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
2025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최종합격【K O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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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저는 2025년도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입니다. 수험 기간은 2차 시험을 기준으로 약 3년 반입니다. 짧지 않은 수험 기간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이 시험을 새로이 준비하는, 혹은 다시 한번 준비하시는 분들께서 저 같은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덜 겪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몇 가지 직접적인 팁을 드리기는 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에 불과합니다. 제 수기를 하나의 사례로 타산지석으로 삼고 비판적으로 바라보심으로써 여러분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수험 전략을 수립하시는 데에 방점을 두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아래 내용에서는 시기별 공부 과정, 과목별 공부 방법, 그리고 생활 관련 이모저모를 전해드리겠습니다.

Ⅱ. 시기별 공부 과정

1. 수험 초기(2022. 01. ~ 2023. 06.)

저는 2022년 새해가 밝았을 때쯤 고시촌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고시촌에 작은 방 하나를 얻어 학원가에서 전 과목 실강을 수강하였습니다. 2022년 1월경 진입 직후에는 우선 해당년도 1차 시험 응시를 위해 헌법과 PSAT만 공부하였습니다. 특히 제 최대 약점인 자료해석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약 한 달 반 남짓한 공부 기간만으로 합격권에 도달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우선 PSAT 경험 자체가 전혀 없다시피 했으므로 40문제씩이나 되는 각 과목을 하루에 다 푸는 것조차도 너무나 버겁게만 느껴졌습니다. 기출문제를 풀어본다고는 했지만, 풀이 도중에 정신력이 바닥나 문제를 멍하니 바라보기 일쑤였습니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너무 주눅 들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말씀드립니다.

결국 2022년 PSAT에서는 언어 60점, 자료 47.5점, 상황 57.5점이라는, 합격선으로부터 상당히 거리가 먼 점수를 손에 들게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참 용기가 가상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당시의 저는 스스로가 아직 고시촌 생활에 익숙해지지도 않았고 PSAT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보지도 않았으니, 점수에 개의치 말고 일단 그냥 해보자는 마음으로 본격적인 외교관후보자시험 공부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1차 시험에 관한 한,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3월부터는 학원에서 예비순환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국제정치학, 경제학, 국제법의 가장 기본적인 내용을 익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어느 정도 공부하고 진입했지만, 대학 전공 수업으로 배우는 내용은 수험에 필요한 내용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에서 수강한 국제정치학 전공 수업은, 개론 수업의 경우 이론과 역사를 굉장히 콤팩트하게 다루는 한편, 고학년 수업의 경우에는 최신의 이론까지 매우 상세하게 다루며 특히 이론의 구체적인 학술적 배경이나 까다로운 논리 등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에 “투 머치”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저는 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발판으로 삼되, 적어도 시험을 위해서는 우선 학원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기초 뼈대로 삼고, 제가 가진 자산을 덧붙인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경제학의 경우에는 정말 고시촌에 와서 처음 공부한 과목이었습니다. 특히나 저는 학창 시절부터 숫자와 수식에 매우 약했던 사람인 관계로 상당한 긴장감 속에서 첫 강의를 수강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경제학 공부에 상당한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함께 공부하던 다른 학우들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경제학의 가장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는 한계(Margin) 접근법을 이해하고, 미시경제학 공부 과정에서 단순한 수식 풀이에 매몰되기보다는 각 경제주체의 행동 원리가 모형에서 구현되는 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물론 예비순환이었던 만큼, 어디까지나 초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거시경제학의 경우 미시경제학과는 사뭇 다른 관점을 취하는 만큼 조금 낯설게도 느껴졌지만, 현실 경제와의 연관성을 생각하며 학습 의지를 고취하는 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총수요, 총공급, 이자율 등등의 요인이 거시경제에 이러한 영향을 미치는구나, 현실 경제와는 이러한 연관이 있겠다는 고민을 했습니다.

