 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 면접은 최근 압박면접 완화 기조로 인해 매우 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니, 어려운 질문을 만들어내야 한다거나 그런 질문에 반드시 잘 답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으시기 바랍니다.
2) 자료정리 스터디
합격생 전원이 참여하는 스터디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끼리 자료정리를 위한 스터디 그룹을 결성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2024년 외교부 보도자료 전체와 IFANS 보고서 전체를 요약·정리하고 공유했으며, 각자 담당한 부분에 대해 1시간 정도에 걸쳐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 보고하는 비대면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그 외에 국정과제나 공무원법, 외무공무원법, 공무원 행동강령 등 면접준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들을 찾게 될 경우 이를 공유하였습니다.
그중에서 특히 외교부 보도자료가 면접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적 성격의 사례를 찾기에 매우 유용했으며 외교부의 현안과 중점사업에 대해서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개인발표 보고서 작성 시 대응방안을 매우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요구하는데, 이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외교부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무적 방안들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이 됩니다. 이를 보완하는 데에도 보도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외교부 보도자료가 1년에 약 1,000여 개에 달할 정도로 분량이 방대한 관계로 단순한 열람 수준을 넘어 어느 정도의 분석과 정리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분업의 필요성이 컸습니다. 만약 면접준비 과정에서 공부를 함께 할 의사가 있는 타 합격생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그룹을 구성해 자료를 정리해 보는 것도 괜찮은 대비 방법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4. 개인적 준비
사실 면접시험은 당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고, 90% 이상이 ‘보통’ 등급을 받아 2차 시험 성적순으로 합격 여부가 결정됩니다. 그러나 이는 결코 면접이 매우 쉽고 요식적이기 때문에 준비 없이도 당연히 ‘보통’ 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면접 스터디를 진행하게 되신다면 문제의 난도가 결코 만만치 않으며, 갓 2차 시험을 통과한 수험생이 답하기 어려운 수준의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금방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무난한 수준의 면접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의 대비는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정도 수준의 대비를 합격자 전원 스터디가 담당해 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면접준비를 위해 전원 스터디를 넘어 추가적인 스터디나 모의면접 프로그램, 자료정리 등이 필요한지에 대해 논해보고자 합니다. 면접에 대한 공부와 연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흡’ 등급을 받을 정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준비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긴장을 유발하여 심각한 실수의 원인이 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우수’ 등급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미흡’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요구되는 준비수준이 높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준비를 하는 편이 좋다고 봅니다.
제 경우 면접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편이었기 때문에 다소 과할 정도로 면접준비에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전체 스터디와 자료정리 스터디에 더해 각종 법령과 국정과제를 읽고, 전년도 면접 스터디 예상 문제를 구해보고 각종 면접 프로그램과 영어 수업에 참여하는 등 시간과 노력, 비용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몇 번이나 굳이 이 정도까지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실제 시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자신의 2차 성적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최종합격의 기대와 면탈(면접 탈락)의 두려움 사이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소진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3차 시험의 경쟁률은 1차, 2차에 비해 낮다고는 하지만 약 4분의 1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는 점에서 탈락의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게다가 올해와 같이 2차 시험이 전반적으로 어려웠던 경우 많은 수험생들이 자신의 성적에 확신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당시 주변 합격자들 중에서도 자신의 2차 합격 여부 자체를 미리 확신했다는 분을 많이 보지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어차피 내 손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은 우수를 위해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었고, 만약 떨어졌을 경우 낮은 가능성이나마 잡아보려 노력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비난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다소 