국제법도 경제학과 마찬가지로 거의 알지 못했던 과목입니다. 다만 과거 정인섭 교수님의 ‘신국제법입문’을 읽어본 경험이 있었을 뿐입니다. 국제법은 법학 과목이 주로 그렇듯 상당히 까다로운 영역이며, 수식이라는 보편적 언어를 사용하는 경제학과 달리 외견상 보통 언어를 쓰면서도 실상은 전문적인 의미를 담고 기술되기 때문에 이에 익숙해지는 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이 시기에는 법학 개념에 익숙해지는 것, 그리고 의미가 불분명하게 다가올 때는 질문을 통해 개념을 바로잡는 것에 가장 많이 신경을 썼습니다. 관련하여 약간의 후회가 남는 지점은 조약법과 국가책임법 조문 암기에 많이 신경 쓰지 못했던 점입니다. 물론 개념에 익숙하지조차 않은 상태에서 암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되돌아봤을 때, 적어도 1순환 기간에 접어들었다면 암기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2년 여름 1순환 강의도 고시촌에서 실강을 수강했습니다. 예비순환과 달라진 점은 첫째로 3일에 한 번씩 모의고사를 풀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과목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강의 내용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는 점입니다. 우선 국제정치학의 경우, 답안지를 써내는 것 자체의 부담이 가장 컸습니다. 수식이나 하위 목차 등에 의해 상당량의 여백이 남게 되는 경제학이나 국제법과 달리, 국제정치학은 답안지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문장으로 채워야 하는 과목입니다. 따라서 1시간 이내에 40점짜리 문제를 풀고 결론까지 써내는 과정이 정말 (물리적으로)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이는 모든 수험생이 공부 첫 단계에서 겪는 문제이며 결국은 익숙해지는 문제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시간 내 문제 풀이가, 국제법에서는 목차 구성과 암기 내용 현출이 가장 어려운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1순환 기간은 이처럼 과목별로 존재하는 어려움과 씨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순환과 관련하여 남는 후회는, 이 시기에 학원 강의와 모의고사에만 몰두하기보다는 스스로 기출문제를 풀어보았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원 강의와 모의고사에서도 기출문제를 다루거나 똑같이 출제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연도별 기출문제의 흐름, 스타일 변화, 만일 그 문제를 시험장에서 접했을 경우 나의 대응은 어떠했을 것인가 등등의 문제를 고민해 보셔야 합니다. 이는 2순환 과정에서는 2일에 한 번씩 모의고사를 보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지치고, 3순환 기간에는 더더욱 시간이 없으며 이때는 오히려 처음 보는 문제에 대응하는 연습이 더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학원 강의와 별개로 기출문제는 혼자 다루어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며, 제 생각으로는 1순환이 적기입니다. 1순환을 처음 겪는 입장에서는 다소 이르다고 느껴지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때 봐두지 않으면 계속 못 봅니다. 저는 그 후회를 2차 시험장에 처음 들어가고서야 했습니다.

2022년 가을쯤 2순환 기간에 접어들었을 때는 본격적으로 PSAT 공부를 재개하였습니다. 다만 자료해석만큼은 제 최대 약점이었던 관계로 이미 여름부터 기초 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2순환 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2차 과목 실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저로서는 우선 기초적인 PSAT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 불가결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경제학까지만 2순환 강의를 수강하고, 국제정치학과 국제법 강의는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2022년 말부터 PSAT을 준비하며 제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지치지 않는 두뇌 피지컬 만들기, 그리고 반복되는 실수 바로잡기였습니다. 전자는 많이 풀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그러나 정말로 어려운 과제는 반복되는 실수였습니다. 특히 자료해석을 풀며 분수의 대소비교를 잘못하거나, 표나 그래프에서 연속된 항목의 비율 증감을 잘못 읽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저는 이 2가지 문제점을 모두 소위 말하는 ‘양치기’로 해결했습니다. 기출문제와 더불어, 많은 모의고사를 토대로 계속해서 문제가 바로잡힐 때까지 혹독하게 스스로를 몰아세웠습니다. 그리고 매번 성적 분포표에서 제 위치를 파악한 뒤 이를 엑셀 파일에 기록하여 성적 개선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주말에 시행되는 전국모의고사에도 참여하여 시험장에서의 감각을 익혔습니다. 실전모의고사와 전국모의고사에서 석차가 개선되는 듯하다가도, 어느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때에는 다시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치는 일이 잦았습니다. 결국은 실제 1차 시험장에서 잘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마음가짐 하에, 점수가 잘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문제를 풀었습니다.

2023년 1차 시험에서는 합격선보다 3문제를 더 맞힘으로써 드디어 2차 시험장 입장권을 손에 넣었습니다. 이 시기, 1차 시험 준비에 따른 신체적 피로감, 그리고 당장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 심신을 정말 강하게 짓눌렀습니다. 게다가 공식적인 1차 합격 발표가 시험으로부터 약 한 달이나 지난 뒤에 있었던 관계로, 혹여나 1차에서 탈락하면 어쩌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에 꽤나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초시생깨서는 힘들더라도 그러한 생각을 버리시길 권합니다.

2023년 3순환 시기 제가 겪었던 어려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경제학에서는 너무 큰 부담감에 시달렸습니다. “경제고시”라는 말이 있듯 경제학 과목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생각 때문에, 경제학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마다 지나치게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국제정치학에서는 “도대체 뭘 보고 들어가야 하는가?”라는 의문 속에서 방황했습니다. 경제학이나 국제법과 달리 국제정치학은 수험서가 한두 권으로 압축되지 않습니다. 저는 강의교재를 통해 예비순환과 1순환을 공부했지만, 기출문제를 보니 이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법에서는 암기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고, 1순환 학습 과정에서 암기와 목차구성 모두 연습이 부족했다는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왔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국제법은 까다로운 영역입니다. 단순한 나열식 설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법학 특유의 접근법이 요구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한 대비가 너무나도 부족했습니다.

결국 위와 같은 문제들을 매듭짓지 못한 채, 저는 우선 3순환 과정을 따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보면 위의 문제들은 불과 몇 개월 만에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큰 문제들이며, 실제로 1년 반 남짓한 수험 기간에 충분히 대비하기도 어려운 문제들입니다. 물론 이 시험에서는 매우 짧은 기간의 준비만으로 최종합격을 거머쥐는 뛰어난 분들이 분명히 계십니다. 그러나 이는 모두에게 허락된 운명이 아니며, 스스로의 역량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에 관한 냉정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경우, 부족한 기초 PSAT 역량, 그리고 진입 당시 경제학 기본기 부재 등의 문제에 비추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느꼈습니다. 이때부터 제 목표는 단기합격이 아닌 최종합격으로 조정되었습니다.

2. 수험 중기(2023. 09. ~ 2024. 06.)

2023년 2차 시험 이후, 우선 저는 너무나도 지쳐버린 관계로 일단은 조금 쉬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가장 먼저 고시촌에서 방을 빼고 본가로 복귀했습니다. 7월과 8월에는 친구들과 해외여행도 다녀오고, 보고 싶었던 공연도 보러 다니는 등 스트레스를 풀며 지냈습니다. 한동안 수험에 관해서는 잊고 지낸 뒤, 2차 시험 성적이 나온 날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제 첫 2차 시험 성적은 합격선으로부터 상당히 아래에 있었습니다. 사이버국가고시센터에서 현재 조회할 수는 없으나, 전체 평균은 적어도 7점 아래였으며, 경제학은 반 토막에 가까웠고 국제법은 과락이었습니다. 국제정치학은 합격자 평균보다 조금 아래였으며, 유일하게 통합논술Ⅰ만큼은 합격자 평균에 도달했습니다. 다만 통합논술 Ⅱ는 점수가 좋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점수와 그간 제 공부 과정을 놓고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저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습니다. 첫째, 강의는 어디까지나 도구로 삼아야 합니다. 저는 초시생 시절, 학원에서 잘하는 사람은 시험에서도 잘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강의와 모의고사에만 지나치게 몰입했습니다. 그러나 학원 수업과 모의고사는 어디까지나 도구에 불과하며, 실제 시험에서의 모든 가능성을 대비해 주지 않습니다. ‘3순환 모의고사에 안 나온 주제니까 남들도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은 크나큰 착각입니다. 저는 이 생각에 기초하여, 진정한 의미에서 ‘내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가운데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의 수업을 골라 효율적으로 수강하자고 결심했습니다.