과할 정도로 준비를 하는 것이 생각보다 긴 3차 면접준비 기간을 현명하게 보내는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시도했던 방법들 중에서는 면접 전문가와의 모의면접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3차 면접준비 기간 중 각 학교 고시반 또는 학원에 면접준비 관련 프로그램이 개설되는데, 특히 저처럼 취업준비 등의 경험이 부족해 면접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 중에서는 외교원 면접의 특성에 정확히 부합하지 않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대부분 면접 일반에 관해 좋은 조언과 팁을 얻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수험생들 간의 스터디가 익숙해질 즈음에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전체 스터디를 진행하다 보면 3시간 이상을 할애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발표와 상황면접을 진행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때문에 공직가치 및 인성면접의 경우 전체 스터디에서 대비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를 별도로 준비하기 위해 별도의 면접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개별적인 스터디 그룹을 구성하여 대비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5. 면접 당일
면접 3일 전까지는 우수의 가능성을 붙잡겠다는 생각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독서실에서 면접준비에 열중했습니다. 그러나 면접을 3일 앞두고는 모든 준비를 그만두고 철저하게 체력과 멘탈 관리에 집중했습니다. 3차 시험은 이미 2차 시험으로 지적 능력과 전공 지식을 검증받은 후보들을 대상으로 문제해결 능력과 조직 적합성 등을 체크하는 자리라고 생각했고, 당일의 컨디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면접은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집니다. 면접장에 도착하면 조와 번호를 배정받고, 대기실에서 자신의 자리를 배정받게 됩니다. 또한 휴대폰 및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으며 외출 및 흡연 또한 금지됩니다. 따라서 대기 시간에는 자신이 직접 지참한 종이 자료만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저는 자료정리 스터디에서 만든 자료집을 인쇄하여 지참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문제가 예상 문제에서 전혀 다루지 못한 매우 시사적인 이슈에 관해 출제되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대기 시간이 매우 긴 관계로 이 시간에 멘탈을 관리하기 위해서라도 붙잡고 있을 자료가 필요했습니다. 그 외 보고서 작성을 위한 필기구 등은 스스로 지참해야 하므로 펜, 수정테이프, 모양자, 클립보드 등 평소 스터디에서 사용하던 물품들을 그대로 준비해 주시면 됩니다. 단순 시계 기능만 있는 스톱워치 역시 반입이 허용되므로 클립보드에 끼워 시간을 재면서 발표를 하면 시간 조절에 유용합니다.
면접 복장의 경우 정장을 입지 말 것을 권장한다는 강조가 있기는 하나, 현실적으로 모두가 정장을 착용하고 면접에 참여합니다. 정장을 입지 않는다 하여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모두가 정장을 입은 가운데 평상복을 입을 경우 필요 이상으로 면접관께 큰 인상을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위험부담을 피하기 위해 모두 정장을 입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남성분들은 다행히 화장 등에 대한 부담은 덜하므로, 차분한 정장에 단정한 머리로 오시면 됩니다.
식사는 도시락을 직접 지참해야 하며, 간식이나 주전부리를 챙겨오는 것에 대한 제한은 없습니다. 대기 시간 중 긴장감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안정시켜줄 사탕이나 초콜릿 정도를 약간 챙겨 오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시락의 경우에도 극도의 긴장감으로 인해 정상적인 식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제 경우 김밥을 싸왔는데, 몇 조각 먹지도 못한 채 오후 면접에 임해야 했습니다. 그나마 간식으로 챙겨왔던 견과류 파이가 목으로 넘길만하다 싶어 공복으로 면접장에 들어가는 사태는 피했습니다. 면접과정이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심한 관계로 부담이 덜한 형태로 충분한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을 조금 준비하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해 드린 바와 같이, 3차 면접 시험은 이전의 시험과 성격이 크게 다릅니다. 그렇기에 수기를 쓰는 의미도, 수기를 읽는 목적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2차 합격수기의 경우 시험 자체에 대한 정보는 매우 잘 공개되어 있으며 학원이나 고시반 등을 통해 충분한 정보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합격수기는 개인의 공부방법이나 수험전략, 마음가짐, 자기관리의 노하우 등을 전달하기 위한 목적을 갖습니다. 그러나 면접수기는 시험의 특성상, 그리고 합격자들의 자체적인 스터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외교원의 특성상 면접 공부 자체에 관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수험생이던 시절 면접시험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접할 수 없었고, 적극적으로 알고자 노력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2차 시험에 합격하고 부랴부랴 면접에 대한 정보를 구해야 했을 때 잠깐이지만 몹시 곤혹스러운 심경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면접수기는 이러한 정보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는 결국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충분히 알게 되는 정보들입니다. 그러므로 2차 시험에 합격한 수험생이시라면, 면접시험을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설명회와 전체 스터디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시기 바랍니다.
3차 시험은 어렵지 않습니다. 경쟁률도 낮습니다. 그러나 3차 시험을 기다리고, 면접장에 들어가고, 또 결과 발표를 기다릴 때 느끼는 긴장감은 2차 시험 당시보다도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외교관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 앞에서 이미 내 손을 떠난 2차 성적에 의해 천국과 지옥이 갈리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고시는 언제나 나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3차 시험은 더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무너지지만 않는다면 그동안 내가 노력해온 시간들이 합격이라는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최선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Ⅵ. 수험공부 전반에 관해
1. 공부법에 정답은 있는가?
말해봐야 새삼스러울 뿐이지만, 공부법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공부법이 곧 좋은 공부법이고, 자신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곧 공부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수험생활 중에는 실용주의적인 태도가 크게 요구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실용주의적인 자세로 타파해야 했던 대상은 대부분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에 대한 미신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미신이 생기는 이유는 충분히 이해가 가며, 저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시험의 높은 난도와 수준 높은 경쟁자들, 논술형 시험 특유의 불확실성 등이 수험생들을 극도로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시험은 시험일뿐이지만, 수험생은 미신적이고 감정을 가진 인간입니다. 실용적인 접근을 위해서라도, 흔히 ‘멘탈 관리’라는 용어로 지칭되는 자기 이해와 성찰의 측면 역시 수험생활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2. 공부시간
공부시간에 관해서도 다양한 말이 있습니다. 공부는 다다익선이긴 합니다만, 다른 사람들이 제시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하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하루 10시간을 공부하는 사람은 11시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불안해지고, 11시간 공부하는 사람은 12시간 공부한다는 사람을 보고 불안해지고, 이렇게 되면 끝이 없습니다. 공부시간 역시 자신에게 최대의 효율을 가져다주는 방향이 좋다고 봅니다. 이하 공부시간에 대한 모든 설명은 강의 시간을 포함합니다.
공부시간에 대해서는 세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1) 지속가능한 기준인가?
하루 순공(순수 공부시간) 10시간 이상으로 합격한 사례를 보고 감명을 받아 이를 실천해 보는 것은 좋습니다. 다만 겨우 며칠 정도 해보고는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기존의 루틴도 흔들리거나, 최악의 경우 병이 나서 누워버리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고시공부는 순간의 열정과 동기부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생활의 과정에서 수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생활패턴으로 만들 수 있는 일과를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제 경우 기본적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책상에 앉아있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나 재시 때에는 잦은 건강 문제로 인해 하루 8~9시간 정도만 책상에 앉아있는 날도 많았습니다. 일요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정도 쉬었습니다. 3순환이 끝난 뒤에는 하루 14시간 정도를 공부했습니다. 한 달 정도는 조금 무리한 페이스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충분한 휴식이 내일의 퍼포먼스에 필수적이라는 게 사실이라면, 쉬시면 됩니다. 쉬어봤는데 퍼포먼스가 오르는 효과보다 공부량이 줄어든 손해가 더 크다면, 공부를 더 하시면 됩니다.
2) 공부시간 중에 충분히 집중하고 있는가?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습니다.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쉽고 직관적인 양적 측면이 지나치게 주목을 받고, 질적인 측면이 다소 경시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순공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한 시간과 딴 짓을 한 시간은 구분할 수 있어도, 얼마나 밀도 있게 공부를 했는지를 측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제 경우 정해진 시간에 온전히 공부에 몰두하고자 했고, 항상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고하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대학생으로서 자신이 거쳐 온 지적 궤적의 연속성과 다양한 문제의식을, 고시공부 과정에서 새롭게 배우는 지식과 통합하여 하나의 체계로 이해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수험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활발한 지적 활동이 일어나고 기억이 강화되며, 흥미와 재미를 통해 동기부여가 이루어지고, 글쓰기의 깊이가 더해진다고 생각합니다.