둘째, 어느 과목이건, 문제가 나올 수 있는 모든 영역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경제학 3문으로 국제경제학의 ‘스완 모형’이 출제되었습니다. 분명 수업 때 잠깐 언급도 됐고, 문제도 풀어보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대충 넘겼던 관계로 실제 시험에서는 완전히 엉뚱한 소리만 쓰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설마 올해 해양법이 나오겠어?”하는 어리석은 생각에 2023년 국제법 1문도 엉터리로 썼습니다. 첫 3순환 기간 동안 국제법 전 범위를 제대로 보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전략을 짠 것이었는데, 보기 좋게 한 대 얻어맞은 격이 되었습니다. “염두에 두어야 한다.”라는 말은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수험서나 교과서에서 다루는 모든 주제를 완벽하게 대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과 대략은 아는 사람은 구별됩니다. 그 차이가 당락을 가른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고시의 어려움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답안작성 연습은 정말 많이 해보아야 합니다. 특히 초시생분들께서는 아는 게 없는 상태에서 답안을 쓰는 게 어색하다고 느껴지실 것입니다. 일단은 외우거나 이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도 생각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수험생에게 허락된 시간은 길지 않으며, 답안작성 그 자체가 하나의 공부 과정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어느 과목이건, 일단 문제를 풀고 답안을 써보면서 외워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안다고 생각했으나 실은 몰랐던 부분들도 보입니다. 그리고 시간 내에 완결된 형태의 답안을 쓰는 연습이 됩니다. 저는 첫 2차 준비에서 이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위와 같은 판단으로 저는 2023년 하반기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우선 경제학에서는 황종휴 선생님의 1순환 강의를 인터넷으로 수강하며 다시 한번 기본기를 다졌습니다. 직관적 이해에 충실한 선생님의 강의, 그리고 연습책을 통한 충분한 문제풀이 기회가 제 부족함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국제법에서는 안진우 선생님의 순환 강의와 답안지 특강을 수강하여 국제법의 기본기를 완전히 처음부터 새로 쌓아 올렸습니다. 선생님의 첫인상은 다소 무서웠지만, 답안을 잘 써온 날에는 확실하게 칭찬해 주시고 못 써온 날에는 매서운 꾸중과 함께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가에 관해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국제법 답안작성의 기본 틀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같은 국제법 개념에 기초해 답안을 작성하더라도, 어떤 요소가 서두에 배치되어야 하고, 답안에 무엇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선생님의 강의를 따라가며 제 사고방식에 맞는 학습 도구를 마련하는 차원에서 국제법 서브노트를 작성하였습니다. 선생님의 강의 내용에 비추어 반드시 외워야 하는 항목을 위주로 정인섭 교수님과 김대순 교수님의 교과서에서 개념을 뽑아내어 콤팩트하게 작성했습니다.

국제정치학은 별도의 강의를 수강하지 않고 필독서를 읽으며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모의고사 대신 기출문제를 최대한 풀어보고자 노력했습니다. 관련하여서는 ‘과목별 공부 방법’ 부분에서보다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국제정치이론, 그리고 외교사를 우선으로 공부했으며, 이 당시 이슈 부분은 논문집 등 보조수단을 통해서 대비하였습니다.

다시 겨울이 되고 2024년 새해가 밝아옴에 따라 PSAT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아마도 12월 중순부터 대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시기에는 ‘이미 2년 가까이 시험공부를 해왔는데 2차 시험장에 못 들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습니다. 감각을 일깨우기 위하여 우선 7급 기출을 풀며 워밍업을 진행했고, 이후 과거 5급 기출부터 시간순으로 풀되, 2023년 기출만큼은 향후 실력 점검용으로 남겨두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실전모의고사 양치기에 돌입했습니다.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2022년 말, 2023년 초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2024년 1차 시험에서는 언어, 자료, 상황 평균 90점의 준수한 점수로 통과했습니다. 덕분에 2023년도와 같이 두려움에 떨며 시간을 보내는 손실을 덜 수 있었습니다. 저는 빠르게 3순환 과정에 돌입했습니다. 경제학만큼은 모의고사 경험을 100%로 활용하고자 실강을 수강하였습니다. 다만 이를 위해 다시 한번 고시촌의 고시원에 들어갔는데, 중도에 본가로 귀가하였습니다. 되돌아보면 반드시 고시촌에 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법은 안진우 선생님의 3순환 인강과 답안지 특강을 모두 수강하였습니다. 특히 3순환 막바지에 이루어지는, 2시간 내 현장 작성 답안지 특강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국제법은 마지막까지도 2시간 내 문제풀이 및 답안작성이 어렵게 느껴질 정도로 외워야 하는 것이 너무 많으며 내용이 쉽게 휘발됩니다. 그러나 실전 답안지 특강 덕분에 이에 관한 불안감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습니다.

국제정치학은 전년도 및 해당년도 모의고사를 직접 풀어보고, 채점평에 비추어서 어느 부분을 신경 써야 했는가, 무엇이 포함되어야 했는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통합논술은 기출문제를 통해 3순환 시기에 본격적으로 대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보아 국제법에 가장 큰 역점을 두었고, 경제학에서는 미시, 거시, 국제경제학을 두루두루 보고 들어가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국제정치학은 서브노트와 제가 써보았던 답안들을 재점검하며 최종적으로 마무리를 지었고, 통합논술의 경우 최근 출제경향 상 이 3과목을 잘 준비하면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경제학과 통합논술 경제학에서 발목을 잡혔습니다. 경제학 3문제가 사실상 모두 미시경제학에서 출제되었음은 물론, 3문에서 계산이 까다로워 결국 시간 내에 문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풀어보았을 때, 중간의 실수만 아니었더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였음을 인지했습니다만, 시험장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난도의 문제를 접했을 때 사람이 이토록이나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점을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국제법의 경우 2023년에 비해서는 실력이 많이 나아졌으나, 생각지도 못한 주제가 너무 많이 나와서 결국 좋은 점수를 얻진 못했습니다. 국제정치학도 어째서인지 합격자 평균보다 못한 점수가 나왔습니다. 통합논술의 경우, Ⅰ에서는 다시 한번 합격자 평균에 도달했으나, Ⅱ에서는 고난도 경제학 문제로 인해 반타작에 머물렀습니다. 종합적으로 제 점수는 합격선보다 5점가량 아래에 있었으며, 가장 큰 원인은 경제학과 통합논술Ⅱ에 있었습니다.

3. 수험 말기(2024. 09. ~ 2025. 06.)

두 번의 2차 시험을 치르고 성적표를 손에 쥐게 되었을 때, 저는 마지막 도전과 포기라는 갈림길에서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객관적으로 보아 제 점수는 두 번의 시험을 치른 사람치고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제 옆에서 조언을 했더라면 재도전을 만류했더라도 크게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제 오랜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충분한 분석과 재정비가 있다면 마지막 도전을 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 도전에 임하며 제가 가장 크게 신경 쓴 사항은 답안 연습이었습니다. 앞서 두 번째 2차 시험에 들어설 때도 염두에 두고는 있었으나, 첫 시험에서 과락을 맞은 국제법 재학습과 암기에 신경 쓴 나머지 전반적인 답안작성 연습, 특히 반복에 의한 숙달이 부족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부가적으로는 경제학 부문에서 그 어떤 문제가 나오더라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도록 고난도 문제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일전에는 외교원 경제학이 범위는 더 넓을지 몰라도 난도에서만큼은 일반행정직의 문제보다 낮을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이 착각을 가장 매섭게 깨부순 해가 다름 아닌 2024년도였습니다.

2차 시험 성적 공개일 직후 저는 다시 공부에 돌입했습니다. 슬퍼하거나 우울해하기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공부에 집중함으로써 이런저런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공부 패턴은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이 시기에는 경제학 문제풀이, 그리고 각 과목 답안작성 연습에 집중했습니다.

마지막 수험 대비 기간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신경 썼던 사항은 ‘강의보다 중요한 것이 내 공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당장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며, 저는 다음의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첫째로 경제학에서는 더 이상의 강의 수강보다는 빠른 시간 내 정확하게 문제를 풀어 답을 도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국제법에서는 안진우 선생님께 배운 답안작성법을 바탕으로, 보다 많은 쟁점에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서는 정저, 김저, 그리고 안진우 선생님의 수업자료가 가장 기본이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느껴 시중의 다른 자료를 찾아 최대한 많은 쟁점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론을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주어진 문제에 이론을 적용하고 사례로 뒷받침하는 균형 잡히고 ‘예쁜’ 답안지를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아무리 이론을 충실하게 외워도, 질문자가 원하는 것은 이론의 복사 붙여넣기가 아닙니다. 본인의 주장 속에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2025년 1차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2월의 마지막 2주간을 제외하고는 경제학 문제풀이 연습을 병행했습니다. 그에 따른 영향인지 몰라도 2025년 1차 결과는 전년도만큼 큰 폭으로 합격선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어차피 1차 시험은 합격 여부만이 중요하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2차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마지막 3순환 기간에 저는 답안작성 연습의 효율성과 강제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학 에브리타임을 통해서 답안 스터디를 구해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주 3회 온라인으로 만나 국제법과 국제정치학, 통합논술 기출문제를 시간을 재며 풀었고, 직후 답안지를 촬영해 구글 공유드라이브에 올려 서로에게 피드백을 남겼습니다. 답안 스터디의 장점은, 다른 사람의 답안지를 볼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기출문제의 경우, 강사님들께서 예시답안을 쓰신 경우도 있고 인터넷 블로그에도 복기글이 게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답안 또는 복기본은 다소 사후적인 관점에서 작성되는 경우도 있고, 답안의 개수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답안 스터디에서 스터디원들이 작성한 답안은 정해진 시간 내에 쓴 답안으로 참고하기에 매우 적절합니다. 또한 저희 스터디의 경우 결과적으로 꽤 많은 인원이 최종합격하는 등 실력이 상당한 분들이 모여 계셨던 관계로, 좋은 답안을 참고하기에 적합했습니다. 또한 각자 잘 쓰는 분야가 조금씩 달라 서로 간에 시너지 효과도 상당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터디원들의 피드백을 보며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내 답안의 맹점, 논리적 비약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3순환 기간 동안 저는 아침에 경제학, 오후에 국제법 또는 국제정치학, 저녁에는 답안 스터디를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모든 과목을 몰아넣은 이유는 2차 시험 당일까지 그 어떤 과목에 대한 감각도 잃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제 경우에는 과거 학원 순환 강의 일정을 따라가며 앞선 과목의 내용과 답안작성 감각을 너무 많이 까먹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3순환 기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패턴을 유지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2025년 2차 시험에서는 경제학 83점, 국제법 58.75점, 국제정치학 78.66점, 통합논술 56.5점의 성적을 얻어 최종합격하였습니다. 경제학과 국제정치학의 경우 각각 합격자 평균으로부터 대략 5점 위의 점수이며, 국제법과 통합논술의 경우에는 합격자 평균 약 5점 아래의 점수입니다. 두 과목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어쨌든 합격했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입니다. 제 점수의 높고 낮음을 참고하시어, 올해 과목별 제 공부 방법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Ⅲ. 과목별 공부 방법