3) 최소한의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공부량은 매우 중요합니다. 시험의 범위가 너무 넓고 배워야 할 내용이 너무 많습니다. 아무리 밀도를 높인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자료들과 풀어야 할 문제들이 물리적으로 최소한의 시간을 요구합니다. 스터디나 답안지 작성이 추가된다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하루 10시간은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은데, 저 역시 동의합니다. 한 주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면서 공부했다고 해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문제에 대해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정리하자면, 1) 자신이 지속가능한 생활패턴으로 2) 높은 몰입도로 공부하되 3) 최소한 10시간은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지속가능하게 양과 질을 모두 챙겨야 합니다. 당연히 어려운 요구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험이 어느 한 부분을 버리고도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3. 체력과 멘탈 관리
체력 관리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따로 없습니다. 체력 관리에 실패해서 큰 위기를 겪은 바 있고, 몇 번이나 몸이 아파서 본가에 요양을 다녀오며 버텼기 때문입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쓰러지기 전에 붙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체력 문제를 경시한 게 원인이었습니다. 운동 1시간 한다고 해서 공부에 지장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특별히 운동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 부디 건강관리는 꼭 하시면서 공부하시길 권장합니다. 일주일 정도 누워있느라 공부를 못 해보면, 운동을 안 한 게 손해였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다른 분들은 이런 식으로 깨닫지 않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좀 더 디테일한 부분으로, 저처럼 종이로 공부하는 걸 선호하는 사람들은 손목 건강 문제가 매우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근골격계 문제는 침술이 특효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본가 근처 단골 한의원이 침도 잘 놓고 추나 비슷한 방법으로 손목 교정도 해주셔서 본가에 내려갈 때마다 방문했습니다. 신림동에도 손목 문제에 일가견이 있는 한의원이 있다는 것 같습니다.
멘탈 관리도 잘 한 편이라고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정신적인 문제가 장기화되거나 공부에 심각한 지장을 주지 않도록 힘든 순간을 인정하고 국지화시키는 데 주력했던 것 같습니다. 고시공부를 하다 보면 누구나 힘든 순간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크게 흔들리는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다음날 수업에 나가고, 독서실에 앉고, 읽어야 할 것을 읽는다면 큰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상태로도 그저 생활하는 것 역시 공부의 일환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한 것이 있다면 우선 혼자서 조용히 쉬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매일 공부를 마치고 방에서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시간에는 주로 유튜브에서 뉴스, 역사나 국제정세에 관한 영상을 보며 휴식을 취했습니다. 휴식시간이 공부와 완전히 괴리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또 식사시간마다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거나 노래를 들으며 밥을 먹는 등 규칙적으로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일요일은 그 주에 공부해야 할 내용을 충분히 소화했다고 판단될 경우 본가에 내려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을 때에는 보고 싶었던 영화나 만화를 보거나, 친구와 술을 마시거나, 가벼운 게임을 하는 등 잠시 일탈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지난 2년 반 동안 기계처럼 제가 정한 일과를 지키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공부를 아예 놓은 적은 없었고, 그런 상태를 빠르게 극복해야 한다는 의지까지 놓은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의 연속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면, 자신의 인간적인 약함을 과감히 마주하는 것도 고시생활에서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Ⅶ. 나가며
처음 기출문제를 풀어볼 때 든 생각은 ‘이 시험이 붙는 게 가능한 시험인가?’였습니다. 그렇게 몇 달간의 연습을 거쳐 첫 2차 시험을 보고 나올 때는 ‘만만한 시험은 아니지만, 오르지 못할 나무까지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2차 시험을 치르고 나올 때는 ‘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 결과는 신의 뜻에 맡긴다.’ 정도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시기야 각기 다를지 몰라도 많은 수험생분들이 비슷한 감상을 거쳐 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많은 불안감과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한 시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괴로움이 일순간의 감정이 아닌 일상이 되어 나를 짓누르는 듯한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붙어서 나가는 시험입니다. 운의 영향이 있다고 하지만, 실력이 있다면 결국 점수로 보답 받는 시험입니다. 아니, 그렇게 믿어야 합격할 수 있는 시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전을 시작하셨다면 자신을 믿고 온몸으로 부딪히시길 바랍니다. 공부가 잘 되는 날도, 자신이 너무 한심할 정도로 공부가 손에 안 잡히는 날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옳은 결정일까 후회하는 일도 많을 것입니다. 그 모든 걸 겪어내고, 이겨내고, 마침내 대한민국의 외교관으로서 국익을 위해 함께 헌신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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