1. 1차 시험

1) 헌법

1차 시험의 첫 과목이자 Pass or Fail 과목인 헌법은, 정말로 낙방하시면 안 되는 과목입니다. 초시생 때는 헌탈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고, 이후에는 기존에 풀었던 OX 문제집을 눈으로 보며 콤팩트하게 공부했습니다. 또한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게임하듯이 자기 전에 조금씩 공부하기도 했습니다. 제 경우 헌법은 실제 시험에서 항상 80점 이상이 나왔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초시생분들께서는 충분한 시간을 들이시고 재시 이상이신 분들께서는 각자 하시던 대로 하시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2) 언어논리

금년도 언어논리에서는 95점을 획득하여, 사실상 언어논리 ‘캐리’로 1차 시험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제 경우 언어논리의 앞부분에 등장하는 독서 지문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약간의 공간지각능력을 요구하는 특이한 역사 지문에서는 문제 옆에 약간의 메모를 해가며 대응했습니다. 과학 지문의 경우에도 메모를 통한 지문 핵심 정보의 구조화가 도움이 됐습니다.

언어논리에서 별도의 연습이 가장 큰 효용을 가져다주는 유형은 논리퀴즈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고시 진입 이전에 이러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본 경험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논리퀴즈에 대비하기 위해 강의를 수강하고, 기출 또는 모강 리뷰 시 시간제한 없이 풀어보며 감각을 익혔습니다. 논리퀴즈 유형에서는 선구안도 필요합니다. 어려운 문제를 넘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내가 충분히 풀어낼 수 있는 문제를 캐치하는 것입니다. 무작정 넘기시면 안 됩니다.

3) 자료해석

많은 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과목인 자료해석에 대해서는, 저도 올해 77.5점이라는 그다지 좋지 못한 점수를 획득했기에 언어논리에서와 같은 자신감을 갖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겠습니다. 다만 전년도 시험에서는 90점이라는 좋은 점수를 획득했는데, 대략적인 원인으로는 첫째 집중력의 차이, 둘째 ‘찍은 문제’의 결과에 따른 차이가 있었다고 보입니다.

어쨌거나 자료해석은 소위 PSAT형 인간이 아닌 다음에야 누구에게나 어렵고 싫은 과목이며, 동시에 연습으로 가장 크게 실력 향상을 맛볼 수 있는 과목입니다. 저는 강의를 통해 자료해석에 필요한 많은 스킬을 체득했고, 이를 기출문제와 실전모의고사를 통해 반복 숙달하며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5급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 자료해석에서 계산은 불가피하다고 믿습니다. 따라서 저는 일차적으로 계산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답을 가려내기 위해 계산이 필요한 순간에서는 주저 없이 펜으로 계산을 했습니다.

제가 자료해석을 풀 때마다 신경 썼던 부분은 뇌에 걸리는 부하를 최소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시험을 1번에서 40번까지 순서대로 문제를 풀되, 약 5초 안에 문제의 대략적인 난이도를 판가름하여 어려울 수 있겠다 싶은 문제는 과감히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모든 문제를 눈으로 확인한 시점에는 어려운 문제 중 그나마 쉬워 보이는 문제로 돌아가 차례차례 해결했습니다. 시험의 난이도에 따라 찍는 문제의 개수는 5개 내외 혹은 그 이상이었습니다.

4) 상황판단

올해 제가 가장 못 본 과목이자 늘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판단에서는 72.5점을 획득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의문사’같은 느낌이 드는데, 채점 후 별도의 복기를 하지 않아 구체적인 원인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상황판단 공부법은 다른 분의 사례를 참고하시길 부탁드립니다.

2. 2차 시험

1) 경제학

경제학 득점의 관건은 결국 ‘깔끔하게 답을 도출하느냐’입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 답의 도출 과정이 논리적인지, 그 과정에서 나와야 할 숫자나 수식이 다 제시되었는지, 그래프가 정확한지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금년과 같이 일부 서술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기본적인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입니다.

저는 위와 같은 판단 아래 많은 문제를 풀어보고 숙달하는 데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전년도 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최대 원인이었던 미시경제학에 대비하기 위해, 저는 황종휴 선생님의 미시경제학 연습책과 더불어 임봉욱 교수님의 미시경제학 (속칭 ‘임미시’)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작년 하반기 임미시 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었고, 올해 3순환 기간에는 그 중에서도 까다로웠던 문제 위주로 풀며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미시 연습책에서 별도로 표시해 두었던 문제를 풀어보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그리고 거시경제학은 거시 연습책과 연습책 플러스로 대비했습니다. 국제경제학의 경우 미시나 거시에 비해 생소한 모형과 개념이 많이 등장하므로, 황종휴 선생님의 국제경제학 트리니티를 통해 국제무역론, 국제금융론의 전체 그림을 그려나가는데 주력했습니다. 국제무역론의 경우 문제의 가정에 따라 적용해야 하는 모형과 접근 방법이 다르므로, 주어진 변수가 어떠한 모형의 것인지를 식별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그리고 국제금융론의 경우, 모형을 식별하는 것이 무역론에 비해 훨씬 더 까다롭습니다. 저는 이에 대응하는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 국제법

국제법에서는 작년에 정저, 김저, 그리고 안진우 선생님의 강의교재를 바탕으로 서브노트를 작성해 둔 바 있습니다. 저는 서브노트에서 국제법 교과서의 목차를 따라 기본적인 국제법 규정과 적용 요건, 그리고 각 장에서 가장 ‘핫’한 쟁점들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저는 안진우 선생님의 말씀대로 ‘사실에 법을 적용한다.’는 접근 방식 하에, 사안의 쟁점을 간결하면서도 놓치는 사항이 없도록 작성하고, 주어진 사안에 적용해야할 법 규칙과 요건을 제시한 후, 이를 적용하는 목차를 따랐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어느 부분에 힘을 주어 작성하는지에 따라 동일한 조약의 조항을 이용하는 문제이더라도 답안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중한지”를 가려낼 줄 아는 것과, 이를 답안에서 드러내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시간 내에 작성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 스스로 남는 아쉬움은, 첫 해 국제법 공부를 엉성하게 하고 이듬해 거의 처음부터 국제법 공부를 다시 시작했던 관계로 법 규칙 이외에 판례 공부를 많이 못 해서 논지 뒷받침을 충실히 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3) 국제정치학

국제정치학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수험생 본인의 노력이 가장 많이 필요한 과목입니다. 소위 ‘수험서’라고 볼 수 있는 몇 권의 책만으로 대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흔히 필독서로 거론되는 책들 중 ‘국제정치 패러다임(박재영 저)’, ‘왈츠 이후(이근욱 저)’, ‘국제정치이론(신욱희 편저)’을 통해 주요 패러다임과 중범위 이론의 핵심 변수 및 논지를 공부하고 이를 서브노트로 작성하였습니다. 이슈 파트 대비를 위해서는 ‘국제정세의 이해(유현석 저)’를 공부하고 별도로 간략히 정리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너무 많은 시사 이슈와 사실 관계에 매몰되지 않도록, 제가 답안에 쓸 수 있을법한 사례와 고유명사들만을 정리했습니다.

외교사는 거의 매년 1문제로 출제되므로 절대 등한시해서는 안 되는 부분입니다. 저는 외교사 대비를 위해 ‘국제관계사(박건영 저)’를 중심으로 별도의 서브노트를 작성하고, 19세기 외교사와 미국, 동양 외교사 일부는 ‘세계외교사(김용구 저)’를 보았으나,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상세하여 시중의 5급 국제정치학 교재를 참고하여 보완하는 식으로 서브노트를 작성했습니다. 외교사는 결국 암기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러서, 저는 서브노트를 작성하되, 작성 과정에서 한번 외우고 이를 여러 번 읽어보는 과정에서 외우시기를 권장해 드리며, 또한 너무 많은 것을 외우려고 하기보다는 외울 수 있는 만큼을 외운다고 생각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너무 과소평가하시면 안 됩니다!

국제정치학은 답안작성 연습의 효용이 가장 큰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① 문제의 취지에 걸맞은, ② 두괄식의 논리적인 접근법 속에서, ③ 이론 설명, 논지 전개, 사례에 의한 뒷받침이 모두 적절한 균형을 갖춘 채 선보여져야 합니다. 이를 염두에 두시면 비로소 ‘예쁜 국제정치학 답안’이 나올 것입니다.

4) 통합논술

올해 들어 통합논술이 한 과목으로 축소되었습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참 잘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껏 잘 했던 전전년도와 전년도 통합논술Ⅰ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지문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 그리고 경제학 문제에서 큰 공백 없이 답을 잘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특히 지문을 영리하게 활용한다함은, 지문 자체의 논지에 매몰되기보다는 문제의 요구사항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잘 취사선택하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통합논술 지문에서 외교사 사례가 등장하였다고 하여, 이를 활용하도록 요구하는 문제를 외교사처럼 풀 이유는 없습니다. 문제가 국제정치이론의 적용에 관한 문제라면, 지문의 외교사 내용은 단지 하나의 언급해야할 사례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이 점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통합논술은, 물론 최근 들어서 외교원 3과목의 단순 합처럼 출제되는 면이 있지만, 그 세 과목을 2시간 이내에 다 써내야 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수험생에게 어려움을 주는 과목입니다. 적어도 3순환 기간에서만큼은 통합논술 기출을 바탕으로 시간 내에 답안작성을 해보는 연습을 충분히 하셔야 합니다. 이 과목 저 과목 문제를 풀다보면 평소보다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가기 때문입니다. 목차작성과 문제풀이에 몇 분을 쓸지 계획을 반드시 세워두셔야 합니다. 제 경우 통합논술 목차작성 및 문제풀이는 40분을 넘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Ⅳ. 마음가짐 관련

고시생활의 어려움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고시의 어려움은 공부 내적으로는 고시 과목의 방대함에 따른 망각과 좌절의 연속, 그리고 공부 외적으로 오는 수많은 잡다한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후자가 훨씬 더 고통스러웠습니다. 고시에 도전하는 많은 분들은 지금껏 이미 많은 것들을 이루고, 주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성장해 오신 분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도 뛰어나고 똑똑한 친구들이 많고, 가족들의 기대도 큽니다.

5급공채 및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에서 1~2년 내에 성공을 거두시는 분들은 합격자 중에서도 그다지 많지 않으며, 전체 수험생 중에서는 정말로 극소수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대다수는 고시를 오랜 기간 준비할 수밖에 없으며, 합격이라는 결과 또한 모두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게 되지요. 그 과정에서 우리 고시생들 곁에 있던 수많은 친구들이 대기업 입사, 로스쿨 또는 대학원 진학, 결혼 등 인생의 새로운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고시라는 힘겹고 고된 싸움을 해나가는 고시생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아픔과 조바심, 불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연락하는 사람의 수는 점차 한 자릿수로 줄고, 주변에서 건네던 응원은 위로나 침묵으로 변해갑니다.

고시에 도전하기로 한 이상 위의 모든 고통을 감내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합니다. 물론 각오가 있다고 해서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되도록 신중하시기를 감히 권해드립니다. 저는 올해 시험에서 어찌저찌 합격했지만, 최종 발표가 나오던 순간까지 구역질이 날 정도로 긴장한 채 떨며,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야만 했습니다.

Ⅴ. 나가며

고시는 가슴이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이 중시하는 가치도 변합니다. 2026년 이후의 시점에서 고시 진입을 택하신 여러분들이라면 분명 가슴 속 뜨거운 무언가에 이끌려 그와 같은 결정을 하셨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 선택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여러분이 스스로 설정한 시한 내에 승부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겪은 여러 시행착오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는 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신 모두, 결과가 여하하건 종국에는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